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는 기업가들과 함께 기술혁신 중입니다”
  • 이상욱 영남본부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6 13:00
  • 호수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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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산업 1번지’ 경남 창원…“전통 기간산업 기반에 ICT·에너지·신소재 관련 융복합산업 육성”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은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를 창원 경제 부흥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제조업 중심 도시로서 구조적 한계에 봉착한 창원의 미래를 위해 R&D(연구·개발) 집중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지였다. 신소재 핵심기술 개발과 수소 인프라 확충, 선도기업 육성 등으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했다. 주위 반응은 냉담했다. “일개 시장이 신성장동력을 어떻게 육성한다고….”

한때 우리나라 제조업의 메카였던 창원 ‘제조업 벨트’가 흔들리면서 나온 반응이다. 창원의 기반 산업인 조선·자동차·기계부품업 등은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떠나면서 한때 번화하던 거리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코로나19 악재도 겹쳤다. 우리나라 경제가 올 2분기에 마이너스 3.3% 성장률을 기록하며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쳤다. 1분기 대비 내수는 살아났지만, 코로나 사태로 수출이 큰 폭으로 무너진 결과다. 창원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는 언택트(Untact)와 디지털(Digital) 사회의 가속화를 불러왔다. 방역 관련 제조 기반이 없는 국가는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경제 봉쇄에 직면해 있다. 허 시장은 “K방역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브랜드가 부상한 이유는 결국 진단키트 등 의료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업 기반이 탄탄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1위 제조업 도시인 창원은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왼쪽에서 세 번째)이 창원의 한 파워유닛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신제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창원시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왼쪽 세 번째)이 창원의 한 파워유닛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회사 관계자들과 신제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창원시

‘규제 해소 특구 지정’ 성과 나타내

창원시는 ‘발로 뛰는 네트워크’ 구축에 전력을 기울였다. 기업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시에서 직접 나서서 찾아다닌 것이다. 허 시장은 “2018년 취임 이후 현재까지 76회에 걸쳐 기업 현장을 찾았다”며 “대기업뿐만 아니라 신기술 기반 중소기업을 36회 방문했고, 기업인 간담회도 28회 개최했다. 미래 먹거리를 민관이 함께 모색하고자 직접 소통에 나섰다”고 했다. 창원시는 중소기업의 기술 애로를 해결하면서 신기술 개발을 독려했다. 개발 기술의 상용화와 지식재산 출원을 지원하기 위해 1000여 명의 공학박사급으로 구성된 ‘창원기업지원단’도 출범시켰다. 지역 혁신기관과 연계한 산·학·연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R&D를 지원한 것이다. 

네트워크 구축으로 인한 성과도 나왔다. 창원시는 지난 4월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보다 앞서 ‘창원형 SOC 뉴딜 사업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이는 허 시장의 네트워크 구축이 발판이 된 것이다. 창원형 뉴딜은 지역 내 혁신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등 네트워크가 구상했다. 이들은 기업 현장이 요구하는 신기술 R&D 기업 전폭 지원, 신기술 규제 해소, 신기술 인력양성사업 등을 창원형 뉴딜의 핵심으로 채택했다. 허 시장은 “창원형 뉴딜 발표 당시 기업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데 네트워크가 한몫했다”고 평가했다. 

창원시는 코로나19로 제조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제조업 구조 대전환이 핵심이다. 창원시는 “최근 디지털 경제가 가속화되고 있고, 저탄소·친환경 신기술 사업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이런 추세에 맞게 우리는 신기술 개발 기업의 기술혁신 환경을 조성하고 연구기관을 대거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창원시는 우선 정부로부터 규제 해소를 위한 특구 지정을 이끌어냈다. 강소연구특구와 무인선박규제자유특구 지정이 대표적이다. 기술혁신 장벽을 없애면서 기업의 신기술 개발과 연구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여기에 지난해 스마트선도산단 지정에 이어 올해 방산혁신클러스터 시범지역 선정과 에너지산업용복합단지로 지정되면서 ‘신제조 창원’의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기업의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제조혁신을 이끌어줄 연구기관도 집중적으로 유치했다. 창원시는 “지난해에는 창원시험분석센터, 전자부품연구원 동남권지역본부, 한국자동차연구원 동남본부 등을 각각 개소했고, 올해 들어 재료연구원 승격과 디자인주도제조혁신센터를 창원에 설립했다”면서 “한마디로 R&D를 주도할 신기술 제조혁신 생태계를 빈틈없이 구축한 셈”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에 나선 이후 창원시는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 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창원시는 소재·부품·장비의 기술 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지원하기 위한 파워유닛 스마트 제조센터 구축사업, 수소액화 실증 플랜트 구축사업, 초고압 직류기반 전력기기 국제공인 시험인증센터 구축사업 등을 지원하고 있다. 허 시장은 “기계·방산·조선·자동차 등 전통적 기간산업 기반에 ICT·에너지·신소재 기술 관련 융복합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기업 행정은 단순히 말로만 포장된 것이 아니라 실제 결과로 도출되고 있다. 창원시는 오는 11월 신기술 기업의 판로 개척을 위해 국내 최초로 ‘한·세계 화상 비즈니스 워크’를 개최한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이 지난 6월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 창원형 강소기업 지정서 수여식에서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창원시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이 지난 6월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0 창원형 강소기업 지정서 수여식에서 수상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창원시

“창원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허 시장은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시대에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나선 것이다. 창원이 제시한 전략은 제조 신기술 기업 발굴과 육성이다. 허 시장은 “코로나19로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때 창원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기 위한 비전이 필요하다”며 “첨단제조산업은 제2의 창원 제조 르네상스를 열어갈 열쇠”라고 밝힐 정도로 신기술 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창원시는 지속 성장 가능한 신성장동력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한다. “한국전기연구원-워털루대 인공지능연구센터의 기능을 전문화하고, 수소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공유생산공장 플랫폼인 상상허브를 만들 것”이라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놨다. 

“창원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허 시장이 최근 기업 대표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은 무엇이고, 창원시가 어떤 부분을 지원하면 되는지 기업체 대표들에게 묻는다는 것이다. 제조업 도시 수장으로서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신사업을 챙기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지만, 기업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그가 맡고 있는 주요 업무다.

허 시장은 틈만 나면 기업체 사업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그가 찾은 현장만 창원형 강소기업 신기술 개발 기업, 스타트업 기업 등 수십 곳이 넘는다. 창원시는 바이어와 접점에 있는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를 통해 기업체 상황 등은 물론 자신이 지시한 내용이 실제로 현장에 잘 반영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한다. 

최근 창원시는 열악한 창업 여건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스타트업 파크’를 유치하면서 창업기업을 스타기업으로 성장시킬 모멘텀을 확보한 것이다. 허 시장은 “기술창업에 필수적인 창업 펀드를 운용하면서 투자·공간·네트워크를 연결할 계획이다. 창원시는 신사업을 조기 육성해 주 사업인 기계 등과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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