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건희] 책임 무거운 CJ家의 적통 후계자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2 10: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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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컬럼비아대 금융경제학 학사 / 병역 면제 / (주)CJ 2.75%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로 재계가 본격적인 3·4세 총수 시대에 진입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새로운 리더들은 선대의 공과(功過)를 딛고 어떻게 경영을 해나갈 지, 재벌 체제 위에 세워진 대한민국 경제는 어디로 향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J그룹은 현재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을 중심으로 한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런 작업이 시작된 건 그의 부친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조세포탈 및 횡령 혐의로 옥중에 있던 2014년 말 무렵이다. 이 부장은 올해 서른두 살로 비교적 젊은 나이다.

그럼에도 CJ그룹이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 대해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건강 상태와 연관 짓는 시선이 많다. 이 회장은 젊은 시절부터 근육이 수축되는 희귀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CMT)를 앓아왔고, 구속 수감 중이던 2013년에는 신장에 문제가 생겨 이식 수술을 받는 등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CJ그룹 제공
ⓒCJ그룹 제공

이 부장은 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해 그룹 지주사인 CJ(주)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CJ(주)가 CJ제일제당·CJ ENM·CJ CGV·CJ프레시웨이·CJ올리브네트웍스·CJ푸드빌 등 주요 계열사를, 이들 계열사가 다시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부장은 어떻게든 이 회장의 CJ(주) 보유 지분(42.07%)을 넘겨받아야 한다.

이를 위한 승계 자금 마련 창구로는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옛 CJ시스템즈)가 거론된다. 한때 내부거래율 80%를 상회하는 알짜 회사로 당초 이 회장(33.18%)과 CJ(주)(66.32%)가 지분을 100% 보유해 왔다. 이 회장은 2014년 12월1일 이 부장에게 CJ시스템즈 지분 15.91%를 증여했고, 그다음 날인 12월2일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을 합병시키면서 CJ올리브네트웍스가 탄생했다.

CJ그룹은 CJ올리브네트웍스를 경영권 승계의 지렛대로 적극 활용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사세를 꾸준히 키웠고, 지난해에는 CJ올리브네트웍스를 IT 사업부문과 올리브영 사업부문으로 인적 분할한 뒤, 분할 신설법인인 IT 사업부문을 CJ(주)의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이 부장은 처음으로 CJ(주)의 지분 2.75%를 확보했다.

이처럼 CJ그룹의 지분 승계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발맞춰 이 부장도 시장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중책을 지고 있다. 이 부장은 다른 재벌가 후계자들보다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변종 대마초를 밀반입하고 흡입한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 일로 이 부장은 구속 기소됐다.

재판 결과 이 부장은 지난해 10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자유의 몸이 됐다. 그러나 그는 이 일로 시장의 불신을 샀다. 마약 사건에 연루된 재벌가 3세에게 CJ그룹의 경영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 부장은 이로 인한 부정적인 평가를 넘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CJ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는 것도 이 부장이 짊어진 과제다. 이제 갓 경영 수업을 시작한 김 부장으로서는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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