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특혜” vs “상식적인 일”…추미애 아들 의혹 팩트체크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1 16:00
  • 호수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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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달리는 ‘추미애 아들 휴가 특혜’ 다섯 가지 의혹과 해명

정치권의 새로운 블랙홀이 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은 현 정부에 대한 공정성 시비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지난해 말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처음 수면 위로 뜬 이 의혹은 지난 8월 추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당시 야당 의원들이 관련 질의를 쏟아내면서 재점화됐다.

그 후 아들과 관련된 군 시절 각종 의혹이 연이어 쏟아지는 가운데, 추 장관 측과 야당 사이에선 의혹 제기-반박-재반박 논쟁만 반복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선 의원들이 돌아가며 군 관계자 증언 등 의혹을 뒷받침할 자료들을 공개하고 있다. 이들은 추 장관의 사퇴와 특임검사 도입까지 촉구한다. 이에 여당과 추 장관 측은 지나친 ‘의혹 부풀리기’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태는 점점 정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9월10일 현재 추 장관의 아들 서아무개씨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다섯 줄기로 나뉜다. 각 쟁점과 이에 대한 양측의 상반된 입장을 정리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월25일 국회 법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 휴가 미복귀 - “승인된 병가” vs “사실상 탈영”

각종 의혹의 시작점이자 뿌리는 아들 서씨의 휴가 미복귀 사건이다. 서씨는 2016년 11월부터 주한미군 소속 카투사로 근무하던 중, 무릎 수술을 위해 2017년 6월 두 차례 병가와 한 차례 개인 휴가를 연달아 사용했다. 추 장관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표로 있을 때다. 이때 병가와 붙여 쓴 사흘의 개인 휴가가 과연 정상적인 절차로 이뤄졌는지가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상적으로 쓰인 휴가가 아니었다는 근거로 당시 휴가 업무 담당 대위의 증언을 끌어왔다. 김도읍 의원이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서씨가 휴가 후 제때 복귀하지 않아 연락을 했더니 이내 상급부대 대위가 직접 찾아와 서씨를 미복귀가 아닌 휴가자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야당은 일반 병사였다면 이는 ‘탈영’으로 처벌 받았을 일이라며 명백한 ‘황제 휴가’라고 공격했다.

이러한 의혹 제기에 서씨 변호인 측은 병가가 끝나기 전 이미 부대장의 승인하에 구두로 개인 휴가 처리가 됐다며 이메일로 수술 관련 서류도 모두 제출했다고 맞섰다.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육군 복무규정에도 휴가 중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로 귀대하지 못할 경우 전화를 통해 일정 기간을 허가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서씨의 휴가 연장 사유가 과연 이에 해당하는지는 또 다른 논란 사항이다. 서씨 변호인 측과 야당은 과연 서씨의 사정이 ‘부득이’ 했는지를 두고 다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 보좌관 전화 - “단순 문의” vs “엄마 찬스”

절차상 문제가 없는 휴가였다는 서씨 측의 해명에도 계속 압박 수위를 높이던 야당은 이내 추 장관의 보좌관이 직접 아들 서씨의 병가 연장을 부대 관계자에게 문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한 비슷한 시기 추 장관 부부 또한 부대에 병가 연장과 관련한 민원을 제기했다고 적힌 문건도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추 장관은 처음 관련 보좌관 의혹이 제기됐을 땐 “보좌관이 전화한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의 추궁이 이어지자 “제가 보좌관에게 그런 전화를 시킨 사실이 없다”(9월1일 국회 예결위원회)고 입장을 바꿨다. 이후 군 관계자의 추가 증언이나 민원 문건에 대해선 그 이상의 직접적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여권에선 보좌관이 부대에 전화를 건 것 자체는 사실로 보이지만 ‘단순 문의’였을 거라고 변호하고 있다.

