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집콕 생활 ‘앉지 말고 서고 걸어라’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30 10:00
  • 호수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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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유행 속 추석 건강법…스트레칭은 기상 직후와 잠들기 전 15분씩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와 겹친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성묘, 가족모임, 여행을 피하는 가정이 많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신체활동은 예년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맞는 추석 연휴를 건강을 관리하는 시간으로 삼으라고 권장한다. 헬스클럽 등 특정 장소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실내 스트레칭과 동네 둘레길 걷기가 적극 추천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을 줄이기 위해 이번 추석에는 성묘나 가족모임을 삼가는 것이 최우선이다. 두 번째로 할 일은 신체활동 늘리기다. 해마다 추석에 건강이 나빠지는 사람이 많은데 그 이유는 식사량은 늘고 신체활동량은 줄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유행과 겹쳐 그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므로 추석을 신체활동 습관을 붙이는 시기로 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김세중
ⓒ일러스트 김세중

의사들이 첫 번째로 제안하는 신체활동은 앉아 있는 시간 줄이기다. 앉는 순간 우리 몸은 거의 모든 기능을 멈춘다. 근육이 움직이지 않고 혈액순환은 나빠지며 호흡도 옅어지고 호르몬 분비까지 잘 작동하지 않는다. 몸은 움직일 때를 대비해 에너지를 아끼려고 지방 형태로 축적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번 추석에 자가용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려는 사람이 10명 중 9명이다. 교통연구원은 서울과 부산 간 귀성 때 평균 소요시간은 8시간20분, 귀경 때 평균 소요시간은 7시간50분으로 추정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장시간 앉아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어디로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소파에 앉거나 누워 TV를 보는 사람도 많다. 황희정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해외 연구에서 TV를 하루 1시간 고정적으로 볼 때마다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심장병은 물론 당뇨, 비만 등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 여러 연구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는 2002년 오래 앉아 생활하는 습관을 의자병(sitting disease)으로 명명했다. 의자병은 의학적인 진단명은 아니지만 생활습관과 대사증후군의 관계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하루 7~8시간 이상 앉아 생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병들을 통칭한다.

WHO(세계보건기구)는 2009년 인류의 사망 원인 4위로 ‘신체활동 부족’을 지목하고 신체활동이 부족해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320만 명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사망 위험이 커지므로 기대 수명도 줄어든다. 2012년 호주 퀸즐랜드대학은 1시간 앉아 TV를 보는 동안 22분씩 기대 수명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하루 8시간을 앉아 생활한다면 약 3시간의 수명이 단축되는 셈이다.

흔히 앉는 시간이 길어도 꾸준히 운동하면 괜찮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건강 유지에는 운동보다 먼저 앉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여러 연구의 공통된 결론이다. 영국 레스터대학은 2012년 약 8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하루 24시간 중 50~70%를 앉아 생활하는 사람은 당뇨와 심장혈관질환 위험이 2배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오래 앉아 생활하면 정기적으로 운동하더라도 발병 위험이 낮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

실내에서 앉지 말고 서 있기라도 하기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서 있기만 해도 척추, 어깨, 목의 근육이 풀리고 복부, 엉덩이, 허벅지 근육에 힘이 들어가면서 탄탄해진다. 비만 예방 효과도 볼 수 있다. 영국 체스터대학 존 버클리 연구팀은 직장인 10명에게 하루 앉아 있는 시간 중에서 3시간만이라도 서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연간 3만kcal의 열량을 소비해 약 3.6kg의 체중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앉으면 몸이 한없이 처지면서 더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서 있으면 청소를 하든 요리를 하든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게 된다. 서서 몸을 움직이면 신체활동량은 더 늘어나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여기에다 식습관까지 개선하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주축이 된 국민건강지식센터는 의사, 식품영양학자, 체육교육학자 등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2014년과 2015년 직장인의 생활습관 바꾸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3개월(약 10주) 동안 2가지 신체활동을 늘리고 식습관을 개선했더니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A사의 직원 100명 중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이 26명에서 17명으로 줄어들었다. B사의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28.7%에서 20.7%로 떨어졌다. 한 참가자는 운동으로도 줄어들지 않던 허리둘레가 신체활동량을 늘린 후 1.7cm 줄어드는 경험도 했다. 단기간(10주)에 허리둘레가 1.4~3.1cm 줄어들고 대사증후군 유병률도 8~9%포인트 낮아진 것은 의료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다. 

