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 메시지부터 기밀 정보까지 차단 당하는 바이든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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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정상 축하메시지부터 안보 브리핑까지 모두 ‘차단’
바이든에 ‘정보보고’ 제대로 해야한다는 목소리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11일(현지 시각)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비를 맞으며 무명용사 묘에 헌화하고 있다. ⓒ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11일(현지 시각)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비를 맞으며 무명용사 묘에 헌화하고 있다. ⓒ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불복' 입장을 고수하면서 새 정부의 정권 이양 작업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은 인수위원회를 출범하고도 미 행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정부 업무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새 정부에 대한 정보 브리핑도 전무해 미국의 안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공화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12일(현지 시각) CNN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당선인의 정권 인수에 비협조적인 자세로 일관하며 차기 정부 출범을 방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정상들과의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협조가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국무부는 새 정부가 정식 출범하기 전이더라도 대통령 당선인의 외국 정상들과의 교류를 중재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국무부는 외국 정상들이 바이든 당선인에게 전달된 수십 건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CNN방송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국무부 자료에 접근하는 것부터 정상들과의 메시지 교류도 정부를 통해서는 불가능한 독특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바이든 인수위는 자체 인맥과 전임 정부 외교관 등을 총 동원해 외국 정부와 접촉하고 있다. 앞서 진행된 여러 차례의 외국 정상들과 통화에서도 국무부 통역 지원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통령 일일 보고'로 알려진 정보 브리핑도 전혀 못받는 상태다. 국가정보국(DNI)은 바이든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연방총무청(GSA)이 선거를 인증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GSA는 주요 언론의 대선 승자 보도가 나오면 며칠 안에 이를 공식화하는 역할을 맡는데, 바이든 당선인에게는 현재까지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만일 트럼프 대통이 차기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20일까지 인수인계를 전방위로 가로막는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안보 공백을 따라잡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할 것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 시각)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기념비를 참배하고 있다. ⓒ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 시각) 재향군인의 날을 맞아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필라델피아의 한국전 기념비를 참배하고 있다. ⓒ AP연합

최악의 참사 '9·11테러' 상기하는 공화당

공화당 내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현재 미국은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한 상태여서 안보와 더불어 방역 공백까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혼란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상원 2인자인 존 튠 원내총무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을 옹호하면서도 바이든 당선인이 기밀 브리핑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모든 긴급 사태에 대비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국가안보 관점, 연속성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바이든의 브리핑 접근성에 대한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상원 금융위원장이자 법사위 소속인 척 그래슬리 공화당 의원 역시 같은 질문에 "특히 기밀 브리핑에 대한 나의 답은 '그렇다'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2000년 대선 당시 짧은 인수 기간으로 인해 안보 공백이 발생했다는 9·11 보고서를 상기하며 "2000년에 일어났던 일이 무엇이든지 간에 (했던 일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고수하겠다"고 말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와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이 플로리다 개표를 놓고 한 달여 간 법정소송을 벌인 2000년 대선 당시 빌 클린턴 백악관은 한동안 부시에게 정보를 주지 않다가 고어의 요구로 브리핑을 제공했다. 브리핑이 한발 늦게 시작됐지만, 부시 인수위의 본격적인 활동에는 상당 시간이 걸렸고 결국 이듬해인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다. 이후 초당적으로 진행된 9·11테러 분석 보고서는 정권 이양 과정에서 생긴 안보 공백으로 인해 테러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제 원로그룹 '디 엘더스(The Elders)'도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과 정권인계 거부를 비난했다. CNN에 따르면 디 엘더스는 성명에서 "정권인수 의례와 절차를 준수하길 거부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이는 미국의 민주주의 기능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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