야당에선 설령 단순 문의였다 하더라도 부대로선 상당한 ‘외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사장 출신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과거 블랙리스트, 사법농단 사건에서도 공무원이나 재판연구관에게 사적인 지시를 내린 행위에 대해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기소한 전례가 있다”고 언급하며, 추 장관이 이 같은 지시를 한 것만으로도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한 추 장관 부부의 민원 제기에 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추 장관이 말한 소설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 2017년 서류 누락 - “1년 보관” vs “5년 보관”

군내 병가 기록 보관 기간을 두고도 양측은 맞붙었다. 2017년 두 차례에 걸친 서씨의 병가에 대한 기록이 현재 해당 부대에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육군 규정상 병사의 의료기록은 5년간 보관돼야 하는데, 서씨의 의료기록 누락은 명백히 외압에 의한 것이란 주장이다. 이에 추 장관 측은 서씨가 카투사로 근무해 육군 규정이 아닌 카투사 규정이 우선 적용된다며, 해당 규정엔 휴가에 대한 서류는 1년간 보관하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기록 부재가 규정 위반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즉각 국방부로부터 받은 유권해석을 제시했다. 내용은 “카투사 역시 자료 보관 기간이 5년”이라는 것. 윤 의원은 2018년 휴가자 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을 들어 “카투사 서류가 1년 동안만 보관하게 돼 있다면, 2018년 기록은 1년이 넘었는데 왜 보관 중이겠느냐”고 반박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 역시 “1년만 보관하면 된다는 카투사 규정은 각 부대의 휴가 관리일지”라며 “병가 관련 서류 일체는 육군 규정에 따라 5년간 보관돼야 한다”고 맞섰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9월2일 국회 소통관에서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과 관련한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 보직·자대 이동 청탁 - “녹취록 공개” vs “육사 커넥션”

추 장관이 민주당 대표로 있던 2016~17년, 카투사로 입대한 서씨를 평창동계올림픽 때 통역병으로 보내고 의정부에서 용산기지로 옮겨 달라고 하는 등의 청탁을 받았다는 군 핵심 간부의 증언이 나왔다. 신원식 의원은 추 장관 측으로부터 이와 같은 청탁을 받았지만 규정대로 했다는 전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대령)의 증언을 전했다. 단장은 추 장관 측의 압력이 계속되자 영어 성적 등을 토대로 한 기존의 선발 방식을 제비뽑기로 바꿨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역시 언론을 통해 당시 민주당 당 대표실로부터 청탁이 왔었다고 밝히며 앞선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아들 서씨 변호인 측은 자대와 보직 배치는 외부 압력이 개입하는 게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시스템임을 강조하며 “악의적이고 황당한 주장”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더불어 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민주당 대표실에서 국방부에 통역병 배정을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에선 추 장관 아들 논란을 가장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신원식 의원이 제시한 녹취 증거들의 신빙성 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하고 나섰다. 서씨의 보직 및 자대 청탁을 받았다고 가장 앞장서서 주장한 녹취 속 전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은 과거 신 의원의 사단장 시절 참모장 출신이자, 육사 출신인 신 의원 보좌관과도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 인터뷰와 SNS를 통해 연일 추 장관 측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전 카투사 중령(현재 국민의당 경기도당위원장) 역시 신 의원과 육사 선후배 관계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추 장관 아들 관련 의혹 제기와 증언 제공에 이른바 ‘육사 커넥션’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신원식·김도읍 의원이 공개한 녹취들은 사실 충분히 통화 과정에서 얼마든지 의도적인 질문이 들어갈 수 있고, 또 필요한 답변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통화는 나중에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제출되더라도 인정받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 8개월 지연 수사 - “의도적” vs “떳떳하다”

서씨의 휴가 관련 의혹은 지난해 12월 추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당시, 김도읍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에 의해 처음 제기됐다. 한국당은 다음 달인 지난 1월 추 장관을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당사자인 서씨를 소환하지 않고 있으며 기소 여부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사태가 커지자 사건을 담당한 동부지검은 뒤늦게 수사팀 인력을 늘리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느라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킨 동부지검에 더 이상 사건을 맡길 수 없다며 특임검사 도입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검찰이 ‘추 장관 보좌관의 연락을 받았다’는 군 관계자의 진술을 조서에서 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아예 신뢰를 잃었다고 보고 있다.

추 장관 측은 검찰의 독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에 즉각 반응했다. 추 장관은 9월7일 법무부를 통해 “그동안 사건과 관련해 일체의 보고를 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보고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은 8월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을 당시에도 관련 문제 제기에 “검찰이 지금이라도 당장 수사를 하면 밝혀질 일”이라며 떳떳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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