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 더 기대되는 류현진과 김광현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4 15:00
  • 호수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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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팀 내 에이스 위치 더욱 공고해질 듯
김광현, 3~4선발 확보 무난할 전망

류현진과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은 아름답게 막을 내렸다. 그리고 두 선수 모두 큰 기대를 모았던 포스트시즌 등판에서는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 류현진은 예상과 달리 탬파베이 레이스와의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1차전이 아닌, 2차전에 선발 출격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보여준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인 뉴욕 양키스전의 호투 탓이었다. 7이닝을 던지며 투구수 100개를 기록해 팀에서 하루 더 휴식을 주기 위함이었다. 

사실 거의 모든 전문가는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가 엄청난 토론토에서 류현진의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은 포스트시즌 1차전 선발 등판을 위한 컨디션 조절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오히려 시즌 최다 이닝과 투구수를 기록한 것이다. 와일드카드 시리즈 1차전을 패하면서 벼랑 끝에 몰린 토론토는 결국 2차전에서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2연패로 탈락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믿었던 류현진은 1과 2/3이닝밖에 버티지 못했고, 피안타 8개에 7실점 3자책을 기록하며 씁쓸히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은 행운과 아쉬움이 교차한 첫 포스트시즌 경험을 했다. 원래 예상은 팀 내 4선발인 김광현이 최대 3차전까지 치러지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선발 등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정규시즌 종료 하루를 앞두고 2선발 다코타 허드슨이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김광현은 결국 1차전 선발이라는 엄청난 영예와 부담을 동시에 안게 됐다. 3과 2/3이닝만을 소화하며 3실점을 기록했지만 다행히 팀은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리즈 최종 결과는 1승2패로 세인트루이스 역시 탈락이었다.

9월30일(현지시간) 토론토의 류현진이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 탬파베이에 2회 2점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AP연합
9월30일(현지시간) 토론토의 류현진이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 탬파베이에 2회 2점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AP연합

토론토, 거물급 FA 영입이나 트레이드 여부가 관건

이제 이들의 2020시즌은 막을 내렸다. 어느 정도의 휴식기를 가진 후 내년 시즌 준비를 해야 한다. 둘 다 시즌 마무리가 썩 개운치는 못했지만, 일단 내년 시즌의 전망은 비교적 밝은 편이다.

먼저 류현진의 에이스 위치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토론토의 올 시즌 선발투수 평균자책점은 4.55로 전체 16위 수준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2.69라는 성적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4위에 올랐고, 12번의 선발 등판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그를 제외하고 팀 내에서 안정적인 성적을 거둔 선발투수로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넘어와 6경기에 등판하며 1.37을 기록한 타이완 워커 외에는 어느 누구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2·3선발 역할을 기대했던 태너 로아크와 체이스 앤더슨은 각각 6점대, 7점대 평균자책점을 보이며 시즌 후반 선발진에서 아예 밀려났다. 매트 슈메이커가 그나마 4.71을 기록했지만 어깨 부상으로 6경기 등판에 그쳤다. 100마일(약 161km)의 빠른 볼로 차세대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네이트 피어슨은 선발 네 경기 등판 후 팔꿈치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사실상 전력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와 선발진의 반전을 노렸던 로스 스트리플링과 로비 레이 역시 선발진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내년 시즌 토론토 선발 로테이션 전망 역시 현재로선 류현진, 로아크, 피어슨 정도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보인다. 로아크는 실망스러웠지만 계약기간이 내년까지라 트레이드나 방출하지 않는 한 움직이기 어렵다. 피어슨에게는 스프링 트레이닝을 통해 다시 선발의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팀옵션이 걸려 있는 앤더슨에 대해 옵션 발동 가능성은 낮다. 워커와 레이 그리고 슈메이커는 FA 자격을 받아 팀 잔류 여부가 불투명하다. 스트리플링은 토론토 이적 후 선발로서 보인 모습이 실망스러워 일단 내년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선발 경쟁에 다시 뛰어들어야 한다. 

결국 내부적으로 FA가 되는 3명의 선수 중 한둘을 잡아 앉히고, 부상에서 돌아올 트렌트 손튼 정도가 선발 후보군에 들 것으로 보인다. 혹은 이번 시즌 불펜에서 롱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던 토머스 해치나 신예 TJ 주크, 패트릭 머피 등도 선발 진입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즉 이번 겨울 거물급 FA 영입이나 대형 트레이드가 일어나지 않는 한 현재 거론된 선수들 중 어느 누구도 에이스 류현진의 위치를 위협할 선수는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포스트시즌의 부진함도 그의 위상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란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9월30일(현지시간) 토론토의 류현진이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서 탬파베이에 2회 2점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AP연합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 ⓒAP연합

김광현, 호투 불구 신인왕 수상 경쟁력은 다소 밀려

데뷔 첫해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1점대 평균자책점의 선발 호투를 기록한 김광현은 내년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그의 활약은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까지 거론될 정도다. 물론 쉽지는 않다. 경쟁자들 역시 만만치 않은 탓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제이크 크로넨워스는 60경기 중 5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5, 4홈런 20타점에 모든 내야 포지션까지 소화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3루수 알렉 봄은 살짝 늦게 데뷔했지만 44경기에서 0.338, 4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투수 중엔 마이애미 말린스의 식스토 산체스가 3승2패 3.46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이언 앤더슨도 같은 승패지만 1.95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이들 선발투수보다 더 위협적일 수 있는 선수가 밀워키 브루어스의 셋업맨 데빈 윌리엄스다. 22경기 등판, 4승1패 0.33의 성적은 가히 압도적이다. 8경기(39이닝) 등판에 3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한 김광현의 기록도 이들과 견주어 결코 뒤떨어지지 않지만, 규정이닝을 못 채운 게 약점이다. 현지 분위기는 시즌 내내 주전으로 꾸준함을 보였던 크로넨워스에게 눈길이 많이 가는 상황이다.

김광현의 올 시즌 호투는 내년 선발 로테이션 재합류 가능성을 대폭 높였다. 우선 기존의 2선발 다코타 허드슨은 팔꿈치 인대 이식 수술로 내년 합류가 어렵다. 그렇다면 베테랑이자 팀 리더 애덤 웨인라이트와의 재계약과 올해 선발 재진입에 실패한 카를로스 마르티네즈의 쓰임새를 봐야 한다. 현재 확실한 선수는 에이스 잭 플래허티와 부상에서 돌아올 마일스 마이콜라스 정도다. 그리고 3선발 후보가 김광현이다. 만약 팀이 웨인라이트와 재계약을 한다면 김광현이 4선발이 될 수도 있다. 그 뒤의 경쟁은 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다시 선발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마르티네즈를 필두로 어스틴 곰버, 대니엘 폰세 데 레온과 같은 베테랑과 신예 코디 위틀리, 제이크 우드포드, 요한 오비에도, 세스 엘리지, 매튜 리버토어 같은 선수들이 경쟁할 것이다. 

한 살 터울로 KBO리그를 대표했던 라이벌 류현진과 김광현. 올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두 선수 모두 포스트시즌에 대한 아쉬움은 남겠지만, 성공적인 올 시즌을 보낸 만큼 한국에서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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