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바이든은 조정 능력 탁월…북핵 문제 변화 일으킬 것”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2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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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북 비핵화 중재자 넘어 당사자 돼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주최 세미나 ‘미국 대선 이후 한미 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주최 세미나 ‘미국 대선 이후 한미 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관련해 “바이든 당선인의 등장으로 북 비핵화 문제는 새로운 전기를 맡게 됐다”고 전망했다. 또 바이든 당선인이 북핵 문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른 전략을 펴리라 예측하며 우리 정부에도 “중재자를 넘어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 전 총장은 12일 박진 국민의힘 의원이 주도하는 국회 글로벌외교안보포럼 세미나 ‘미국 대선 이후 한·미 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혀 다른 접근으로 변화를 일으킬 것이고, 북한 김정은 정권도 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미국 새 정부의 간을 보는 조치를 취하며 현상 타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을 가졌지만, 큰 실질적 효과를 보지 못하고 아직도 (북핵 문제는) 그 모양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어떻게 보면 그냥 정치적 쇼로 끝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에선 ‘탑다운(Top down)’ 방식의 정치적 상징성이 아니라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외교적 실효성에 입각해 북 비핵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비핵화와 연동되지 않은 종전선언이나 한·미 군사작전훈련 중단 정책은 미국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가 북 비핵화 문제의 ‘중재자’를 자처한 것을 겨냥한 듯 “이전 정부에서도 ‘중재자’라는 말을 안 썼다”라며 “우리가 직접 관련된 당사자라는 자세를 갖고 빈틈없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여야 정치권을 향해 “정치권도 초당적 협력해야 한다. 외교에서 초당적 협력이 잘 안 되는 나라는 한국 빼고 찾기 힘들다”고 쓴소리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여야 정치권을 향해 “정치권도 초당적 협력해야 한다. 외교에서 초당적 협력이 잘 안 되는 나라는 한국 빼고 찾기 힘들다”고 쓴소리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반 전 총장은 계속해서 우리 정부를 향해 “바이든 행정부와 북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개념을 정립하고 공유해야 한다”며 “과거 경험상 북한은 미 행정부 교체 시 권력 공백 틈타 도발을 자행해왔다. 이번에도 10월10일 공개된 대형 ICBM 시험 발사 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전략적 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압박하고 설득할 필요 있다”고 조언했다. 반 전 총장은 “정치적인 조급함을 배제하고 국민 통합적 시각에서 (북 비핵화 등을) 추진해야 한다”며 “진정한 국익 차원에서 한·미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한·미 관계와 관련 정부 및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도 내놨다. 그는 “고위 정부 당국자들이 한·미 동맹 정신을 해치는 언행을 자제했으면 좋겠다. 그런 발언이 계속해서 나오는데 우방인 미국을 상당히 당황하게 하는 일”이라며 “정치권도 초당적 협력해야 한다. 외교에서 초당적 협력이 잘 안 되는 나라는 한국 빼고 찾기 힘들다. (여야가) 같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바이든 당선인에 대해 “유연한 협상가이지만 탁월한 조정 능력을 가졌다”며 “바이든 당선인은 열정과 온정을 다 갖췄다. 통합과 공감력을 가진 격조 높은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이날 바이든 당선인과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10년간 유엔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오바마 정권 8년과 겹쳤는데 바이든 당시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과 유엔이나 백악관, 제3의 국제회의 장소에서 교류할 기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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