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NKDB, 정부 계약 어기고 탈북주민 개인정보 무단 보관”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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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어…개선해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통일부와의 계약을 어기고 북한이탈주민의 개인 정보를 보관해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통일부와의 용역 계역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 조사 완료 후 관련 자료를 삭제 및 폐기해야한다는 조항이 있음에도 이를 어기고 자료를 보관해왔다는 것이다.

12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통일부와 NKDB는 해마다 하나원에 입소한 북한이탈주민으로 대상으로 하는 ‘북한에서의 인권피해 실태조사’ 실시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해왔다. NKDB는 북한이탈주민이 경험한 인권피해사례 및 종교의 자유 문제, 마약 사용 및 처벌 사례, 북한의 구금시설, 공개처형 등에 대한 광범위한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NKDB는 이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의 개인정보도 수집하고 있다. ‘작성자 기본 항목’을 보면 입소자의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 입국일뿐만 아니라 북한에서의 출생지와 거주지, 탈북직전 거주지와 학력 등을 자세하게 기록하도록 돼 있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NKDB는 해마다 ‘북한인권백서’를 시중에 발간하기도 했다.

통일부와 NKDB는 연구 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보안 책임 조항을 마련했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통일부-NKDB 간 용역 계약서에 따르면, NKDB는 설문을 완료한 후 모든 자료를 통일부에 제출해야 한다. 또한 설문 자료 제출이 완료된 후 180일 이내에 모든 자료를 폐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사 데이터가 삭제되지 않고 NKDB 측이 보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보호가 필요한 북한이탈주민의 개인정보가 민간단체에 쌓여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2차 가공정보까지 생산해내고 있다”며 통일부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도 NKDB가 통일부와의 계약내용 위반 내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장인 조지훈 변호사는 “(NKDB가) 계약위반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사단법인이 개인정보를 축적·보관 및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용역계약은 없다”며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 진행한 하나원에서의 조사자료는 모두 파기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문에 응한) 하나원 입소자들도 정부가 진행하는 조사라 생각하고 조사에 동의했을 것”이라며 “민간단체인 NKDB가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NKDB 측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데이터를 삭제하지 않고 보관해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통일부와의 구두 협의를 통해 이미 해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NKDB 관계자는 “조사결과를 다른 연구목적에 쓸 수 있다는 구두 협의를 이미 했으며, 모든 데이터가 절대 유출될 수 없도록 보안체계를 강화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2008년부터 통일부와 계약을 맺어왔는데, 통일부도 무조건 계약 위반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당시 담당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통일부에서도 데이터가 축적된 것을 알았음에도 왜 이제야 문제를 삼는지 의문”이라며 “올해 8월부터 시행된 개인정보보호법상 문제가 없는지는 자체적으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측은 NKDB가 주장한 ‘구두 협의’는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NKDB와의 연구용역은 모두 계약서에 근거해 진행해 왔다. 계약서대로 조사완료 후 데이터를 파기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두 합의’를 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개인정보 보관과 관련된 별도의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를 제기한 이재정 의원은 “하나원에 입소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NKDB의 조사는 정부가 예외적으로 승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국가기관이 아니라 민간단체에 민감한 개인정보가 쌓여있다는 것은 큰 문제이며, 그 자체로 권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후 북한인권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인권침해, 정보의 남용 가능성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법을 위반한 정황이 여럿 드러났다. 북한이탈 주민의 불안한 지위를 악용한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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