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창원SM타운 공모사업과 도시재생의 단상(斷想)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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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두오모 성당 등 세계문화유산, 역사가 입혀지면서 공공성 확보
창원시, 창원SM타운 입체화 선점 효과 등 기회 상실

최근 익명을 요구한 한 창원시 공무원으로부터 사하공원과 대상공원 공모사업에 대한 협상 결과를 들은 적 있다. 아파트 세대수를 줄이고 사업시행자의 이윤을 적정 수준에서 묶었다며 자랑하는 이야기였다. 창원SM타운이라 불리는 창원문화복합타운 공모사업에 이어 세 번째, 창원시의 행정에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파트 공급량을 줄이고, 사업시행자의 이윤을 줄이는 행정이 창원시의 목표였을까. 혹여 이런 행정 저변에는 개발사업에 대한 편견과 사업시행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깔린 것은 아닌지. 무엇보다도 창원시민에게 돌아갈 유무형의 혜택과 창원시 미래를 위한 도시재생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라는 섣부른 결론에 도달한다. 

경남 창원시 팔용동에 건축된 창원SM타운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경남 창원시 팔용동에 건축된 창원SM타운. ©시사저널 이상욱 기자

이런 행정이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창원시는 대형 사업에 민간투자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창원시가 예산을 쏟아 부었음에도 경남도가 주관한다는 이유로 책임 공방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마산로봇랜드나 웅동지구 개발사업 정상화, 매년 50억 원이 넘는 이자만 주고 있는 마산해양신도시는 과연 새로운 민간사업자를 찾을 수 있을까. 결국 창원시정이 네거티브 위주의 편협한 시각에 몰입되면서 도시재생이란 거시적 안목을 갖지 못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인근 부산을 비롯한 다른 지자체들의 움직임을 살펴보자. LH공사의 신규택지 공급중단과 부동산시장의 급격한 재편으로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의 민간투자자가 참여하는 개발과 공모사업은 2017~2018년 전후 상당한 변화를 맞았다. 그들은 최고가-최저가 일반경쟁입찰을 벗어나 신기술과 문화체육 콘텐츠 등 도시재생을 위한 적극적인 프로젝트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의 개발이익을 지자체 또는 공공기관이 직접 취득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 기부채납 재산의 관리회사(AMC) 운영비용 확보 및 콘텐츠의 지속가능한 운영 방식 등을 공모 지침화 하는 등 매우 세밀해졌다. 이는 사유화되는 개발사업에 공공의 기능이 작동할 공간 창출과 열린 네트워크가 지속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 기존의 외형, 실적, 안정성 등 절차의 투명성과 보여지는 결과에 치중한 얕은 수준과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수 천 평의 소규모에서부터 수십 만 평의 대규모 개발까지, 대도시뿐만 아니라 인구 20만 내외의 중소규모 도시까지 적용되고 있다.

민간투자자와 공공기관 혹은 지자체의 목적이 섞이면서 개발의 목적이 다중화되거나 개발이익을 민간투자자와 공공기관 혹은 지자체가 직접 나누겠다는 절차적 정당성이 과연 공공성을 대체할 수 있을까. 물론 기부채납 물건의 운영에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나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도시재생을 위해 스토리텔링이 작동하는 도시브랜드와 다양한 콘텐츠가 작동하는 열린 네트워크 공간을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수년간의 개발 및 공모사업은 모든 면에서 입체화되고 촘촘한 밀도를 가지면서 변화했다.

그러나 창원은 수도권을 비롯한 타 지자체보다 몇 년 앞서 이런 기회를 가졌지만, 아쉽게도 현재 가장 낮은 수준으로 퇴보하고 있다. 적어도 창원문화복합타운의 현재 진행을 평가하면 말이다. 타 지자체가 창원사례 등을 충분히 검토해 이를 한 차원 높게 수정 개발하는 반면, 창원시는 문화 콘텐츠를 별도 예산없이 유치할 수 있는 모범적인 기준을 제공할 수 있는 주도성을 놓쳤다. 게다가 시민들에게 전문화된 네트워크 공간을 제공하면서 도시브랜드를 입체화시킨다는 선점 효과도, 관리와 소비로 양극화된 개발방식을 도시재생이란 거시적 안목에서 변화시킬 기회도 모두 놓쳤기 때문이다. 

무슨 이유일까. 아마도 부동산 개발이란 낙인으로 시민을 잠재적 투기꾼으로 상정하거나, 사업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개발 목표를 완수해야 할 사업시행자를 땅 짚고 헤엄치는 불로 소득자로 폄하하는 부정적 시각이 창원시 행정에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사업 투명성과 정당성은 정책적 결정에 대한 유연한 접근과 법적·세무적 기준이 적용되면 그만이다. 그 이상의 의심은 법과 제도, 세무행정에 대한 편협한 재단과 독선에 불과하다. 어쩌면 현재 모습은 통제를 여론으로, 권력을 행정으로 착각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한 시대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인류문화유산 중 하나인 피렌체 두오모 성당, 밀라노 대성당, 베네치아 리얄토 다리, 바르셀로나 성가족 성당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이들은 상인들이 만든 길드나 도시위원회, 서적 출판사 장 등이 각각 내건 공모사업의 결과물이다. 짧게는 몇 년에서 수 백년에 걸쳐 완공된 이 건축물들은 어떤 의도에서 시작되었건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정성이 기술과 재원으로 투입돼 지구인의 공간이 됐다. 역사가 입혀지면서 공공성을 갖게 됐고, 한 도시와 시대를 대표하는 인류의 유산으로 남게 된 것이다.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들이다. 창원문화복합타운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창원시의 공모사업과 관련된 행정을 낮은 수준으로 추락시키는 것은 창원시민에게 불행이다. 창원 시내 한복판 칠십만 평은 법적·행정적으로 도시재생에 공헌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 창원시민에게 돌아갈 공공의 자산취득과 생동감 넘치는 다양한 콘텐츠 확보를 위한 거시적 안목이 아니다. 아파트 세대수를 줄이고 사업시행자의 이윤을 통제했다는 자기만족이 행정의 목표라면, 그것은 자랑이 아닌 궤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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