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고평가 논란 속 BTS 매출 편중 등 과제
국내 증시 데뷔식을 치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이틀 만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기관과 외국인이 발빠른 수익 실현에 나서며 매물을 던졌고, 개인이 매물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20만원 선을 간신히 떠받쳤다.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빅히트는 전 거래일보다 22.29% 내린 20만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빅히트는 5% 안팎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한 뒤 장중 가파르게 낙폭을 키웠다. 현재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 13만5000원을 48.5% 웃도는 수준이지만, 이틀 연속 하락 마감을 면치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6조7862억원으로 전날의 8조7323억원보다 2조원 가까이 줄었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코스피 시총 순위도 32위에서 38위로 밀려났다.
전날 1770억원을 순매도한 기타법인이 이날도 1321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과 기관도 각각 238억원, 48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603억원을 순매수하며 차익 실현을 위해 쏟아져 나온 매물을 그대로 받아냈다. 빅히트의 하루 거래대금은 9508억원으로 삼성전자에 이어 코스피 2위였다.
빅히트는 전날 상장일 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결정된 후 상한가로 직행하는 '따상'으로 코스피에 입성했다. 그러나 장중 상승 폭을 빠르게 반납하면서 약세로 전환해 결국 첫 거래일에 시초가 대비 4.44% 내린 25만9000원에 마감했다.
빅히트 공모가가 고평가됐다는 시장의 평가가 주가 약세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또 방탄소년단(BTS)에 편중된 매출 구조와 BTS 멤버들의 군 입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추가 상승 여지를 차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빅히트 공모가 산정에는 시장가치(EV)를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인 EV/EBITDA 방식이 쓰였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빅히트의 공모 시가총액과 올해 연 환산 EBITDA를 기준으로 EV/EBITDA는 44.7배 수준이다. 동종 업계인 JYP·SM·YG 3사의 평균 12개월 선행 EV/EBITDA는 11.3배로 빅히트가 상대적으로 높은 배수를 적용받는다.
향후 빅히트가 아티스트 매출액에서 BTS의 비중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도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아티스트 매출에서 BTS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7.4%, 올해 상반기 87.7%였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빅히트의 가장 큰 하방 위험은 방탄소년단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라며 "현행 병역법상 1992년생인 진(본명 김석진)은 내년 말까지 입대 연기가 가능해 이후 완전체 활동은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