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고교무상화 정책…외국인학교도 되는데 ‘조선학교’만 “안돼”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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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개 지역 법원 “일 정부의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정책 배제 위법 아냐” 판결
조선학교, 북한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정책 배제…아베 정권 들어 법령으로 못박아
몽당연필 등 시민단체들은 매주 금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에서 배제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몽당연필 등 시민단체들은 매주 금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에서 배제한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일본 법원이 재일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선총련) 계열인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 정책에서 제외하는 정부의 결정이 위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또 내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히로시마(廣島) 고등재판소(고등법원)는 16일 히로시마 조선학교 운영법인과 졸업생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 조선학교 측은 일본 정부의 고교 무상화 정책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한 처분을 취소하고, 약 6000만 엔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날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인용하며 “조선학교가 북한과 조선총련의 영향을 받고 있어 고교 무상화 자금이 수업료로 쓰이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피고(일본 정부)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일본은 2010년부터 고교무상화 정책을 시행 중이다. 공립고에서는 수업료가 전면 무상이고, 사립고의 경우 연간 12만~24만 엔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외국인학교도 해당 정책의 대상이지만 조선학교는 제외됐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일본 총리가 조선학교를 보류한 것이다. 이후 2013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당시 지원 대상에서 조선학교를 제외하는 문부과학성령(법령)을 확정했다. 

조선학교와 학생들은 정부의 처분에 반발하며 도쿄·나고야·히로시마·오사카·후쿠오카 등 일본 전역 5곳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오사카지법의 1심 판결만이 조선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고, 그 외 모든 지역에서는 일본 정부가 승소했다. 오사카지법의 경우에도 2018년 9월 2심에서 결국 원고가 패소했다. 특히 일본 최고재판소도 지난해 8월 도쿄 조선중고급학교 출신 학생 61명이 제기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바 있다.

조선학교는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징용 등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이 해방 후에도 한국어와 문화, 역사를 재일조선인 후손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설립됐다. 한때 일본 전역에 500곳이 넘게 있었지만, 현재는 10개교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학교 학생들은 2013년부터 지금까지 격주 금요일마다 문부성 앞에서 ‘조선학교 고교무상화 배제 반대 시위’를 열고 있다. 지난 2월21일에는 200번째 시위를 맞았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 여러 기구도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차별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2014년에 이어 2018년에도 “일본 정부는 학생들에 차별 없는 평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조선학교의 고교무상화 배제 정책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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