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장관 아들 부실수사...검찰, 다시 ‘권력의 시녀’ 오명 쓰나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4 10:00
  • 호수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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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임검사·특수본 승인권 틀어진 추미애 장관, 인사권 통해 수사라인도 이미 정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검찰 개혁’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검찰권 통제를 위한 법무장관의 권한 강화에만 주력하다 보니, 법무장관과 관련한 사건에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놓이게 됐다.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에 대한 축소·은폐 의혹이 제기됐지만, 특임검사나 특별수사본부 설치는 수사 대상인 추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추 장관은 ‘인사’라는 막강한 권한을 통해 이 사건의 수사 실무진과 지휘라인을 교체하면서, 결국 ‘자기 사람’들을 전진 배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추 장관의 인사에서 옷을 벗은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또다시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은 지난해 12월 추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처음 제기됐고, 야당의 고발을 통해 지난 1월말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다. 그러나 8개월 동안 수사는 공회전만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추 장관 측에 불리한 진술은 누락되고, 참고인들은 증거 제시까지 요구받았다. 동부지검은 이에 대해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월11일 정부과천청사 후생동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 참석하며 검찰 간부들 앞을 지나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추 장관, 국회는 여당이 장악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동부지검에서 공정한 수사가 어렵다고 보고 특임검사·특별수사본부·특검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추 장관 취임 직후 검찰의 비직제 수사조직(특임검사·특별수사본부)은 법무장관의 승인을 받아 설치하도록 한 데다, 법률 제정이 필요한 특검 역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것을 감안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군(軍)검찰’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는데, 검찰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야당은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를 통한 추 장관의 직무 배제도 추진하고 있다. 추 장관이 자신을 수사하는 검찰을 지휘할 수 있는 법무장관이기 때문에 ‘이해 충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민주당 의원 출신인데, 야당은 전 위원장이 정치적 이유로 권익위의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동부지검이 수사를 끝까지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동부지검은 여론이 들끓자 9월9일, 군 관계자와 당직사병에 대한 재소환 등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부지검의 수사 실무진과 지휘라인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김관정 현 동부지검장은 대검 형사부장을 지낼 당시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윤 총장과 대립하며 추 장관 편에 섰던 인물이다. 또 다른 지휘라인인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은 추 장관의 내정자 시절 인사청문회 준비지원단에서 부단장을 맡았다. 또한 김덕곤 형사1부장은 추 장관의 최측근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전주고 선후배 사이다. 참고인 진술 누락 의혹을 받은 박석용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도 동부지검 수사팀으로 재파견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검언유착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에게 추 장관 아들 수사를 맡겨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검찰 수사, 추석 전 마무리될 듯

동부지검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인사권이 어떻게 사용돼 왔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기소했던 동부지검은 2019년 7월말 인사를 통해 지검장·차장·부장검사가 모두 옷을 벗었다. 권순철 당시 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인사는 메시지”란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때부터 정권 비리를 수사한 검사들의 몰락이 예고됐다. 지난 2월 부임해 추 장관 아들 수사를 맡았던 김남우 동부지검 차장검사는 지난 8월 인사에서 검사장 승진에 실패한 후 사표를 냈다.

‘채찍’이 있으면 ‘당근’도 존재한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추 장관) 아들 사건을 수개월 동안 뭉갠 (고기영) 동부지검장은 (법무부) 차관으로 영전했다”면서 추 장관이 동부지검 관련 검사의 승진·좌천에 집착한 것도 지금 생각해 보니 아들 사건의 실체와 휘발성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추 장관 수사에서 최대 변수는 윤석열 총장이다. 추 장관이 “관련 수사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윤 총장이 지난해 ‘조국 일가 수사’ 때처럼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이와 관련해 수사지휘는커녕 언급조차 자제하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 내에서는 “추미애 라인에 둘러싸여 고립무원 상태인 윤 총장이 무슨 조치를 취할 수 있겠는가”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추 장관 아들 수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돼 추석 전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사건이 추석 밥상민심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정부·여당이 원치 않는 데다, 애초부터 어려운 수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관련자들의 증언은 물론 부대 기록도 상당수 확보된 상태다. 국방부의 ‘(추 장관 아들) 병가 조치 면담기록’에 따르면, 병가 연장에 따른 통화 및 조치와 관련해 “병원의 주치의가 출장을 간 관계로 인해 필요서류를 차주 중 발송하겠다고 했으며, 병가 심의 전까지 개인 휴가를 사용하고 병가 연장 승인 후 병가로 대체시킴을 인지시킴”이라고 기록돼 있다. 야당은 “규정에 따라 부대로 복귀한 후 진단서 등 의료기록을 제출하고 요양심의를 받아야 휴가 연장이 가능하다”면서 “이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휘관이 구두 승인을 해 줬다면 이는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면담기록에는 이 밖에 “의학적으로 군병원에서 충분히 진료 가능한 상황이나 환자 본인이 민간병원 외래 치료를 원했다” “병가가 종료됐지만 좀 더 연장할 수 있는지 부모님(추 장관 부부)께서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 다음부터는 지원반장에게 (부모님이 아닌 본인이) 직접 물어봐 주고 의문점을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함”이라는 기록도 눈에 띈다. 추 장관 아들은 병가 연장은 물론 평창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자대 배치 등과 관련해 추미애 당시 국회의원의 보좌관, 국방부 정책보좌관 등을 통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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