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 로비 없다”는 김봉현, 선택적 폭로인가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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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여당에 로비” 주장하다 최근 태도 바꿔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피의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4월26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피의자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4월26일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관계자와 야당 정치인에게 로비를 했다고 폭로했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여당 의원에 대한 로비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는 과거 김 전 회장의 태도와 상반된 것으로, 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김 전 회장 변호인은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SBS에서 단독으로 보도한 기동민 의원 관련 기사에 대해 김봉현 회장의 입장을 알린다”며 “김 전 회장은 위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며 기 의원에게 돈을 준 사실도, 그 증거도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반박한 SBS 보도는 전날인 4일 보도를 말한다. 4일 SBS는 이강세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지난 6월 검찰 조사에서 ‘2016년 김봉현씨가 기동민 의원에게 몇천만원을 건네는 것을 직접 봤다’는 진술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과 기 의원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김 전 회장이 직접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기 의원은 지난달 초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도 했고, 기 의원은 “김 전 회장에게 양복을 받은 것 이외에 금품을 받은 적은 없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과거와 다른 김봉현 폭로, ‘선택적 폭로’인가

이같은 김 전 회장의 입장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계속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시사저널은 지난 3월 기사([단독] ‘라임 사태’ 주범 지목된 김 회장 “진짜 몸통은 따로 있다”)를 통해 김 전 회장 측이 이강세 대표를 통해 정관계 로비를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김 전 회장 측 대리인은 “이강세 대표가 여권 고위층과 나를 연결시켜줬다”고 주장했다. 당시 언급된 인사 중 한 명이 바로 기 의원이었다.

김 전 회장이 측근을 통해 ‘여당 의원 로비 의혹’에 대한 폭로를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도 있었다. 김 전 회장 측근이었던 김아무개씨는 지난 10월말 이상호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 3월 도주 중에 김 전 회장이 언론사에 (여당 의원 로비 의혹을) 제보하라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재판에서 검사는 김씨에게 “(김 전 회장이) 검찰의 회유로 허위 진술한 것으로 말하는데 증인에게 자료도 주고 관심 돌리라고 증인에게 ‘언론에 제보하라’고 한 것이냐”고 묻자 김씨는 “네 맞다”고 진술했다. 변호사의 신문 과정에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변호사 : 증인은 언론 제보와 관련해서 김봉현은 2020년 3월경 도피하던 중에 증인에게 언론의 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상호 피고인에 대한 내용을 언론에 뿌리라 했고, 증인은 박OO 시켜서 언론에 유흥주점 사진 제보했죠?

김씨 : 네

 

이처럼 김 전 회장이 적극적으로 여당 의원과 관련된 로비 내용을 언론에 알리고, 관련 증거도 제공한 정황이 있었지만 최근 김 전 회장은 태도를 돌연 바꿨다. 그는 최근 언론사에 보낸 편지를 통해 “여당 의원이 아닌 야당 정치인과 검찰에 로비를 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때문에 현재 김 전 회장의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검사들과 야당 정치인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기도 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전 회장의 주장 중 “(여당 로비 의혹은) 라임과 관계없다”는 태도를 보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의 말이 사실이고, 과거 여당 의원 로비 의혹에 대해 폭로를 지시한 것도 맞다면 이 사건은 ‘라임 로비 의혹’이 아니라 ‘김봉현 로비 의혹’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여당 정치인들과는 라임 펀드 사업 문제가 아니라, 오래 전부터 구축된 ‘스폰서 관계’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김 전 회장이 ‘라임 사건’에 국한해 시야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본인이 직접 여당 정치인에 대한 폭로를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도 수사대상에 올라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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