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적폐청산’ 시작되나…바이든의 의미심장한 메시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9 14: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이든 승리 연설 뜯어보니…‘트럼프 지우기’ 뚜렷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 시각)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활짝 웃고 있다. ⓒ 연합뉴스

제 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인이 대국민 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은 선거 유세에서 줄곧 ‘트럼프 지우기(Anything But Trump)’를 내세운 바 있어, 백악관 입성 이후 본격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무력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판 ‘적폐청산’의 신호탄인 셈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7일(현지 시각)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 월밍턴의 체이스센터에서 축하 행사를 열고 “분열이 아닌 통합을 추구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해 이 같이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의 연설문을 자세히 뜯어보면, 통합이란 말 이면에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날선 단어들이 있다. “국민들이 품위를 회복하라고 명령했다(Americans have called on us to marshal the forces of decency)”거나 “미국의 암울한 악마화의 시간을 여기에서 끝내자(Let this grim era of demonization in America begin to end)”라는 문장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4년이 암울했다는 의미이다.

그러면서 바이든 당선인은 “인종, 민족, 종교, 정체성,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미국의 정신”이라고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언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게 하겠다”거나 “미국이 전 세계의 등불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인종차별주의 제거, 기후변화 예방, 민주주의 수호, 코로나19 통제 등을 내세우며 “미국의 영혼을 회복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에 현지 언론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과 함께 ‘트럼프 지우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나 경제‧이민 정책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정반대의 행보를 걸을 것이란 예측이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은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강화하고 WHO에 재가입할 것이며 미국 내 불법 이민자에게 시민권 획득 기회를 제공하는 법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2016년 승리 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는 예측 가능한 결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이제 상처와 갈등을 치유하고 모든 미국인이 지혜를 한 데 모아야 할 때”라며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4년 임기 내내 전임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하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말이다. 때문에 바이든 당선인의 ‘통합’ 연설 역시 분란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