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초선이 건강해야 국회가 건강하다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9.21 09:00
  • 호수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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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초선 의원은 개혁의 상징이었습니다. 처음 국회의원이 됐기에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오는 주역이었습니다. 기존 관행에 과감하게 쓴소리를 하는 도전 의식도 남달랐습니다. 각종 정치 개혁 모임을 만들어 아침에 김밥을 먹으며 개혁안을 연구하는 자세도 다선 의원들과 달랐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초선 의원들은 시대 변화에 맞는 정치의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가는 마중물이었습니다. ‘새내기’들이었지만 한편으로 이들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습니다.

21대 국회 초선 의원은 전체 의원의 절반을 넘는 151명입니다. 그런데 이번 국회는 다른 것 같습니다. 출범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초선 의원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기후변화, 인구 변동, 4차 산업혁명, 젠더와 복지 등 우리가 직면했거나 직면할 주요 어젠다와 관련한 목소리를 듣기 힘듭니다. ‘혁신포럼’ 등의 이름으로 나름 활동하는 경우도 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심에 공감하면서 내부를 향해 변화해야 한다고 외치는 목소리 또한 가뭄에 콩 나듯 합니다. 어떤 경우는 오히려 강경한 흐름을 앞장서서 주도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입니다. “초선 의원은 사라지고 의원만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제21대 국회 초선의원들이 5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21대 국회 초선의원들이 5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일부 초선 의원들과 관련해서는 기존 정치권의 문화를 개혁할 주체는커녕 개혁 대상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다선 의원들보다도 더 강경하게 진영 논리를 대변하는 행태에 더해 법적·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경실련이 “21대 초선 의원들이 후보 시절에 비해 당선 뒤 평균 재산이 10억원 늘었다”고 발표한 것이 상징적입니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어떻게 이렇게 재산 변화가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주택을 분양권이라고 하거나 상가 가격을 줄이거나 아예 빼기도 하고 지분을 누락하는 등 수법도 각양각색입니다. 당사자들은 시간이 없었다거나 실수였다는 등 이유를 대지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정치의 양극화·극단화가 주요 흐름이 되면 다른 요소들은 이에 부속됩니다. 그에 충실한 사람들이 공천을 받고 국회에 진출합니다. 자연히 공천 과정에서 그들에 대한 검증은 소홀할 수밖에 없습니다. 엄정한 칼날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반개혁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세력이 장악하게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눈높이보다는 그 세력의 흐름에 눈도장을 찍은 이들이 공천장을 받습니다. 지금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에 따른 후유증일 것입니다. 결국 정치의 극단화는 여야 모두에게 나아가 국민에게 해를 끼칩니다. 여야는 두 날개이기에 서로 건강하게 경쟁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높입니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의 초선 의원들은 국정에 대한 책임 의식을 더 깊이 가슴에 새겨야 할 것입니다. 특정 세력이나 집단보다는 국민이 공감하는 메시지를 내줬으면 합니다. 상대를 비판하기보다는 내가 잘하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민주당의 윤미향 의원에 대한 당원권 정지, 김홍걸 의원에 대한 윤리감찰단 조사 등을 보며 든 생각입니다. 초선이 건강해야 국회가 건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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