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의 ‘오염된 땅’ 사랑 왜?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2 10: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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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에 매입해 높은 수익률 낼 수 있어

부영그룹은 폐기물 해외 밀반출 의혹이 제기된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진해화학 부지 외에도 오염된 땅을 개발한 사례가 많다. 오염된 땅의 경우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2000년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 원진레이온 부지(47만㎡)에 5756가구 규모로 건립한 아파트 단지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1988년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당시 이황화탄소와 황화수소 가스 중독으로 노동자 8명이 사망하고 637명에게 후유증을 안겼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부영은 1996년 공장 부지를 시세보다 저렴한 3670억원에 사들였다. 그리고 정화작업 없이 곧바로 아파트 단지 건설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원진레이온 산업재해 피해자협회에서 부지 내 토양오염 의혹을 제기했다. 정밀조사 결과 부지는 각종 산성 물질과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제야 부영은 부랴부랴 오염 정화작업에 착수했다.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의 옛 한국철강 마산공장 부지에 들어선 4298가구 규모 ‘창원월영 사랑으로’ 아파트도 오염된 땅 위에 지어졌다. 2003년 부영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한국철강으로부터 공장 부지 24만7000㎡를 1600억원에 매입했다. 이 부지 역시 창원시의 아파트 승인 과정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비소와 크롬, 카드뮴 등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당국과 지역 시민단체는 토양 정화작업을 요구했다. 그러나 부영은 정화작업 대신 한국철강에 소송을 제기했다. 정화 비용을 한국철강에서 부담하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오랜 법정 다툼 끝에 정화작업 비용은 부영이 책임지는 것으로 결론 났다.

부영이 2015년 매입한 인천 연수구의 옛 대우자동차판매 부지(92만6951㎡)도 비슷한 경우다. 이 부지는 당초 감정가 1조481억원이 책정돼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이 거듭되면서 부영이 3150억원에 사들였다. 부영은 이 부지에 7479억원을 들여 테마파크(유원지)를 조성하고 그 옆에 도시 개발과 함께 아파트 4960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 부지 역시 한때 비위생매립지로 이용돼 온 오염된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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