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1인 시위’ 민경욱에 최후통첩 보낸 재판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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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전 의원, 패트 재판 또 불출석…法 “구속영장 발부” 엄포
한국당 의원들 “마술 보여주며 분위기 좋았다” 혐의 부인
4·15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미국에서 1인 시위 중인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패스트트랙 충돌 재판에 또 불출석했다. 법원은 민 전 의원을 향해 다음 재판에도 불출석하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 민경욱 전 의원 페이스북
4·15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미국에서 1인 시위 중인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패스트트랙 충돌 재판에 또 불출석했다. 법원은 민 전 의원을 향해 다음 재판에도 불출석하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 민경욱 전 의원 페이스북

4·15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미국에서 1인 시위 중인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패스트트랙 충돌 재판에 또 불출석했다. 법원은 민 전 의원을 향해 다음 재판에도 불출석하면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날 재판에서는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당시 집무실에 갇혔던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은 법정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물리력을 행사해 출입을 막았다며, 명백한 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환승)는 1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를 받는 황교안 전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전현직 의원 27명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본격 심리 전 민 전 의원이 사유서를 내고 불출석한 점을 지적하며 구인장을 발부하겠다고 밝혔다. 민 전 의원은 불출석 사유서에서 "4·15 부정선거를 밝히기 위해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모든 노력을 하고 있고 활동 중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부정선거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 부장판사는 민 전 의원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사유가 안 된다"고 일축하며 "구인장을 발부한 다음 출석을 안하면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 전 의원은 지난 9월 열린 1차 공판에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지난 4·15 총선에서 인천 연수을에 출마했다 낙선한 뒤 '개표 조작' 등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으로 간 민 전 의원은 백악관과 의회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4월 발생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4월 발생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채이배 “물리력 있었다” vs 피고인 측 "마술 보여주고 샌드위치 먹어"

한편, 이날 재판에 출석한 채 전 의원은 사건 당시 한국당 의원들의 물리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채 전 의원은 "당시 오전 9시30분께 회의를 위해 집무실을 나가려고 하는데, 한국당 의원들이 서류가 든 가방과 팔을 잡아끌며 의자에 앉혔다"며 "결국 예정된 회의에 가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오전 동안 (한국당)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오후 1시께 재차 의원실을 나가려고 시도했다"며 "하지만 의원들이 나를 에워싸고 몸으로 밀치며 길을 막아 나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일 오전 9시께 바른미래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교체된 상황이었다. 채 전 의원은 오후 1시에 열릴 예정이던 사개특위 법안 회의에 참석해야 했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방해로 제때 출석하지 못했다.

채 전 의원은 나 전 원내대표가 현장 의원들과 통화하며 물리력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무실에 있었던 여상규 전 의원이 나 전 의원과 통화를 했고, '끌려 나가는 모습을 연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채 전 의원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송모씨도 이날 증인으로 나와 "한국당 의원들은 집무실 문을 걸어 잠그거나, 소파로 문 앞을 막고 앉으며 출입을 막았다"고 말했다.

이에 피고인 측은 감금이 아닌 '설득'의 과정이었다고 반박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당시 의원실 안에서는 민 전 의원이 마술가방을 가져와 마술을 보여주었고, 다 같이 샌드위치를 먹기도 하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며 "채 전 의원 보좌진들의 출입 역시 막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장 사진 등을 봐도 문을 잠그거나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며 "나 전 의원이 현장에 있는 의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것 역시 추정에 불과하다"고 물리력 행사와 나 전 대표의 지시 등을 모두 부인했다.

이날 재판에 앞서 취재진을 만난 나 전 의원은 "그 당시 저희가 했던 일들이 결국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재판과정에서 소명되길 바란다"며 "우리당의 전현직 의원님들이 같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저 혼자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의 피고인은 황 전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 윤한홍·이만희·김정재·송언석·곽상도·이철규·김태흠·장제원·박성중 의원, 강효상·김명연·민경욱·정갑윤·정양석·정용기·정태옥·김선동·김성태·윤상직·이장우·홍철호 전 의원, 이은재 한국경제당 전 의원, 보좌관 3명 등 총 27명에 달한다. 이들은 지난해 여야 4당의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사개특위 위원으로 교체된 채 전 의원을 의원실에 강제 감금하고 회의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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