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페트병 뚜껑 고리’ 안 남기는 신기술 나왔다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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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스월드 특허 출원 “재활용·위생성 대폭 개선”
환경부 ‘폐페트병 분리배출제’에도 도움 기대
생수병들이 분리수거돼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페트병이 분리수거돼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무심코 버리는 ‘페트병 뚜껑 고리’가 우리 환경과 산업에 큰 피해를 준다.” 

페트병 뚜껑을 개봉할 때 ‘뚜껑 고리’가 함께 떨어지게 하는 신기술이 개발됐다. 작은 기술 같지만, 분리수거와 재활용, 환경 보호, 일회용품 위생성 등에 획기적인 개선을 불러올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 개발 업체 이에스월드는 10월13일 “페트병 고정링(뚜껑 아래에 붙은 고리)이 뚜껑과 함께 분리되는 ‘일체형 뚜껑’을 개발(발명자 오나래, 박수현)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로 올해 7월 국내 특허를, 이달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국제 특허를 출원했다고 이에스월드 측은 전했다. 

뚜껑 열면서 고정링도 함께 분리 

기존 페트병은 열 때 뚜껑이 고정링에서 떨어져 나가는 구조다. 병목에 단단하게 고정된 채 남은 플라스틱 재질 고리는 분리수거, 위생 등 측면에서 여러 불편함을 야기했다. 

기존 ‘분리형 뚜껑’(왼쪽)과 이에스월드가 개발한 ‘일체형 뚜껑’(오른쪽) ⓒ 이에스월드 제공
기존 ‘분리형 뚜껑’(왼쪽)과 이에스월드가 개발한 ‘일체형 뚜껑’(오른쪽) ⓒ 이에스월드 제공
일체형 뚜껑 ⓒ 이에스월드 제공
일체형 뚜껑 ⓒ 이에스월드 제공

무엇보다 재활용을 어렵게 했다. 음료나 생수용 무색·투명 페트병은 의료용 섬유 등 고품질 재생 원료로 재활용 가능하다. 그러나 폐페트병에 라벨, 플라스틱 고정링 등 이물질이 섞이면 재생 원료로 적합하지 않거나 추가 공정이 필요하게 된다. 간혹 고정링이 제거되지 않은 폐페트병이 바다로 흘러가 해양생물의 입을 틀어막고 목숨까지 빼앗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스월드의 일체형 뚜껑이 상용화되면 분리수거상 문제가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투명 폐페트병 분리배출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부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 투명 폐페트병 분리배출이 정착될 경우 현재 연간 2만2000t에 달하는 폐페트병 수입이 줄고 2022년엔 연 10만t에 달하는 국내 폐페트병을 재활용할 수 있다.   

페트병 생수를 마시고 있는 어린이 ⓒ pixabay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마시고 있는 어린이 ⓒ pixabay

일체형 뚜껑은 입술에 고정링이 닿는 상황을 방지해 위생적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기존 사용자들은 음료·생수 페트병 개봉 시 뚜껑과 함께 외부에 노출돼 있었던 고정링에 불가피하게 입을 댈 수밖에 없었다. 이 밖에 뚜껑을 열었다가 다시 닫을 땐 일체형 뚜껑이 기존 제품보다 더 쉽고 견고하게 잠긴다는 설명이다. 뚜껑-고정링 연결 부위의 일부만 절단되게 하는 핵심 기술 덕분이다.   

박차철 이에스월드 대표는 “기존 페트병 뚜껑과 사용 방법이 똑같은데, 기능은 대폭 개선됐다”면서 “국내외에서 개발 중인 제품 중 가장 간단한 구조이며, 기존 제품에 적용하기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폐페트병 분리수거 기준 강화해야” 

한편 환경부는 ‘무색 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시범사업’을 지난 2월부터 서울, 부산 등 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해 왔다.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과 거점 수거 시설에 투명 폐페트병 별도 수거함을 설치했다. 단독주택에는 투명 폐페트병을 따로 담아 배출할 수 있는 봉투를 배부해 각 가정에서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했다. 

시범 사업 분석을 바탕으로 환경부는 수거 단계에서 깨끗한 투명 폐페트병이 모일 수 있도록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오는 12월부터 투명 폐페트병 분리배출을 전국 아파트로 확대하고, 단독주택은 2021년 12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사업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투명 폐페트병 분리수거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환경부는 투명 폐페트병에 고정링이 남아 있어도 ‘재활용 최우수’ 등급(‘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으로 구분)을 부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환경부 고시상 ‘포장재 재질·구조 및 재활용의 용이성’ 기준은 라벨 분리에 중점을 둔다. 뚜껑 및 고정링 제거의 비중은 미미하다”며 “재활용에 적합한 고품질의 투명 폐페트병 확보가 어려운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전국 확대 정책 시작 단계에서부터 기준을 제대로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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