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호남·제주 관할 전라감영 70년만에 복원
  • 정성환·전용찬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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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한국전쟁 때 폭발사고로 소실
옛 도청사 철거 후 104억원 들여 복원
“전라감영, 전주 자긍심과 미래 복원”

조선왕조 500년 동안 호남과 제주를 관할했던 전라감영이 한국전쟁 때 폭발로 완전히 사라진 지 70년 만에 복원돼 개방됐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7일 오후 1951년 6.25전쟁 당시 소실됐던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공사를 마무리하고 기념식을 가졌다. ‘찬란한 꽃, 천년의 열매-전라감영’을 주제로 열린 이날 기념식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최소의 인원만 참석해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전주시와 전북도는 10월 7일 오후 ‘찬란한 꽃, 천년의 열매-전라감영’을 주제로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 기념식을 열었다. 사진은 복원된 전라감영. ⓒ연합뉴스
전주시와 전북도는 10월 7일 오후 ‘찬란한 꽃, 천년의 열매-전라감영’을 주제로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 기념식을 열었다. 사진은 복원된 전라감영. ⓒ연합뉴스

선화당·관풍각·연신당 등 7개 핵심 건물 위풍 되찾아

전라감영은 전북과 광주·전남, 제주를 관할한 전라도 최고의 지방통치 행정기구였다. 전라감영(1만6000여㎡)의 1단계 복원 공사는 지난 2017년부터 104억원을 투입해 진행됐다. 이번 복원사업으로 전라감영의 중심건물로 감사가 집무를 보던 선화당과 감사 가족의 처소 내아, 내아행랑, 누각인 관풍각, 감사의 처소인 연신당, 내삼문, 외행랑 등 핵심 건물 7동이 제 모습을 찾았다.

전라감영은 애초 25개의 시설이 있었지만 이번 1차 사업은 부지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3분의 1 규모에 그쳤다. 감영 복원에는 모두 국내산 자재만 사용하고 전통 제작기법이 동원됐다. 모든 건축물은 철저하게 고증에 따라 복원됐다. 복원된 감영의 활용방안은 논의를 거쳐 방향과 콘텐츠를 결정할 계획이다. 전주시는 전라감영 서쪽 부지 등에 대한 2단계 복원을 검토 중이다. 

전북의 숙원이던 전라감영 1단계 복원 공사가 마무리돼 도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관광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전주시는 전라감영을 중심으로 연간 1000만 명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과 풍패지관(豊沛之館, 조선시대 객사) 등을 잇는 관광벨트를 구축, 옛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을 계획이다. 복원된 전라감영은 애초 기념식을 기점으로 민간에 개방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추후 개방하기로 했다.

​10월 7일 오후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 기념식에서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승수 전주시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전주시​
​10월 7일 오후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 기념식에서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승수 전주시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전주시​

전북·전남·광주·제주 지자체장 축하

기념식은 1884년 미국 임시 대리공사인 조지 클레이튼 포크가 전라감영 방문 당시 선보인 ‘승전무’ 공연으로 시작했다. 전라감사를 지낸 이석표의 ‘호남일기(湖南日記)’에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전라감사 업무 인수인계식도 재연됐다. 전라감사의 집무실이자 전라감영의 상징인 선화당 등 핵심건물의 현판 제막식도 열렸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이날 축사를 통해 “전라감영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글귀 ‘(국가군저 개고호남)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새긴 기념비는 전라도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해, 전북인의 자존의식을 한층 드높일 것”이라며 “전라감영 복원은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전북 자존 시대를 여는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며, 조선시대 전라감영을 온전히 되살릴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전라감영 앞에 세워진 기념비에 새겨진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 호남이 없었다면 나라도 없었을 것)’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글귀는 송 지사 선친인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이 쓴 필체를 그대로 옮겼다. 

​‘찬란한 꽃, 천년의 열매-전라감영’을 주제로 10월 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라감영에서 열린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 기념식에서 김승수 전주시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전주시​
​‘찬란한 꽃, 천년의 열매-전라감영’을 주제로 10월 7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라감영에서 열린 전라감영 재창조 복원 기념식에서 김승수 전주시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전주시​

김영록 전남지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전라감영이 복원된 뜻깊은 역사적 순간에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앞으로 전라감영에 오셔서 이곳이 조선왕조의 발상지임을 확인하고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고 말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환영사를 통해 “도청사 이전부터 약 20년 동안 진행된 전라감영 복원사업에는 건축, 도시재생, 콘텐츠 분야 전문가는 물론 다수의 시민과 함께 토론을 통해 복원의 방향을 설정해 왔다”며 “복원된 전라감영은 전주의 자긍심이자 구도심 문화심장터 100만 평의 심장부로 자리매김할 것이며, 전주의 미래가 담긴 핵심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용섭 광주시장,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영상을 통해 전라감영 복원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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