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들인 전남녹색에너지연구원 태양광 연구장비 ‘찬밥 신세’
  • 이경재 호남본부 기자 (sisa614@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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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희 전남도의원 지적 “구형모델로 전락…활용도 낮아 폐기수순”
연구장비 62개 구축금액 61억9000여만원…“장비 22종 못쓰게 돼”

전남 녹색에너지연구원에서 보유한 상당수 태양광 연구장비들이 업체의 외면 등으로 활용도가 떨어져 폐기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액을 들여 사놓고 찬밥 신세가 된 셈이다.

전남도의회 우승희(더불어민주당·영암1)의원이 10일 녹색에너지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구원의 장비 22종이 활용되지 못하다가 무상이전·매각·폐기 절차를 밟고 있다.

우승희 전남도의원
우승희 전남도의원 ⓒ전남도의회 

우 의원은 이날 전남녹색에너지연구원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연구원 장비 불용처리 내역을 확인한 결과 2019년 8종, 2020년 14종 등 총 22종의 연구 장비들이 못쓰게 됐다”고 지적했다.

녹색에너지연구원이 소유한 연구장비 62개의 구축금액 총액은 61억9000여만원이다. 10억원 이상 1개, 1억원 이상 10억 미만 11개, 1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30개, 1000만원 미만 20개였다. 하지만 최근 3년간 연구장비 활용률은 33.4%였으며, 장비이용료 수입은 1억5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연구원 측은 “태양광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입장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태양광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구조조정되고, 원가 경쟁에서 밀리면서 대부분 태양광 부품소재는 일본·중국·독일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다.

또한 태양광 성능향상을 위한 연구개발도 국내 인프라 부족으로 혁신성과를 찾기 어렵고, 연구원의 장비를 활용하는 업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녹색에너지연구원이 최근 3년간 구매한 연구 장비는 하나도 없었으며 연구개발에 따른 기술이전 실적은 단 2건에 불과했다.

우승희 의원은 “전남 도내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태양광 설비회사 육성을 위해 수십억원을 들여 도입한 연구장비가 구형모델로 전락해 태양광발전 시공업체가 활용하지도 않고, 연구개발과 국가연구과제를 수주할 수 없을 정도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은 “경쟁력 있는 장비 구축도 필요하겠지만, 우선 2050년 탄소중립 선언에 따른 전남의 중장기 계획수립과 연구기관으로서 역할과 운영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녹색에너지연구원은 전남도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선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한 재단법인으로, 2008년 목포시 산하에 설치됐으나 2013년 전남도청으로 이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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