이들이 실천한 신체활동은 NEAT(비운동성 활동 열 생성)다. NEAT란 매일 꾸준히 운동하는 습관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다면 평소 신체활동량을 늘려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법이다. NEAT 실천법은 다양하다. 휴대전화로 통화할 때마다 걸어 다니면 된다. 휴지통이나 물 등 필요한 물건을 되도록 책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일어선다. 가정에서 물건을 살 때도 인터넷 쇼핑보다 집 근처 마트를 이용한다. TV를 보면서 청소하거나 벽에 손을 짚고 팔굽혀펴기를 할 수도 있다. 양치질할 때 스쿼트를 하는 방법도 있다. 엘리베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NEAT다. 

WHO도 가정에서 건강을 챙기는 방법(Health at home)을 제시하면서 그 첫 번째로 신체활동을 꼽았다. 실내라도 무언가를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건강에 이롭다는 판단이다. WHO는 30분마다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이라도 할 것을 권고한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앉는 행동이 건강에 좋지 않은 이유는 움직이지 않고 한 자세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1시간 일하고 5분만 일어서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를 할 것을 추천한다. 코로나19는 내년 중반까지 이어질 것이므로 앞으로 맨손체조와 같은 실내 신체활동을 늘리는 생활습관이 더 필요해질 것이다. 젊은 사람은 서킷 트레이닝을 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서킷 트레이닝은 서킷이라는 낱말이 뜻하듯이 한 가지 운동에서 다른 운동으로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유기적으로 바꿔가며 신체의 각 부분을 단련하는 운동을 의미한다. 

그래도 앉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유튜브나 운동 앱을 이용해 볼 수도 있다. 쉬운 동작이 나오는 운동 동영상을 보면서 따라 하면 된다. 또 음악을 틀어놓고 가볍게 춤을 추는 동작도 좋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외출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집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www.kspo.or.kr)를 통해 국가대표 등이 시범을 보이는 ‘슬기로운 실내건강운동’ 동영상 10여 가지를 제공하고 있다. 

 

실외에서는 동네 둘레길 빠르게 걷기 

그래도 매일 집에서만 생활하기란 쉽지 않다. 신체도 찌뿌드드하고 기분도 상쾌하지 않다. 이럴 때는 집 밖으로 나가 걷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시간에 자신이 사는 동네 둘레길을 개척한다는 기분으로 집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강재헌 교수는 “유튜브 등에 운동 동영상이 매우 많은데 그것들을 보면서 따라 하기만 해도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집에 실내자전거나 트레드밀 등이 있으면 그것들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종일 집에 있기보다는 이따금 햇볕을 쬐면서 빠른 걸음으로 동네를 둘러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햇볕을 쬐는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건강 유지에 여러모로 유용하다. 특히 근골격계 건강을 위해 햇볕을 받으면서 걷는 것만큼 좋은 운동도 없다. 미국국립보건원 산하 관절염·근골격·피부질환 국립연구소는 2015년 하루 6시간 이상 앉는 여성에겐 1년에 약 1%의 골밀도 손실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또 오래 앉을수록 근육의 힘이 떨어져 디스크나 각종 통증이 자주 발생한다. 

이동훈연세정형외과의원의 이동훈 원장은 “뼈와 근육 건강을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음식과 운동이다. 우유, 치즈, 생선, 두부, 콩, 육류의 간, 계란노른자, 버섯 등을 통해 비타민D와 칼슘을 섭취하는 게 뼈 건강에 좋다. 뼈 건강에는 인(P)도 필요하지만 인이 모자라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인을 과잉 섭취하면 비타민D나 칼슘의 흡수를 방해한다. 따라서 인이 많은 인스턴트식품, 카페인음료, 탄산음료는 피하는 게 좋다. 또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신체 내에서 합성되는데, 1주일에 한 번 20~30분 햇볕을 쬐면 충분하다. 만일 밖으로 나갈 상황이 안 되면 실내 창가에서라도 햇볕을 쬐면 된다”고 말했다. 

