[시론] 코로나 시대 리더십과 민주공화국
  •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원장ㆍ정치학박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8 17:00
  • 호수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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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코로나 위기 시대를 겪으면서 아시아의 공동체주의가 호평받고 있다는 기사들이 종종 나온다. 공동체 전체의 안전을 위해 개인의 불편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실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또 문화적인 풍토라기보다 국가 운영방식이 그런 것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어느 쪽이든 이런 공동체주의가 국민들을 민주적으로 포용하는 가운데 이뤄진다면 민주공화정이 될 것이고, 개인과 일부 세력을 억압하는 것이 된다면 강요된 전체주의로 흐르게 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되고 있는 1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확산되고 있는 1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걸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아시아의 공동체주의, 싱가포르의 리콴유와 우리의 김대중 대통령 사이의 논쟁이 떠오른다.  1994년이었으니,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기 전이다. 리콴유가 먼저 외교저널 ‘Foreign Affairs’와의 대담에서 서구와 다른 아시아적 가치를 말했다. 서구의 민주주의를 동양에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싱가포르나 중국에는 공동체에 대한 개인의 의무를 강조하는 유교문화가 있음을 역설했다. 이를 배경으로 자신은 개혁적 리더십(캘빈이즘)으로 싱가포르를 이끌어 호평받고 있다고 했다.

김대중은 아시아의 권위주의적 통치자들이 유교문화로 합리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Foreign Affairs’ 12월호에 ‘문화는 숙명인가(Is Culture Destiny?)’를 기고했다. 중국에는 서구의 근대민주주의가 태동하기 훨씬 전에 맹자의 주권재민 사상이 있었고, 우리의 근대화 과정에는 민심이 천심이라는 인내천 사상이 있었다고 했다. 주권재민과 인내천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다. 근대화와 경제 발전 과정에서 권위주의적 동원이 이뤄질 수는 있지만,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권위주의를 문화 탓으로 정당화시켜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었다.

우리의 경우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시킨 대표적인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화 시기에 권위주의 체제가 있었지만, 이후 민주화를 통해 극복했다. 그런데 권위주의로부터의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떤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는가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SNS 시대라는 새로운 환경이 등장했고, 집권세력의 국정 운영방식을 두고도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성파시즘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습격이라는 초유의 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은 분명 공동체의 정신을 우선 요구하고 있다. 타인과 더불어 사는, 함께 사는 공존과 공생의 공동체 정신이다. 그러나 특정 세력에 의해 강요되는 공동체가 아니라, 우리 헌법에서 표방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의 공동체다. 제헌 당시 공화국의 의미는 왕정에 대비되는 개념이었지만, 특정인의 나라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나라라는 점을 다시 살피게 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근래 권력을 비판할 때마다 우리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인용되곤 한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해 온 세력도 광장에서 헌법 1조를 노래에 담아 외쳤다. 그런데 근래 배제와 패권의 양상이 일부 보여 안타깝다. 특정 세력을 배척하고는 민주공화국을 말할 수 없다. 정파적 리더십은 민주공화국의 국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의 공화정 개념도 여러 세력이 타협하며 공존하는 정치체제를 말했다.

코로나 위기 시대, 불가피하게 더욱 요구되는 공동체 정신이다. 민주적 포용이 가능할 때 공동체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위기가 오히려 대한민국의 공동체 정신인 민주공화국의 리더십을 새삼 돌아보게 하고 있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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