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막아선 택시기사, 첫 공판서 ‘고의사고’ 혐의 인정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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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혐의 대부분 인정…“보험 사기는 아냐” 주장
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아무개씨가 7월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촉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막아 응급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란의 당사자인 택시기사 최아무개씨가 7월24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접촉사고가 난 구급차를 막아서 응급환자 이송을 지연시킨 혐의로 구속 기소된 택시기사가 첫 재판에서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다만 고의사고 후 보험금을 타내려 한 것이라는 ‘보험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4일 서울동부지법 형사5단독(이유영 판사)는 접촉사고가 난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기사 최아무개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최씨는 특수폭행과 특수재물손괴, 업무방해, 사기,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공갈미수 등 총 6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최씨의 변호인은 “일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를 제외하고는 공소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의 보험 회사와는 합의가 대부분 진행됐고, 운전기사 피해자와도 합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6월8일 오후 서울 강동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 도로에서 구급차와 접촉사고가 나자 “사고 처리부터 하라”며 구급차를 10여분간 막아선 혐의를 받는다. 당시 해당 구급차에는 호흡 곤란을 호소하던 폐암 4기 환자가 타고 있었다. 환자는 다른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검찰은 “피고인은 지난 6월 택시 운행 중 사설구급차가 택시 앞으로 끼어드는 걸 보고 고의로 들이받고 구급차에 타고 있던 환자의 보호자와 운전자가 연락처를 제공했음에도 ‘사건 처리가 먼저다’라며 구급차가 출발하지 못하게 몸으로 막아섰다”며 “이로써 응급환자를 이송 중이던 사설구급차의 이송 업무를 방해하고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했음에도 피해자가 과실로 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게 해 수리비 명목으로 72만원을 편취했다”고 덧붙였다.

최씨 측은 고의사고는 인정하지만 보험사기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최씨 측 변호인은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구급차 접촉사고’ 사건을 포함해 2건과 관련해서는 최씨가 보험금을 직접 청구한 사실이 없다”며 “보험을 접수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지만, 상대방 차량 측에서 접수를 해 보험금 청구가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급차를 막아선 것과 관련해서는 “알려진 바와 같이 피고인이 구급차를 실제로 열어보고 사진을 찍었다는 부분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본인으로서는 너무 (사건이) 커져 심적으로 억울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최씨는 이 사건 이전에도 구급차와 고의사고를 낸 적이 있으며 수년에 걸쳐 접촉사고를 빌미로 피해자들에게 합의금과 치료금을 받아내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 사건 3년 전인 2017년 7월에도 최씨가 서울 용산구 이촌동 부근에서 한 사설 구급차를 고의로 들이받고 “응급환자도 없는데 사이렌을 켜고 운행했다. 50만원을 주지 않으면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한 혐의를 파악해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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