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北피격 후 소각영상 확보했지만…‘시신’ 여부 안갯속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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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시 불빛 관측 영상·사진 확보
첩보에 ‘월북’ 의미 단어 있지만 ‘시신’은 없어
원인철 합참의장이 8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합동참모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원인철 합참의장이 8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합동참모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아무개(47)씨를 총격한 뒤 소각하는 장면으로 추정되는 '불빛 관측' 영상과 사진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소각 행위가 북한의 주장대로 '물체'를 대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정부 초기 발표대로 '시신'을 태운 것인지에 대해선 여전히 안갯속이다.   

원인철 합참의장은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이씨를 총살한 이후 소각하는 과정에서 관찰된 영상을 확보했으며, 감청 등에서 '시신'을 의미하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 의장은 '북한군 감청에서 시신·사체라는 단어가 나왔느냐'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그런 내용의 단어는 없었다"고 답했다. 하 의원이 '뭘 태우긴 태웠는데 시신, 사체라는 단어는 없었다는 것이냐'고 되묻자 "네"라고 답했다.

원 의장은 '유해', '죽은 사람' 등 시신과 유사한 의미의 단어도 없었냐는 계속된 질의에 "정황상 이해할 수 있는 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그런 단어는 없었다"고 말했다. 

원 의장은 이 '정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당초 군 당국은 지난달 24일 북한군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을 총살한 후 시신에 기름을 뿌리고 불태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이 부유물만 태운 것이라며 우리 정부 발표를 반박했고, 현재까지 해상에서 시신 수습이 되지 않으면서 사실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원 의장은 군 첩보에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는 명확히 포착됐다고 확인했다.

그는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 있었냐'는 질문에 "그 단어는 있었다"고 말했다. '희생자의 육성이 있냐'는 질문에 "상식적으로 우리가 희생자의 육성을 들을 순 없다"고 답했다. 북한군들이 주고받은 대화 속에서 '월북'을 의미하는 단어를 군이 감청했다는 의미다.

이날 국감에서는 북한이 이씨에게 총격을 가한 뒤 소각 행위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불빛이 촬영된 사진이 있다는 사실도 처음 공식 확인됐다.

원 의장은 '시신이 40분간 탔다고 하는데 영상이 있는 걸로 안다. 의장은 영상을 봤느냐'는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사진으로 조금 찍힌 거만 봤다"고 인정했다. 영상은 못 봤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시신소각 영상이 아니고 불빛 관측한 영상인데 영상은 못 봤고 사진을 봤다"고 거듭 설명했다.

합참 정보본부장은 "의장이 답변한 수준으로 저도 확인을 했다"고 답한 뒤 '영상을 안봤으면 정보본부장이 아니죠'라는 지적에 "확인했다"고 답했다.

군은 지난달 북한군 피격 사건 발표 당시 연평도 감시장비를 통해 지난달 22일 오후 10시11분께 '불빛'이 관측됐다고 밝혔지만, 이를 영상이나 사진으로 확보하고 있는지는 함구해왔다.

군 당국이 영상과 사진 등 자료 확보를 공식화 함에 따라, 야당은 이 자료에 대한 공개를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국감 정회 직전 SI(Special Intelligence·감청 등에 의한 특별취급 정보) 첩보 공개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민홍철 국방위원장은 '영상은 SI가 아닌거 같다'고 했고, 원 의장 역시 'SI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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