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아이·미혼모 막자…출생신고시 친모 ‘가명’ 허용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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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출산제’ 도입해 출생 증명서에 친모 가명 사용 가능
미혼모 복지시설 입소 기준 완화…청소년 임신·출산시 ‘휴학’ 허용
11월16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울 동작구 소재 미혼모 자립매장 카페 ‘인트리’를 찾아 ‘미혼모가족 소통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11월16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울 동작구 소재 미혼모 자립매장 카페 ‘인트리’를 찾아 ‘미혼모가족 소통 간담회’를 가졌다. ⓒ연합뉴스

영아 유기·사망 사례가 많아지면서 정부가 미혼모 등의 한부모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16일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출생신고를 할 때 친모의 이름을 가명으로 쓸 수 있게 하는 ‘보호출산제’와 청소년 미혼모에게 임신·출산을 사유로 한 휴학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는 ‘미혼모 등 한부모가족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동작구 소재 미혼모 자립매장 ‘카페 인트리’를 찾아 간담회를 열고 미혼모에게 직접 이번 정부 대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우선 미혼모에 대한 지원책이 강화됐다. 앞으로 친모가 출산을 할 경우 영아의 출생신고 서류에 가명을 기입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된다. 이는 일부 유럽국가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 친모가 원하면 출생증명서나 가족관계 서류에 친모의 이름을 가명으로 기입하고 영아의 출생날짜와 장소 등만 명시한다. 아이가 15세가 되면 친모의 신상정보 공개를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에도 친모가 동의할 때만 정보가 공개된다. 정부는 이와 비슷한 형태로 보호출산제 내용을 구체화해 도입할 예정이다. 

보호출산제는 미혼모 등이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병원에 가지 않고 혼자 출산을 하거나, 출산을 한 후 영아를 유기 또는 살해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 도입된다. 여가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영아유기 사례는 총 1272건으로 연평균 127명의 영아가 버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아 살해 사례는 모두 110건으로 나타나 매년 11명의 영아가 살해되고 있었다.

청소년 산모에 대한 지원책도 강화한다. 임신·출산 관련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청소년 산모의 나이를 현행 만 18세에서 만 19세로 확대한다. 이에 앞으로 만 19세 산모도 연간 120만원 가량의 청소년 산모용 임신·출산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갑작스러운 임신으로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되기 쉬운 미혼모의 상담 지원도 확대한다. 현재 가족상담전화에서 제공하는 ‘24시간 임신·출산 갈등상담’ 서비스를 ‘카카오톡’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접근성을 높인다. 청소년상담전화 1388에서도 임신·출산 상담을 제공하고 미혼모·부를 위한 거점기관으로 즉시 연계해준다. 

정부는 기존 연구 용역 결과와는 달리 저소득층 12개월 이하 영아에 기저귀와 분유를 지원 사업을 축소 지원한다 / 사진=뉴스1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10~2019년 동안 영아 유기 사례가 총 1272건, 영아 살해 사례가 110건으로 집계됐다. ⓒ뉴스1

한부모가정이 입소해서 지낼 수 있는 복지시설의 입소 기준은 완화된다. 현재 중위소득 60% 이하만 입소할 수 있는 기준을 100% 이하로 완화한다. 기존 중위소득 60% 이하 기준에서는 최저시급을 받는 사람도 소득기준을 초과해 문제가 있었다. 입소 기간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린다. 한부모가정을 위한 매입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무료로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직업훈련기관도 연계해 준다. 

청소년 미혼모의 경우 임신과 출산에도 학업을 중단하지 않을 수 있도록 휴학과 유예도 허용한다. 이 경우 각 학교에서 대안교육 기관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하고, 전국 미혼모 거점기관을 연계해 청소년 미혼모가 즉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한다. 학생이 중·고등학교를 배정받을 때 부모의 혼인·별거·사별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묻는 관행도 개선한다. 

이 장관은 이날 미혼모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함께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미혼모의 임신과 출산, 자녀 양육, 자립 등 단계별 지원을 더욱 촘촘하게 챙기겠다”며 “한부모가정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족의 한 모습으로 존중받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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