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와 대립각’ KCGI,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변수로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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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채권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정적 의사 표명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이번 지분 인수설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 연합뉴스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이번 지분 인수설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 연합뉴스

국내 초대형 항공사의 탄생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과 대립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에 부정적인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대형 항공사의 '빅딜'에 난관이 예상된다. 

13일 KCGI는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설에 대한 입장을 내고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KCGI는 "산업적 시너지와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 없이 재무적으로 최악의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편입시키는 것은 임직원의 고용과 항공안전 문제 등 고객들의 피해와 주주 및 채권단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충분한 검토와 투명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진칼은 기발행된 신주인수권의 행사와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현재 외부 자금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한진칼이 아니라 대한항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주연합은 한진칼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로서 채권단과 정부 당국 및 한진칼 경영진과의 회합을 포함한 심도 있는 대화를 정중히 요청한다"며 "항공업 구조조정을 통한 사회적 가치와 채권자와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모든 아이디어 방안에 열린 자세로 검토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KCGI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이 구성한 '3자 주주연합'을 이끌며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KCGI가 46.7%, 조 회장이 41.4%를 갖고 있다. 이번 빅딜이 성사되면 산업은행은 KCGI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이어 한진칼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조 회장이 지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진다.

향후 KCGI가 지분 매각을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지만, 법적 분쟁에 돌입해 인수 과정 전반을 저지할 가능성도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연합뉴스

대한항공-아시아나 한 지붕 아래 놓이면?

현재 채권단이 구상 중인 방안은 산은이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자하고, 한진칼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 지분 30.77%를 사들이는 것이다. 이렇게되면 한진칼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되고, 한진칼 아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모두 계열사로 두게 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진칼 자회사로 묶이면 자산 40조원 매출 20조원, 보유항공기 260대에 달하는 세계 10위권의 대형 국적 항공사로 발돋움 할 수 있다. 양사의 자회사까지 합칠 경우 국내선 수송객 점유율은 절반을 넘어선다.

산은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과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된 후 여러 방안을 고민해왔고, 이 중 대한항공이 맡는 것이 아시아나 회생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여러 가지 옵션 중에서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경영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3조3000억원을 이미 소진했고, 최근 기간산업안정기금 자금 2400억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산업 전반이 침체돼 있어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한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에 이날 오후 1시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아시아나IDT(15.49%), 아시아나항공(11.31%), 금호산업(10.26%), 에어부산(8.61%) 등 관련주들은 전거래일보다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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