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찾아온 복통? 대장게실염 의심해보라 [강재헌의 생생건강]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3 11:00
  • 호수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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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소 부족으로 대장 내 압력이 증가한 것이 원인 

한 30대 중반 남성은 3일 동안 오른쪽 아랫배에서 당기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움직일 때마다 통증은 더 심해졌다. 급성 충수돌기염이 의심돼 병원 응급실에서 진찰과 검사를 받은 결과는 대장게실염이었다.

대장게실은 대장 벽의 일부가 약해져 대장 밖으로 볼록하게 탈출한 작은 주머니를 말한다. 40세 이후에 더 흔하며 의학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은 드물다. 하나 이상의 대장게실에 염증이 생기거나 감염되는 경우를 대장게실염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대장게실염 환자는 2010년 3만2317명에서 2019년 5만9457명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인다.

대장게실염의 위험요인으로는 연령 증가, 비만, 흡연, 운동 부족 그리고 동물성 지방이 많고 식이섬유가 적은 식사 습관 등이 있다. 섬유소가 부족한 식사는 대변의 양을 적게 하고 변비를 유발한다. 이때 장 근육이 약하다면 장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게실을 초래할 수 있다. 정상적이라면 대변은 장 근육의 연동운동에 의해 이동하는데 음식에 식이섬유가 부족하면 변이 건조하고 작아 제대로 연동운동이 이뤄지지 못한다. 

따라서 장의 근육은 더욱 강하게 수축하고 높은 압력이 형성된다. 이 압력 때문에 장벽의 약한 부위를 통해 점막이 밀려 나온다. 이렇게 해서 생긴 주머니가 바로 게실이다. 이 외에도 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 등 약물 복용도 대장게실염의 발생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대장게실염의 임상 양상은 다양해 복통, 발열, 구역, 변비나 설사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화농성 염증으로 인해 고름이 생기는 농양, 대장 벽에 구멍이 생기는 천공, 대장이 막히는 폐색 등으로 진행할 수 있다. 천공으로 진단된 게실염 환자의 12~36%는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하고 빠르게 진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게실염 방치하면 누공 등 합병증 위험

따라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복통이 발열, 변비나 설사를 동반해 지속된다면 바로 병의원을 찾아 진찰을 받아야 한다. 급성 대장게실염 환자의 약 4분의 1에서는 농양, 장폐색, 복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의원에서는 진찰과 함께 혈액검사, 소변검사, 대변검사 등을 진행하고 대장게실염이 의심될 경우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로 염증이 있거나 감염된 게실을 찾아내 대장게실염을 진단한다. 

치료법은 증상과 징후에 따라 달라지는데 합병증이 없는 대장게실염은 항생제 투약으로 치료하게 된다. 하지만 누공(장기와 장기 사이에 생긴 통로), 천공, 폐색 등 합병증이 생긴 경우나 대장게실염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경우 수술적 치료를 할 수 있다.

대장게실과 대장게실염은 고지방·저섬유질 식사를 하는 서구인에게 많이 생기는 질환이었다. 하지만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식품 소비가 증가하는 가운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인에게도 드물지 않은 질환이 돼 가고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체중 조절, 규칙적인 운동, 금연을 실천한다면 대장게실과 대장게실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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