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_창업] 코로나19 시대의 자영업 폐업과 재기 전략
  • 김상훈 창업통tv 대표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3 08:00
  • 호수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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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재창업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코로나 시대의 후유증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자영업 시장이다. 폐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7월 국세청이 발표한 ‘2020년 국세통계 1차 조기공개’ 자료를 살폈다. 지난 한 해 동안 폐업신고를 한 사업자는 92만2159명에 달했다. 같은 해 신규 창업자 수인 131만6360명과 비교되는 수치다. 자영업에 속하는 개인사업자 기준으로는 총 사업자 704만3264명 중 폐업자 수가 85만2572명으로 집계됐다. 그해 신규 창업한 개인사업자 수는 117만8769명이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자영업 폐업자 수는 매년 증가일로를 보여주고 있다. 창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과 상반되는 수치다. 아마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올해 말 기준 자영업 통계자료는 보지 않아도 짐작할 만하다. 개인사업 폐업자 수는 100만 명을 훌쩍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영업 시장은 코로나로 인해 격변기로 치닫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중구 명동의 문 닫은 상점 유리창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의 문 닫은 상점 유리창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국내 자영업 폐업 증가의 근본 원인은?

그렇다면 국내 자영업 폐업 증가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 1차적인 원인은 코로나 방역과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우리나라 국민들, 즉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다. 대면소비가 줄어듦으로써 매출 감소를 겪는 가게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오프라인에 의존하던 가게들은 월세나 인건비 같은 고정비용을 부담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내 자영업 시장은 2000년 이후 지속적인 양적 팽창이 이어졌다. 수요층은 늘지 않는데, 가게만 늘어난다면 궁극적으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시장의 급팽창, 500개에 달하는 대형 할인마트 공세, 매머드급 복합쇼핑몰의 지속적 출점, 거기다가 최근엔 홈쇼핑 채널이 자영업 영토를 꾸준히 침범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외국계 사모펀드를 등에 업은 다점포 프랜차이즈 증가로 인해 자영업 시장의 양적 팽창은 가속화되고 있다. 결국 코로나를 계기로 자영업 폐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폐업 이후의 삶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대략 4~5가지 방향이 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취업의 문을 노크하는 길이다. 하지만 청년 창업자들과 달리 중장년 창업자들은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재창업 시장을 다시 쳐다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귀농·귀촌·귀어 등 시골에 내려가는 일, 그곳에서 시골창업을 진행하는 이들도 있다. 예전 같으면 사업에 실패하면 동남아 등 해외로 가는 이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이마저 녹록지 않다. 자영업자 중 일부는 폐업의 상처로 기초생활수급자로 내려앉는 이들도 있다.

폐업자들의 선택지는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재창업인 경우가 가장 많다. 현실적으로 재기를 노리는 자영업 사장님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창업을 둘러싼 사업환경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투자비용이 여유롭지 않다.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그대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다수는 후다닥 재창업을 서두르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곤 한다. 하지만 섣부른 재창업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특히 타인의 자금을 투자받아 재창업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기간 내에 실패를 만회하려 한다는 점이다.

재창업의 로드맵은 차분하게 진행돼야 한다. 빅 아이템을 찾기보다는 상권 입지와 함께 저평가된 점포 경쟁력을 먼저 살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재창업을 위한 틈새 아이템 선정, 상권 입지 및 점포 결정 하나까지 시행착오를 줄이는 측면에서 전문가 집단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는 등 다면평가 후 최종 액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귀농과 귀촌, 귀어 등 시골창업으로 선회하는 이들도 있다. 시골창업의 조건은 시골에 지역적 기반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로 양분된다. 시골 고향집이라도 있는 이들의 경우 얼마든지 귀촌 개념으로 접근한 다음 시골창업을 기획해 볼 수 있는 기회요인도 있다. 하지만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귀농·귀촌했다가 실패한 사례는 이미 많이 알려진 바 있다. 이 때문에 시골창업을 실행하기 전에 면밀한 시장조사, 농업기술센터 같은 기관에서 충분한 전문기술 습득 과정 등을 거쳐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폐업 후 인생 로드맵의 새판 짜기 필요

폐업 후 그냥 쉬겠다는 이들도 있다. 최근 폐업을 결정한 60대 중반의 한 창업자는 이후 여가를 즐기며 말년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의 경우 자녀들은 이미 결혼도 했고, 60대 부부만 향후 황혼인생을 잘 살아가면 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과 부족한 자금은 아파트를 은행에 맡겨 모기지론으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개인 삶의 가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훈수 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쉴 때는 충분히 쉬고,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제는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일, 일로서의 창업, 소일거리로서의 창업시장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창업과 폐업은 매우 가까이 맞닿아 있다. 필자 역시 24년 차 사업자지만, 지금까지 몇 번의 폐업신고를 한 적이 있다. 폐업 당사자가 된다면 일단 폐업 후 2~3개월은 푹 쉬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당장 먹고살아야 하기에 폐업하자마자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하는 이가 많다. 빠른 시간 안에 이전 사업에 대한 실패를 만회하려고 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문제는 그러다가 더 큰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매우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폐업 당사자라면 현실적인 인생의 눈높이 교정부터 필요하다. ‘나’를 성찰하면서 차분히 시장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는 얘기다. 동시에 향후 인생 로드맵을 다시 점검하고 재기의 계획을 정리한 다음 힘찬 액션을 취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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