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김광현의 ‘가을 무대’, 동시 출격 가능할까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9 10:00
  • 호수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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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9월30일부터 가을야구 시작…류현진의 토론토, 김광현의 세인트루이스 진출 가능성 커

코로나19 여파로 4개월이나 늦게 시작한 2020 메이저리그는 한국 시간으로 9월28일 팀당 60경기의 짧은 여정을 마감한다. 그리고 하루 휴식 후 바로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짧은 시즌에 맞춰  특이하게 조정한 임시 규정을 적용하던 정규시즌과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 역시 특이한 형태로 진행된다. 

메이저리그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로 구성되어 있다. 각 리그는 동부·중부·서부 등 지역별로 3개 지구로 다시 나뉜다. 기존 메이저리그의 포스트시즌 진출팀은 리그별로 5개 팀씩 총 10개 팀이었다. 각 지구의 1위 팀은 무조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2위를 차지한 세 팀 중 승률이 높은 2개 팀 역시 가을야구 진출 자격이 주어진다. 포스트시즌 첫 단계는 와일드카드 게임이라 칭하며, 지구 2위 팀끼리 단판 승부로 자웅을 겨룬다. 여기서 승리한 팀은 지구 1위 팀 중 가장 승률이 높은 팀과 맞붙고 나머지 두 1위 팀이 서로 맞붙는, 2개의 디비전시리즈가 5전 3선승제로 치러진다. 여기서 승리한 두 팀은 7전 4선승제의 챔피언십시리즈를 통해 리그 우승팀을 가린다. 각 리그 우승팀은 최종 챔피언을 가리는 7전 4선승제의 월드시리즈에 진출한다. 

하지만 올해는 정규시즌이 짧아진 대신 포스트시즌 진출팀을 대폭 늘렸다. 각 지구에서 1, 2위를 차지한 팀은 무조건 포스트시즌에 오른다. 그리고 리그에서 3위를 차지한 세 팀 중 승률이 앞서는 두 팀도 티켓을 확보하게 된다. 즉, 올해 포스트시즌에는 리그별로 8개 팀씩, 총 16개 팀이 가을야구의 긴장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치르는 방식도 8개 팀 전체를 승률로 1위부터 8위까지 나열한 상태에서 1위와 8위, 2위와 7위, 3위와 6위, 4위와 5위가 맞붙는 형태로 3전 2선승제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이 결정전의 승자들이 5전 3선승제의 디비전시리즈, 7전 4선승제의 챔피언십시리즈를 거쳐 최종 월드시리즈까지 오르게 되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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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류현진, 포스트시즌 첫 경기 선발등판 확실시

이번 포스트시즌 진출권에 들어 있는 팀 중 9월15일 현재 류현진의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26승20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에 올라 있다. ‘팬그래프 닷컴’의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 예측상 97.9%로,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21승21패로 5할 승률을 오르내리지만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를 점하고 있는 김광현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진출 확률 69.3%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국내 팬들 입장에서는 한때 KBO리그를 대표했던 두 라이벌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도 꿈의 무대인 포스트시즌에 동시 출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가을야구 무대에서 선발투수로 또 하나의 역사를 쓸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류현진은 갑작스러운 부상과 같은 돌발 요소만 없다면 당당한 팀의 에이스로 포스트시즌 첫 경기 등판이 확실시된다. 9월14일 뉴욕 메츠를 상대로 6이닝 1실점의 호투를 하며 시즌 4승째를 거두었고, 평균자책점도 3.00으로 끌어내렸다. 선발진이 취약한 토론토 입장에서 기대를 걸고 영입한 에이스로의 역할을 확실히 수행하고 있다. 현재 토론토의 팀 평균자책점은 4.04로 전체 10위에 올라, 언뜻 높은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4.53으로 전체 18위에 머무르고 있다. 류현진을 제외하고는 다들 4점 후반대여서 류현진에 대한 팀의 의존도를 느낄 수 있다. 반면에 기대 이상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는 불펜은 3.66으로 전체 5위에 오를 만큼 좋다. 

올 시즌 가을야구를 노리는 토론토의 호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류현진과 불펜의 호투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그를 제외한 다른 선발투수들은 4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 8월28일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타이완 워커가 3경기에서 호투하며 1.50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결국 류현진은 포스트시즌 1차전 선발 출장이 기정사실화되어 있고, 오히려 이처럼 지나친 의존이 부담으로 작용할까 걱정될 정도다.

 

4선발 김광현, 와일드카드 결정전 통과하면 선발 가능성

한편 김광현의 선발 등판 가능성은 조금 더 복잡하다. 9월15일 등판에서 올 시즌 가장 긴 7이닝을 소화했고, 비록 타선 불발로 승리를 챙기진 못했지만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인 올 시즌 그의 성적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2승 무패에 0.65의 평균자책점으로 현재 팀 내 선발진 가운데 최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이닝당 안타와 볼넷 평균인 WHIP도 0.91로 리그 정상급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팀 내에 이미 막강 선발 3인방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에이스 잭 플래허티는 3승1패 3.08, 2선발 다코타 허드슨은 3승2패 2.92, 39세이지만 투혼을 불사르는 3선발 아담 웨인라이트는 4승1패 2.91의 안정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플래허티는 24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풀타임 출전 3년 차이고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에서 3경기에 등판한 경험이 있다. 허드슨 역시 26세의 젊은 투수로 지난 2년 사이 플레이오프 2경기에 출장했다. 15년 차 웨인라이트는 긴 경력에 걸맞게 무려 포스트시즌 27경기에 출장했고 4승5패 4세이브 2.81의 뛰어난 이력을 자랑한다. 

즉 3연전으로 치러질 이번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김광현의 선발 등판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며, 불펜 대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의 1차 관문인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통과하면 최대 5경기까지 치러지는 디비전시리즈부터는 선발진에 투입될 확률이 급격히 올라간다. 선발 3인방에게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하지 않는다면, 현재 4선발 자리를 공고히 지키며 그 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김광현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경력에선 대선배지만, 코로나19 치료 후 복귀한 카를로스 마르티네즈가 시즌 3번의 등판에서 2패에 10.32로 부진한 상황이다. 또 다른 선발 가능 요원인 다니엘 폰세 데 레온 역시 평균자책점 6.00을 오르내리는 부진을 보이기 때문에 김광현의 4선발 자리는 비교적 견고하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류현진은 팀 내 절대적 에이스로 포스트시즌에서 토론토의 운명을 어깨에 지고 있다. 그와 달리 선발진이 두터운 세인트루이스에서 김광현의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은 최소한 포스트시즌 1라운드를 통과해야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국내 팬들은 두 선수의 포스트시즌 선발 맞대결을 상상해 보기도 할 것이다. 각자 리그가 다르기 때문에 두 팀 모두 월드시리즈에 진출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배트도 둥글고 야구공도 둥글다. 앞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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