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기 속 통합나선 항공사, ‘구조조정’ 어떻게되나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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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중복인력 800~1000명으로 추산
코로나 장기화·부채 따라 산발적 구조조정 가능성도
정부와 산업은행이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하며, '글로벌 톱10'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을 추진하기로 했다. ⓒ 연합뉴스
정부와 산업은행이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하며, '글로벌 톱10'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을 공식화했다. ⓒ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산업은행 측은 일제히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 업계 전반이 위기에 처한데다, 두 항공사의 중복 인력 재배치 등이 불기피 한 상황이어서 향후 산발적인 조정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16일 대한항공과 산은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내년 초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자회사로 운영한 뒤 통합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두 회사를 각각 자회사로 두고 별도 운영을 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결국 통합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일방적으로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아시아나항공의 강점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선 '인위적인' 정리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양사 임직원들의 소중한 일터를 지키는 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겠다"면서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통합 발표 이후 동요하는 내부 직원들을 추스리기 위해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 혼란스럽고 우려스러운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항공산업의 구조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기회로 삼고 창업 이념인 '수송보국'에 충실하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수 과정에서 일자리 보장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임직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세심히 살피겠다"고 공언했다. 

산은 역시 두 항공사의 통합으로 인한 고용불안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은이 추정한 양사의 중복 인력은 관리직 등 간접 부문에서 800~1000명 수준이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양사 통합 후 인력 구조조정 여부에 대해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연간 자연감소 인원과 통합작업, 신규 사업 등으로 인한 인력을 감안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고, (이에 대한) 한진의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PMI(인수 후 통합전략)로 수용해서 고용불안이 없도록 최우선으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16일 한진칼 이사회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에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이날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은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 연합뉴스
16일 한진칼 이사회가 열린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 사옥에서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이날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산은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 연합뉴스

두 항공사와 산은의 이같은 선언에도 산발적인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현재 대한항공은 1만8000여 명, 아시아나항공은 9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통합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아 항공업계의 경영 상황이 악화하면 중복 인력 등에 대한 감축 논의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신규 사업 추진과 노선 증설 등 가시적 효과는 모두 코로나19가 어느정도 해소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 시점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두 항공사 모두 국내 직원의 70%가량이 휴직 중인데, 통합 이후 이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갖고 있는 부채 규모도 변수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올해 6월 기준 11조5400억원이며, 자본잠식률은 56%에 달한다.

대한항공은 2분기 연속 흑자를 내긴 했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에 대비한 자금 확보에 더해 아시아나항공 부채 상황을 위한 여력은 충분치 않다. 대한항공은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9906억원에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1조127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는 등 '실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말에는 1조원 이상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정부에 신청할 방침이다.

항공업과 금융계 관계자들은 "대한항공이 확보한 자금 모두를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있다"며 "자칫 두 회사가 초대형 국적 항공사 출범과 동시에 위기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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