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틀렸고 지금은 맞다?’ 개인정보 바라보는 추미애 장관의 이중 잣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3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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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서 인권 침해·피의자 방어권 지적
“사생활 내용 외부 간섭하면 인간 존엄성 침해 받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쏘아올린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법' 추진을 놓고 거센 역풍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이 법안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법률이라며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공교롭게도 이같은 목소리는 추 장관이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테러방지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서 내놓은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추 장관이 추진하려는 법안 대상자와 적용 범위 등은 당시와 상이하지만, 국가기관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4년 전과 동일하다.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법원의 엄격한 집행이 있을 때만 절차를 진행하고 해외 사례를 연구해 입법 과정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2016년 추 장관 발언 뜯어보니

19대 국회에서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 처리를 무산시키고 독소조항이 삭제된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2016년 2월23일 시작돼 3월2일까지 이어졌던 필리버스터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이던 추 장관은 5일차에 발언을 했다. 

추 장관은 테러방지법안이 국민의 인권과 사생활, 피의자 방어권을 심각히 침해해 헌법상 기본권을 박탈할 수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자 또한 법률전공자로서 심각한 우려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테러방지법으로 국가정보기관 권력에 의한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로의 회귀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테러방지법은 테러방지를 빙자해서 국민을 옥죄기 위한 우리 헌정사에서 가장 교활한 악법이라 생각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들은 자유로운 삶, 정보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의식하지 않는 인간으로서의 존중된 삶을 살 권리가 있다"며  "국민들은 고단한 삶을 정치로 위안받아야 하고 위로 받을 때가 됐는데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는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을 만들어 국민을 테러범으로 만들어내려 한다"고 꼬집었다. 

추 장관은 "테러방지법이 아닌 국민테러법은 국민의 기본법을 침해하는 법일 뿐"이라면서 "사생활의 내용에 대해 외부적인 간섭을 받게되고 나만의 영역이 타인에 의해 외부에 공표 됐을 때 사람은 누구나 인간 존엄성을 침해받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법안이 통과되면 국정원 중심의 '신 공안통치' 시대로의 회귀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 피의자에 대해 보장해야 할 진술거부권과 증거보전청구권, 구속적부심사청구권 등이 모두 강제수사 형태로 차단될 수 있다고 봤다. 현장조사나 문서열람, 시료채취, 자료제출, 진술요구와 같은 강제수사가 압수수색 영장 없이 정보나 자료수집을 빌미로 얼마든지 진행될 수 있는 점도 지적했다. 

추 장관은 발언을 마치며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은 그 의무를 저버린채 번갯불에 콩 볶듯이 급조되고 어설프게 수정된 테러방지법안을 한시 바삐 통과시켜야 한다고 억지주장을 한다"며 "헌법국가로서 자기 이해와 의무를 포기함이 없이 국민의 본질적인 권리를 보호해야 할 과제는 국회의 몫이다"라고 강조했다. 

2016년 9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6회 국회 3차 본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2016년 9월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46회 국회 3차 본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시사저널

"법원 명령있을 때만 진행…절차 엄격히 할 것"

추 장관 발언에 대한 반발 여론이 커지자 법무부는 13일 "자기부죄금지원칙 및 양심의 자유, 사생활 보호와 조화로운 합리적 방안 마련을 위해 법원의 공개명령 시에만 공개의무를 부과하는 등 절차를 엄격히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공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만이 아니라 이행강제금, 과태료 등 다양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과 적용 범위를 인터넷상 아동 음란물 범죄나 사이버 테러 등 일부 범죄에 한정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향후 각계 의견 수렴과 해외 입법례 연구를 통해 인권보호와 조화를 이루는 방안도 모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이 법안을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시 협력의무 부과 법안'이라고 칭하고 "n번방 사건, 한동훈 연구위원 사례 등을 계기로, 디지털 증거에 대한 과학수사가 날로 중요해지고 인터넷상 아동 음란물 범죄, 사이버 테러 등 새로운 형태의 범죄에 관한 법 집행이 무력해지는 데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있었다"고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전날 추 장관은 법무부를 통해 "채널A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연구위원처럼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법원의 명령 등 일정 요건 아래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법조계 안팎에서는 인권 수사에 역행하며, 헌법이 보장한 방어권 행사를 막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법안 추진을 중단하라는 목소리도 거세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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