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미니대선’] 與, 서울·부산시장 후보 내긴 내야 하는데…
  • 이원석·구민주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9 10:00
  • 호수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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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걱정하는 여당, 당내 분위기는 “그래도 공천해야”

대선 11개월 전, 전체 4400만 유권자 중 1200만 명이 치르게 되는 2021년 4월7일 보궐선거는 ‘미니 대선’으로 불릴 수밖에 없다. 향후 5년 정권의 운명이 결정되는 그 출발점이니만큼, 정치권은 이미 보궐선거 준비로 발걸음이 재다. 4·15 총선 참패 이후 절호의 기회를 얻은 야권에선 출마 희망자들이 하나둘 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은 자당 소속 전임 시장들의 성 비위 의혹으로 선거가 치러지게 된 만큼 아직 움직임이 조심스럽다.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여론도 여전히 적지 않아 향후 거센 비판을 우려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이미 후보군을 물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사저널 박은숙·국회사진취재단
ⓒ시사저널 박은숙·국회사진취재단

여당 분위기는 “그래도 공천할 수밖에”

우선 정치권의 관심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여부에 쏠려 있다. 진상조사 및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모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다. 스스로 만든 규칙대로라면 민주당은 명백히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로 있을 때 만들어진 민주당 당헌 96조 2항을 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당 입장에서 곤혹스러운 상태인 것만은 분명하다. 원칙을 지키자니 대선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야권에 완전히 내준다는 데 부담이 크고, 원칙을 깨자니 필요에 따라 룰을 고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8월 전당대회 때부터 신중론을 견지했던 이낙연 대표와 지도부는 연말까지 논의를 미루겠다는 방침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현재는 정기국회가 있고, 민생문제나 코로나19 예산 등에서 국정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궐선거) 원인 제공을 한 이유에 대한 당내의 어떤 철저한 예방조치나 성과가 쌓이는 시간까지는 공식적 논의는 없을 것”이라며 “연말쯤 가야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내 분위기는 후보를 낼 수밖에 없다는 쪽에 가까운 것으로 감지된다. 한 중진 의원은 “아직까진 공식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수가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며 “워낙 중요한 선거이고 책임을 지더라도 정당이라면 마땅히 선거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고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이 당헌을 바꿔가면서까지 공천할 이유는 또 있다. 귀책사유가 있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에선 자신들이 선거에서 승리할 거라고 보지만 크나큰 착각”이라며 “지지율 등을 통해 민심을 예의주시하며 승산을 파악하고 있는데 국민이 지난 총선처럼 보궐선거에서도 여당을 선택해 줄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철저히 반성하되 오히려 일로써 책임을 다하는 게 맞다”고 했다.

 

“총선 때처럼 국민 선택 받을 것이라 예상”

결국 민주당은 연말까지 공천에 대한 ‘명분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다른 관계자는 “정치는 결국 명분이다. 지금 지도부는 후보를 낼 마땅한 명분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일부터 시작해 당헌을 바꿔 공천을 하게 된다면 우리 당엔 꽤 아픈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누가 민주당 후보로 나설까. 민주당도 공천 여부와 별개로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싱크탱크를 맡고 있는 홍익표 민주연구원장은 9월22일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인물군은 당연히 가지곤 있지만, 아직 그분들 의사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여당 서울시장 후보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주민·우상호 의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거론된다.

먼저 박 장관은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등을 통해 쌓은 인지도가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민주당에서 최근 ‘전임 시장들의 성 비위 의혹에 대한 반성으로 재·보궐 선거에 여성을 공천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박 장관에게 더욱 시선이 쏠린다. 박 장관은 “관심을 가질 만큼 시간이 많지 않다”며 공식적으로는 출마 가능성을 부인했지만, 정가에선 박 장관 측이 서울시장 선거에 관심을 갖고 상황을 살피고 있다고 전해진다.

또 다른 여성으로 추 장관의 이름도 나온다. 다만 최근 정치권 공방의 중심에 서면서 여론이 악화된 만큼 후보로 나서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추 장관이) 최근 일련의 일들 때문에 아무래도 당으로서도, 또 그 스스로도 당장은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하는 건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나서면서 체급을 올렸다고 평가되는 박 의원의 이름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비록 3등에 그쳤지만, ‘새로움’과 ‘혁신’을 지속적으로 외치며 이미지를 굳혔고 국민적 인지도도 낮지 않다. 박 의원도 “한편으론 생각을 한다”며 고민 중임을 드러냈다. 386세대 정치인 중 맏형 격인 우 의원은 일찌감치 2022년 지방선거를 바라보고 서울시장 재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우 의원은 내년 보궐선거와 관련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 의원은 통화에서 “지방선거 때는 확실히 출마를 결심하고 있었는데, 현재는 주변하고 상의 중”이라며 “당에서 방침이 안 정해졌는데 당장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부산시장 후보로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김해영 전 최고위원의 이름이 나온다. 김 사무총장은 서울에서 재선한 뒤 20대 총선에서 부산으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되며 부산시당의 중심이 됐다.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민주당 부산시당 싱크탱크 ‘오륙도연구소’ 수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최고위원은 새롭게 뜨고 있는 ‘젊은 피’다.

김 전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당시 여러 차례 당에 쓴소리하는 모습을 보이며 주목받았다. 김 전 최고위원이 나선다면 확장성이 강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서울과 마찬가지로 부산시장 후보 거론자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당의 공천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본인이 섣부르게 출마를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4월 ‘미니 대선’] 국민의힘은 지금 ‘풍요 속의 빈곤’’ (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576) 기사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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