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옵티머스 대표, 조폭 출신에게 265억원 무단 반출했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0 14: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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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대표 대화 녹음파일 입수…검사장 출신 등 투자자들의 압박에 시달려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재현 대표가 회삿돈 200여억원을 본인 마음대로 조폭 출신 인사에게 빌려줬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은 최근 이러한 정황을 유추할 수 있는 녹음파일을 입수했다.

한때 코스닥 우량기업이었던 ‘해덕파워웨이’는 2018년 7월 대표이사가 교체된다. (시사저널 1619호 ‘옵티머스 게이트’의 시작점, 해덕파워웨이의 잔혹사(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06791) 기사 참조) 회사 대표는 서울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해 온 이아무개 원장이었지만, 실질적 지배는 대형 폭력조직 출신인 박아무개씨가 했다. 이 원장과 함께 투자한 박씨는 투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상필·이용호씨 등 주식시장에서 이름난 전주(錢主)들을 끌어들였다.

이것도 모자랐는지, 또 다른 대형 폭력조직인 국제PJ파 출신 조규석씨(구속)로부터 30억원을 빌렸다. 제때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조씨는 지난해 5월 박씨를 납치해 살해했다. 그 일로 조씨는 9개월가량 경찰 수배를 받아오다 올 2월 체포됐다.

경찰이 2월25일 폭력조직 국제PJ파 출신 조규석(가운데)을 검거해 광역수사대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2월25일 폭력조직 국제PJ파 출신 조규석(가운데)을 검거해 광역수사대로 이송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재현 “숨진 박씨와 신용거래 했다” 털어놔

숨진 박씨가 옵티머스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8년 이전으로 추정된다. 이후 박씨와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동업자 관계로 발전했다. 해덕파워웨이는 2018년 총 370억9000만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는데 이 돈은 나중에 옵티머스 손자회사인 화성산업의 해덕파워웨이 지분 매입 등 ‘무자본 M&A(인수·합병)’ 용도로 쓰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런데 지난해 5월에도 해덕파워웨이는 옵티머스에 150억원을 투자한다. 해덕파워웨이 돈은 옵티머스 펀드로, 다시 펀드 돈을 해덕파워웨이 돈으로 맞바꾸는 ‘돌려막기식’ 투자를 한 것이다.

성형외과 원장인 이 전 대표는 “박씨의 강압으로 해덕파워웨이 내 ‘HDI홀딩스’라는 법인을 만들었는데 박씨 지인에 따르면, 그(박씨)는 이 돈으로 대부업을 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자본금 50억원에 해덕파워웨이가 빌려준 돈 150억원으로 만든 자회사 HDI홀딩스는 얼마 못 가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옵티머스 게이트’ 핵심 관계자인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은 해덕파워웨이의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이 법인의 청산 절차를 주도했다.

정리하면 숨진 박씨와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는 사실상 동업자 관계다. 김 대표와 관계자 A씨의 대화가 녹음된 시점은 박씨가 행방불명된 직후인 5월21일이었다.

김재현 대표(이하 김 대표): 지금 상황(박씨 행방불명)을 파악을 하고 계세요?

A씨: 대표님은 어떻게 알고 계신데요?

김 대표: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어쨌든 연락은 계속 안 되고 있으니까. 휴대폰은 한강변에서 발견됐다고 그러고. 사실 박◯◯ 고문(김 대표는 박씨를 박 고문이라고 부름)님이 이렇게까지 연락을 안 할 사람이 아닌데… 걸려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대화에서 김 대표는 “상황 파악이 안 되니까 혼란스럽다”며 매우 불안해했다. 이유는 박씨가 갖고 간 돈의 행방을 찾지 못해서다. 김 대표는 A씨와의 대화에서 “저희 SPC(특수목적법인)에서 그냥 나간 거라, 사고 처리를 하려다 중단을 시켰다”고 밝혔다. 여기서 궁금한 대목은 ‘저희 SPC에서 그냥 나간 것’이다. 그게 뭘까. 이후 이어진 대화에서 그는 “박 고문과 신용거래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사건을 정리하면 이렇다. 김 대표는 투자자들에게 끌어모은 돈을 수표로 바꿔 박씨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돌연 박씨가 행방불명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수표에 대한 효력정지를 신청할 주체가 김 대표가 아닌 투자자였기에 확인 절차 없이 돈이 건네진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투자자들에게 질타를 받을 게 분명했다.

