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영끌투자] 위험 성향에 따른 세대별 자산배분 전략
  • 홍춘욱 EAR 리서치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7 10:00
  • 호수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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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은 ‘회사채’와 ‘美 국채’ 노려볼 만
4050은 美 주식 투자로 안정성 키워야
60대 이상은 美 리츠 투자 추천

2020년 초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대별 투자전략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벌어질 경제 환경에 대한 예측이 필요할 것이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변화가 가장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

첫 번째 변화는 저물가·저금리 구조의 장기화다. 이른바 ‘코로나 쇼크’가 경제에 미친 충격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공급 과잉 위험을 높인 것이다. 2010년대 초반을 계기로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본격화된 이후 석유시장이 공급 과잉의 늪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코로나 쇼크 이후 전 세계 공장의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유휴설비 및 과잉재고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2020년 1~9월 평균 공장 가동률이 70%에 불과한 형편이다. 그렇다 보니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워진 것은 물론 신규 채용 의욕이 떨어진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물가가 오르지 못하고 실업자가 양산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단행되기는 쉽지 않다. 참고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7년이 지난 2015년에야 금리를 인상했다. 그나마 금리 인상 시기도 연 1회 정도였다. 따라서 경제 내 공급 과잉 위험이 존재하는 한 향후 수년간 제로 금리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쇼크 이후 나타날 두 번째 변화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다. 저금리 구조가 장기화하고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 증가율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자 주식과 부동산 투자의 매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물론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돈을 뿌린 이유는 파산 위험에 처한 기업을 살리고, 가계가 적극적으로 소비를 늘리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나면서 기업들의 파산 위험이 낮아지고 가계 소비도 늘어나는 중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빗나간 기대가 불러온 ‘영끌’ 투자

그러나 중앙은행이 뿌린 돈의 상당 부분이 자산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금리가 낮아지며 주식의 투자 매력이 커진 데다 부동산 구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당기간 동안 주식과 부동산 등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환경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것은 2030세대였다. 한때 2030세대는 “재테크에 무관심한 세대”라고 불린 적도 있었다. 가장 단적인 사례가 바로 부동산에 대한 ‘쿨’한 태도였는데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일은 아니었다.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도 부동산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참고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1946년생인데, 이들이 35세였던 1981년 주택 보유율이 30%대 중반에 달했다. 그리고 1970년을 전후해 태어난 X세대도 30세가 되었던 2000년 주택 보유율이 역시 30%를 넘어섰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2016년 주택 보유율은 20% 전후에 불과할 정도로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에 속했다. 그러나 이건 예전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이제 한국의 30대는 가장 적극적인 주택 매수 세력이 되었다. 물론 이는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국의 2030세대는 ‘코로나 쇼크’ 이전까지만 해도 부동산 시장이 금방이라도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던 것 같다. 정책 당국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그리고 경제가 정상화되는 가운데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기대는 빗나가고 말았다. 2019년부터 다시 금리가 떨어지기 시작한 데다 부동산 가격은 2014년을 바닥으로 6년째 상승했다. 

결국 이와 같은 상황 변화에 적응해 한국의 2030세대는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매수 주체로 돌아섰다. 이런 현상은 주식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2030세대의 주식 투자 붐을 유발한 요인도 주택시장 상황과 겹친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에 지쳤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주식이 바로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같은 이른바 ‘언택트’ 관련주들이다 보니 매우 친숙했던 것이다. 

그럼 앞으로 쭉 달려가기만 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다음의 두 가지 문제 때문이다. 

첫 번째는 부동산의 상승 사이클이 수년 내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 부동산 사이클이 약 15~16년의 주기를 두고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랠리의 정점이 2020년대 초중반에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주택 가격 상승 영향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주택 구입에 따르는 부담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더 큰 걱정거리는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이다. 한국 주식시장은 1980년 이후 연평균 수익률이 8.16%를 보였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확률이 43.6%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0년의 투자 성과에 도취되어 주식 투자에 ‘올인’하는 것 역시 추천하기 어려운 선택이라 판단된다. 

일정 수익 노리며 위험도 낮추는 전략 필요

물론 아예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하지 않고, 국채나 은행예금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그러나 최근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0% 후반까지 떨어지고 은행 예금금리도 1% 전후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내 채권에 투자하는 전략을 추천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안전자산’이라도 수익률이 이렇게 낮으면 미래 설계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정도의 수익을 누리면서 위험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해외투자, 특히 달러 자산 투자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한국 경제는 수출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금융시장의 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간명하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수출이 잘되고 실적 전망도 개선될 때는 한국 주식 순매수에 나선다.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달러를 가져와 원화로 환전하니 환율은 하락하고, 외국인 순매수로 주식 가격은 상승한다. 물론 수출이 부진하고 기업 실적이 악화될 때는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고 환율은 상승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부진하고 자산 가격이 하락할 때,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관계를 투자에 활용한 것이 바로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전략이다. 한국의 국민연금은 전체 자산의 3분의 1 이상을 해외(특히 선진국 시장)에 투자함으로써 2001~19년 연평균 6%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한동안 ‘영끌 투자’의 대명사였던 공모주 투자는 지난 10월 상장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부진으로 얼어붙은 상황이다. ⓒ연합뉴스·시사저널 최준필

자산배분은 세대·위험성향 따라 달라야

이상과 같은 상황을 감안해 세대별 자산배분 전략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2030세대 중 공격 성향이 강한 편에 속하는 투자자들은 미국의 정크본드(투자적격 등급 포함) 투자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정크본드란 신용등급이 ‘BBB-’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의미한다. 이런 회사채는 부도 위험이 큰 대신 높은 이자를 제공한다. 물론 주식에 비해 수익률이 낮고 마이너스 수익이 발생할 위험도 낮기에 이른바 ‘중위험·중수익’ 자산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부도 위험이 큰 채권임에도 손실이 억제되는 이유는 분산투자를 통해 특정 기업의 파산 위험이 파국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 혹은 부동산 가격의 폭락 위험을 달러 보유로 상쇄시키는 한편 상대적으로 높은 정크본드의 수익률을 누리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반면 보수적인 2030세대에게는 미국 국채가 아주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 국채는 불황에 수익률이 개선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무려 30.8%의 성과(원화 환산)를 거둔 바 있다. 물론 2020년에도 이와 같은 특성은 이어져, 1~9월 중 모든 자산 중에서 채권이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즉, 현재의 기대 수익은 낮지만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등 위험자산 가격이 급락할 때 오히려 수익을 올리는 일종의 ‘블랙 스완(Black Swan)’ 전략이라 할 수 있다. 

4050세대는 부동산 투자 비중이 높은 만큼 해외 주식, 특히 그 가운데서도 미국 주식을 편입하는 것이 투자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부동산 가격 하락 위험을 회피하는 데 미국 주식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 부동산 시장이 이른바 ‘하우스 푸어(House Poor)’ 사태로 고통받던 2012년, 미국 주식의 투자 성과는 10.6%(원화 환산)를 기록했다. 

마지막으로 60세 이상 가계는 부동산 보유 비중이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매우 중요하기에 미국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와 회사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은 달러 자산으로 부동산 시장의 조정 위험을 어느 정도 막아줄 뿐만 아니라 높은 배당 및 이자 지급으로 현금 흐름의 부족 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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