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돌풍엔 유효기간이 있다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9 16: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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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경쟁력, 국민의힘 지지층에선 강하지만 보수진영 전체에선 약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충돌이 점입가경이다. 검찰 개혁의 쌍두마차여야 할 두 주역은 어느새 가장 협력하기 힘든 상대가 되어 버렸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함께하는 세 번째 법무부 장관이다. 윤 총장은 임기 1년이 지나기도 전에 세 번째 장관과 함께하고 있다. 박상기·조국 전 장관부터 지금의 추 장관에 이르기까지 검찰 출신은 없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문무일 총장과 별다른 충돌이 없었던 윤 총장이 법무부 장관들과 격렬하게 충돌하는 양상이다.

10월 국정감사 이전과 이후로 윤 총장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 전까지는 추 장관과의 암묵적 대결 구도였다면, 국감을 기점으로 전면적인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국감장에서 자신은 추 장관의 ‘부하’도 ‘하급자’도 아니라고 했던 윤 총장에게 검찰 조직의 성원과 함께 보수 성향이 강한 국민들의 지지가 뒤따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대로변에는 지지자들이 보내온 화환이 물결을 이루었다. 수사지휘권과 검찰총장의 부실 수사 연루설에 대해 윤 총장은 ‘중상모략’이라고 일갈했다. 측근을 비호했다는 여권의 공세에 ‘식물총장’이라는 말로 지지층을 자극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간판 주자로 올라섰다. 국감 이후 지방검찰청 방문과 법무연수원 강연은 대선 행보로까지 해석될 정도로 과열 상태다.

추 장관 역시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검찰청 내부 게시판에 추 장관에 대한 비판이 올라온 것을 계기로 ‘반발하는 검사를 해임시켜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40만 명을 돌파했을 정도로 추 장관 진영으로도 진보 성향의 지지자들이 몰리고 있다. 윤 총장이 대선후보 물망에 오르내린다면, 추 장관은 내년 4월 보궐선거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판뿐만 아니라 대선 경쟁으로까지 윤석열 총장과 추미애 장관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10월29일 8개월 만에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노년층·영남에서 경쟁력 두드러지지 않아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10월26~3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누구를 가장 선호하는가’를 물어본 결과 여당 후보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각각 21.5%로 나타났다. 최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투톱 체제를 만들고 있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뒤를 이어 차기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른 인물이 윤석열 총장(17.2%)이다.

윤 총장은 지난 국감에서 퇴임 후 ‘정치 참여’ 여부에 가타부타 명쾌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론조사를 실시할 때마다 주목받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윤 총장의 정치적 경쟁력은 유의미한 것일까. 본인의 의지에 따라 대선에 나서서 유력 후보가 될까, 아니면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얻은 반사이익에 불과한 걸까.

윤 총장의 지지율을 검증하는 첫 번째 기준은 ‘세대’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승 가능하고 정치적인 대망으로까지 연결되려면 자발적인 세대 기반이 있어야 한다. 보수 야권 후보로 분류되는 윤 총장 지지율을 감안하면 고연령 유권자인 60대와 70대 이상의 지지율을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다. 60대 지지율에서 이낙연 대표 22.6%, 이재명 지사 17.3%, 윤석열 총장 20.8%로 나타났다. 정치에 발을 들이지 않은 인물이 받은 지지율로 보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70대 이상으로 넘어가 보자. 이 대표가 27.6%로 가장 높다. 그다음은 윤 총장의 18.9%다. 60대로만 보면 윤 총장은 꽤 세대 기반을 결집할 가능성이 보인다. 그런데 70대 이상을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윤 총장 지지율은 채 20%를 넘지 못했다. 연령대로 볼 때 보수적 성향이 강한 세대지만 그렇다고 윤 총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도 않는 모습이다. 세대 기반을 70대까지 넓혀서 보면 윤 총장의 경쟁력은 괄목할 만하지만 압도적이지는 않다(그림①).

다음은 ‘지역’이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윤 총장을 야권 보수 후보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을 기준으로 분석해 보았다. 다자 대결구도가 된 지난 대통령선거를 제외하고 보수정당 대선후보가 영남의 지지를 받지 않고 대통령이 된 사례는 없었다. TK 지역에서 이 대표 지지율은 12.6%, 이 지사 22%, 윤 총장 17.7%로 각각 나타났다(그림②). 윤 총장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의지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TK와 PK 지역 지지율을 비교해 보면 여당 후보들에 비해 강력한 텃밭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보수 텃밭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율이 확보되지 않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영남 유권자들의 잣대로 볼 때 지역을 대표해 줄 보수 후보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야권 후보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경쟁력을 반사이익으로 얻었지만 보수 지형 전체를 주도할 파괴력으로 받아들이긴 벅차다. 전체 결과로 보면 분명 정치 경쟁력이 있는 윤 총장이지만 세부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조자룡 헌 칼을 쓰듯 보수층을 자유롭게 휘두를 정도는 아닌 것이다.

‘反文’ ‘反秋’ 국민의힘 지지층이 밑바닥 동력

결국 윤 총장의 치솟은 지지율은 어디에 진원지가 있는 것일까. 다름 아닌 국민의힘이다. 윤 총장 지지율을 분석하는 마지막 기준은 ‘이념’이다. 이번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층이 밀고 있는 대선후보가 바로 윤 총장이다. 국민의힘 지지층 10명 중 4명 가까이가 윤 총장을 가장 선호하는 대선후보라고 응답했다.

지난 2017년 보수진영의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각각 9.2%와 5.9%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면 부동의 야권 간판 후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보수층 전체를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보수층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 4분의 1 정도만 윤 총장을 선택했다(그림③). 전체 변수로 봐도 윤 총장의 밑바닥 동력은 문재인 대통령에 반대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싫어하는 국민의힘 지지층이다.

국정감사 바람을 타고 윤석열 총장은 유력 대선후보로 부상했다. 지지율은 일취월장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대선후보 위치에 올라 있다. 아무리 반사이익 성격이 강하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이 정도 지지율을 모은 ‘정치력’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그렇지만 추 장관과의 대결 국면, 국감장에서의 작심발언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선풍적 인기가 생겨났을까.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의 ‘반문(反文)’과 ‘반추(反秋)’ 외에 대통령으로서의 경쟁력을 윤 총장에게서 발견하기 힘들다면 지나친 것일까. 윤 총장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은 돌풍급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유효기간이 있는 돌풍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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