김 대표: 박 고문님에게 지금 돈이 되게 많이 나가 있어요. 이게 지금까지 투자자들하고 신용으로 다 거래하고 있으니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이랬는데, (수표) 사고 보고는 발행회사에서 해야 한다, 제가 할 수 없으니까요. (중략) 처음에는 이런 얘기를 할 순 없으니까. ‘수표가 분실이 된 것 같습니다. 빨리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확인해 보니 (박 고문 소유의) 금고에 있답니다.’ 이렇게 얘기했거든요. 빨리 회수해야 하는데, 지금 회수가 안 되고 있으니까.

지난해 5월은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수사 의뢰한 옵티머스 펀드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 처분을 하면서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나기 시작한 때다. 박씨에게 건너간 금액은 얼마이기에 김 대표가 이토록 불안해했던 걸까.

김 대표: (수표를) 사고 처리하면, 대출해 주신 교육법인 회장님들 돈이니까, 무슨 사고인지 설명을 해야 하잖아요. (중략) 지금 박 고문님에게 간 수표가 되게 많거든요.

A씨: 얼마인데요?

김 대표: 251억 말고도 200억원이 넘게 나갔어요.

김 대표는 대화에서 “해덕(파워웨이) 딜(기업 인수)과 상관없이 박 고문에게 신용도만 믿고 빌려준 돈이 265억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모은 돈을 대표가 자기 마음대로 집행했다는 방증이다. 김 대표는 “해덕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5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이 들어갔으며 그중 겨우 200억원만 회수됐다”고 밝혔다.

 

검사장 출신·교육법인 대표 등 대거 투자

김 대표는 “잘못하면 수습이 안 된다.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알려달라”고 여러 차례 확인을 요청했다. 김 대표가 가장 우려한 것은 투자금이 폭력단체에 유입된 사실이 알려져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용을 잃는 것이다. 그는 녹음파일에서 “이게(투자금 회수) 약속이 안 지켜지면 이쪽(투자자그룹)에서 지금까지 나간 수표 전체를 사고 처리할 것이다. 그러면 도저히 수습이 안 된다”며 우려했다.

녹음파일에서 김 대표는 대화 도중 투자자로 보이는 사람과 10여 분 넘게 통화했다. 전화통화에서 그는 “박◯◯ 고문이 해덕파워웨이에서 손실이 많아 경제적으로 되게 쪼들렸고, 그래서 조합(박 고문이 사실상 소유한 투자조합 JJ컨소시엄1호는 이아무개 원장과 공동투자해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했다) 투자자들에게 계속 시달렸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의 말처럼 박씨는 투자조합의 한 사람인 조폭 출신 조씨에게 폭행당한 끝에 사망했다.

대화가 오간 5월21일경 김 대표는 박씨에게 빌려준 투자금을 돌려받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돈을 돌려줘야 할 박씨가 행방불명되면서 자금 회전에 문제가 생겼다. 또 대화에서 김 대표는 “실질적으로 화성산업을 통해 해덕(파워웨이)을 인수했지만 자금은 우리(옵티머스자산운용) 것을 썼다”고 설명했다. 전화를 끝마친 뒤 김 대표는 전화 상대방에 대해 “검사장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 지금 이 양반(전화 걸어온 사람)이 검사장 출신이니 알아봤을 거 아니에요. ‘너, 박◯◯ 하고 관련 있냐’고 해서 ‘네. 관련 있지만, 제가 잘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했어요. 수표 회수도 안 되고 제가 전화 안 받으니까, 본인이 알아본 거죠. 알아봤더니, ‘광수대(광역수사대)까지 나섰다’고 하더라고요. 투자자가 알면 안 되거든요.

김 대표 뒤에 검찰 출신 고위 인사가 거액 투자자 자격으로 참여했으며, 옵티머스 자금을 놓고 조직폭력배 간 갈등이 벌어졌고 수사정보가 다 흘러갔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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