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보다 고용안정”…현대차 11년 만에 임금 동결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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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조합원 52.8% 찬성…2년 연속 무분규

현대자동차 노사가 11년 만에 기본급(임금)을 동결했다. 기본급 동결은 1998년 외환위기, 2009년 금융위기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코로나 사태로 국내 자동차 시장이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데다 회사 경영 상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5일 실시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수용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52.8%의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실시된 찬반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4만9598명 가운데 4만4460명(투표율 89.6%)이 참여했다. 이날 오전 개표한 결과 2만3479명(52.8%)이 찬성, 2만732명(46.6%)이 반대, 5138명(10.4%)이 기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노사는 지난 21일 열린 13차 교섭에서 임금 동결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8월 13일 오후 울산공장 본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개최하고 있다ⓒ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8월 13일 오후 울산공장 본관에서 올해 임금협상 상견례를 개최하고 있다ⓒ현대자동차​

이에 따라 지난해 임단협에 이어 올해 임금협상까지 2년 연속 무분규로 단체교섭을 마무리하게 됐다. 합의안에는 임금 동결(호봉승급분 별도 인상), 성과급 150%, 신종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우리사주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지급 등이 담겼다. 

노조는 이를 통해 조합원 1인당 평균  830만원 가량 지급받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성과급 가운데 50%와 격려금 120만원은 즉시 지급된다.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은 10월 말, 남은 성과급100%는 12월 말에 지급될 예정이다. 

 

현대차 노사, 자동차산업 위기 극복 ‘사회적 선언문 채택’

현대차 노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위기 상황과 자동차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경영 실적과 기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감안해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특히 노사는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문도 채택했다.

현대차 노사는 자동차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적 선언문도 채택했다ⓒ현대자동차
현대차 노사는 자동차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적 선언문도 채택했다ⓒ현대자동차

국내공장의 미래 경쟁력 확보와 재직자 고용안정, 전동차 확대 등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 대응, 고객ㆍ국민과 함께하는 노사관계 실현, 부품협력사 상생 지원, 품질 향상을 통한 고객만족 실현 등을 위한 공동 노력을 약속했다.

노사는 앞서 교섭을 시작한 지 불과 40일 만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난 2009년 임단협(38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짧은 기간 안에 노사가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임금협상 타결을 토대로 노사가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고, 협력사와의 동반 생존을 일궈 나가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노사는 28일 하언태 사장과 이상수 노조 지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짓는 조인식을 갖는다.

 

현대차 임금 동결, 다른 완성차 업계에도 긍정적 영향 미칠 듯 

현대차 노조가 신종 코로나19 위기 등을 고려해 2년 연속 무분규 임금 타결을 선택하면서 나머지 완성차 업계의 임단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기아차 노사의 임단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사간 입장차가 크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통상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기아차의 임단협이 진행됐던 점을 고려해 현대차의 이번 투표 결과가 기아차의 임금협상 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경우 대표 노조의 민주노총 산별노조 가입이 무산된 데다 현 집행부의 임기가 11월 만료되는 만큼 협상 동력이 사실상 떨어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노사는 아직 실무교섭 단계지만 협상에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노조의 반발에도 사측은 생산량 조절과 수출 물량 생산 설비 추가 등을 위해 다음 달 18일까지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간이 필요할 뿐,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는 분위기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노사가 한마음으로 XM3의 지속적인 해외 시장 성공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GM이 가장 난항이 예상되는 곳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한국GM 노사의 임단협과 관련한 쟁의 조정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으로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사 양측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사측에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실적 부진에 이어 임단협 악재까지 겹쳐 일각에서는 GM의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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