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월북 경위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에 의해 총살당하고 불태워진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은 “북한의 만행을 강력 규탄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 본부장은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만행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산하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해양수산서기(8급) A씨는 지난 21일 소연평도 남방 1.2마일(2km) 해상에서 실종됐다. 이날 11시30분경 동료들이 그의 실종을 인지했으며, 오후 1시경 상부에 통보돼 정밀 수색을 펼쳤다.
군 당국은 실종 다음 날인 22일 오후 3시30분경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부유물에 탑승해 있는 실종자를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이 포착한 정황을 입수했다. 당시 실종자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측은 방독면을 착용한 채 일정 거리를 둔 상태로 실종자의 표류 경위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같은 날 오후 10시께 북한 해군 단속정이 상부의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방독면과 방호복을 입은 북한 군인이 시신을 바다에서 불태운 것으로 보인다.
군은 실종자가 구명조끼를 입고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월북 경위를 설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을 바탕으로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군은 정보 출처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국방부는 23일 오후 4시45분쯤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북한에 대북통지문을 보내 이에 관련된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으나, 북한 측의 회신은 여전히 없는 상태다.
한편 북한 지역에서 한국 민간인이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은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을 갔던 박왕자 씨 사건 이후 두 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