근력운동을 위해서는 대퇴사두근, 코어근육, 엉덩이근육 등 큰 근육을 단련하는 스쿼트나 런지 등이 좋으며 근육이 약간 뻐근할 정도로 해야 효과적이다. 이동훈 원장은 “처음에는 맨손으로 스쿼트를 시작하다가 어느 정도 근력이 붙으면 덤벨을 들어 부하를 늘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관절 건강을 위해서는 부하를 걸기보다 스쿼트 횟수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스쿼트와 같은 운동이 부담스럽다면 스트레칭만 해도 근골격 건강을 챙길 수 있다. 기상 직후와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하는 것이 요령이다. 이동훈 원장은 “투자 시간 대비 효과가 가장 큰 운동은 스트레칭이다. 한 번에 15분만 해도 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하는 것이 좋다. 대개 몸을 웅크리고 자고 일어나면 종일 그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아침에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과 뼈가 이완돼 오후에 근육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자기 직전에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어주면 숙면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는 시간보다 깨는 시간을 일정하게 

햇볕을 쬐면서 가볍게 산책만 해도 다리 근육이 피를 짜줘 혈액순환도 좋아진다. 혈액순환이 잘되면 뇌에 많은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돼 새로운 뇌신경을 만들기도 한다. 1999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보면 신체활동은 판단·결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전두엽)에 새로운 뇌신경을 만들어 인지력 감소 위험을 50%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생기는 우울증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루’ 예방에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신체활동이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초기에 약 대신 처방하는 것이 운동과 휴식이다. 운동이란 특정 운동 종목이 아니더라고 생활 속에서 몸 움직임을 많이 하라는 의미다. 요즘은 스포츠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므로 실내에서 몸을 많이 움직일 것을 권한다. 가을과 겨울을 대비해 옷 정리나 청소를 하면 된다. 또 추석 연휴는 걷기 습관을 붙이기에 좋은 기회다. 하루 30분에서 1시간 정도 동네 둘레를 빠르게 걷기만 해도 신체적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 건강에 매우 이롭다”고 설명했다.  

휴식은 소파에 앉거나 누워 TV를 보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수면을 의미한다. 의학적으로 건강 유지에 필요한 수면 시간은 7시간 이상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습관이다. 평소 오전 6시나 7시에 일어난다면 연휴 기간에도 그 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WHO도 정신건강을 위해 가장 강조하는 것이 생활 리듬 유지다. 일어나고 자고 식사하는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라는 것이다. 홍승봉 교수는 “연휴 때는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다소 불규칙해진다. 그래도 수면의 질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거나,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났더라도 오후에 낮잠을 자면 생활 리듬이 깨지고 연휴 후에 일상생활을 시작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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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ㆍ야식 피하고 식후 2시간 후에 잠자리로 

코로나19 유행 속에 맞는 추석 연휴에는 집에서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배달 음식으로 야식을 즐길 기회가 늘어난다. 그리고 바로 잠자리에 들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위 속 내용물이 역류하는 위식도 역류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위식도 역류질환은 위에 있는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가슴 쓰림 또는 가슴 통증, 쉰 목소리, 목 이물감, 삼킴 곤란, 인후통, 기침, 천식, 속쓰림 등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이 유발되는 질환이다. 위산 분비가 촉진되고 역류한 위 속 내용물이 식도 점막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위식도 역류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야식 등 식사 후에 바로 눕는 습관, 과식 등은 피해야 한다. 또 술, 담배,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 고염분식, 커피, 탄산음료, 민트, 초콜릿, 신맛이 나는 주스, 향신료 등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만일 늦은 시간에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면 식후에 바로 눕지 말고 20~30분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통해 소화를 시키고 2~3시간 후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잠을 잘 때도 침대머리를 15도 정도 높이는 게 좋다. 옆으로 누울 때는 왼팔을 아래에 두고 왼쪽으로 눕는 것이 위장의 내용물 역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범진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잠을 잘 때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장의 상부 식도 연결통로가 식도 쪽으로 향하게 돼 음식물이 역류하기 쉬운데 왼쪽으로 누우면 위장의 상부 식도 연결통로가 위쪽 방향을 향하므로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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