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혁 스포원 이사장 “경륜·경정 정상적 운영 위한 수익 확보할 것”
  • 김희준 영남본부 기자 (sisa522@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7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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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혁 부산 스포원 이사장
"승자투표권 온라인 발매로 합법 시행체에도 경쟁력 높혀야 한다"

스포원은 경륜과 체육시설을 운영하며 부산시민의 여가선용과 체육진흥, 시재정의 확충을 위해 설립된 부산시 산하 지방공기업이다. 매년 300억원 규모의 시 재정에 기여하던 스포원은 코로나19로 존립 위기를 맞고 있다. 기저에 깔린 ‘사행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은 더욱 심해졌다. 현재 스포원은 정직원들조차 급여와 수당을 삭감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상혁 스포원 이사장을 만나 스포원이 가진 사회적 책임과 이 코로나19시대에 살아남는 법을 들었다. 

부산 스포원 이상혁 이사장 ⓒ 시사저널 김희준
이상혁 부산 스포원 이사장 ⓒ 시사저널 김희준

안정적 공기업인 스포원조차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스포원이란 공기업으로 지난 8개월은 참으로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예산을 경륜사업으로 자체 조달해야 하는 것이 스포원의 재정구조다. 2020년에도 이에 맞는 수익창출 모델을 준비했다. 하지만 시즌 개시 직전에 터진 코로나19로 경주 자체가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후 장기간 휴업으로 인해 공기업 스포원 직원들의 각종 수당과 급여까지 삭감됐다. 경륜선수들은 벨로드롬 경주로가 아닌 곳에서 생업전선에 내몰렸다. 결국 일부 선수들은 경륜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경주시행의 한 축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가장 힘든 상황이었다.”

 

코로나 이후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타개책은 무엇인가. 

“온라인 발매제도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지난 10월 22일 온라인발매 도입을 위한 경륜경정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간 휴장과 향후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법안의 국회 통과가 절실하다. 한마디로 합법시행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하지만 법안의 최종 통과까지는 극복해야 할 난제들이 너무 많다. 2005년 당시 1년 7개월간 동일한 여건에서 온라인발매를 시행한 경험과 결과가 있는데, 이 결과는 온라인 이후를 우려하는 이해당사자와 관련기관이 우려하는 문제점 해소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경륜·경정법 일부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도종환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체육인 출신의 임오경 의원 및 안민석, 정청래 의원 등 문화체육에 관심이 있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11인이 공동발의한 건이다. 이 개정안은 경륜·경정 승자투표권 온라인 발매를 허용해 비대면 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고, 기존 장외매장 운영을 일부 대체하는 등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또 온라인 발매를 통해 불법 온라인 도박시설 확산을 방지하고, 경륜·경정 관련 종사자들의 생계보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과 국민체육기금등 공공재정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 승자투표권 발매 계획과 함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제출하는 매출 총량 준수방안을 경주계획서에 포함시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해 사행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스포원은 이 개정안을 적극 환영하며, 지방공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겠다는 목표가 뚜렷해졌다.” 

 

스포원이 말하는 ‘사회적 책임’이란 무엇인가.

“스포원은 부산광역시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지방공기업법을 근거로 설립된 지방공기업이다. 시민의 여가선용과 체육진흥을 도모하고, 지방재정확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함으로써 시민의 복리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종목 중 테니스와 남자농구, 사이클경기를 치루기 위해 현재 위치 약 29만여㎡ 부지에 금정체육공원이 조성된 이후 스포원이 설립돼 공원관리와 경륜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이후 실내체육관의 유휴공간을 개조해 배드민턴·탁구·수영·헬스·키즈랜드·골프연습장·야외공간을 활용한 잔디축구장과 풋살장·자전거도로·조깅로 등을 포함한 생활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체육 이외에도 재난안전체험관과 탄생의 신비관 등 다양한 교육체험시설을 두고 있다. 연간 100만 명의 방문객이 내방할 정도로 스포원은 부산시민과 아주 가까운 공기업이다. 체육공원시설을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일부 시 예산 지원과 경륜사업을 통한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스포원 설립 이후 경륜사업을 통해 2019년 말까지 총 4260억원의 지방세수(레저세+교육세)를 조성해왔다. 지방재정확충을 위한 재원 기여실적에 큰 자긍심을 갖고 부산광역시 공기업의 가치와 설립목적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스포원을 경영하면서 삼은 롤모델이 있다고 들었다. 

“1983년 한국마사회에서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해 현재까지 경주시행체에 오랜 시간을 몸담고 있다. 마사회 근무 초기부터 ‘홍콩쟈키클럽(홍콩경마시행체)’을 알게 됐고, 경주산업에서 진정한 세계적 리더로서 전세계 경주시행체에게 가장 모범적인 롤 모델이 되기에 충분한 사례로 여기고 있다.”

 

‘홍콩쟈키클럽’ 생소하다. 

“홍콩정부는 국민을 위한 레저산업으로서 홍콩경마산업을 성장시켰다. ‘홍콩쟈키클럽’의 핵심은 불법 사행업체에 대한 정부의 직접규제보다 합법시행체에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가 지원을 한 결과, 불법업체와 맞서 경쟁한 우수사례다. 이 점이 한국과 비교되는 가장 큰 차이점이자 항상 아쉬운 점이다.

불법과의 경쟁력 증대를 위한 몇가지 성공사례가 있다. 우선 국민들의 접근성 편리를 위해 홍콩정부는 도심전역에 100여개의 중소규모 장외매장을 설치·운영하고, 첨단IT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온라인채널을 운영하며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했다. 또 불법보다 높은 흥미유발을 위해 다양한 승식을 선제적으로 제공하는데 현재는 총 15종류의 운영 중이다. 세계 최초의 고정배당률승식(Jockey challenger)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불법이 고객유인의 강력한 효과로 활용하는 ‘리베이트 제도’를 2006년시즌부터 과감하게 합법에 도입해 성공한 사례인데, 1일 1만HK$(한화 약 143만원) 이상을 잃은 고객에게 10%~12%를 보상해주는 파격적인 제도다. 시행체 입장에서 상당한 수익금 감소가 불가피해 일반적으로 합법 내 도입이 불가능했지만, 불법이용자들의 최소 20%의 합법 유인을 목표로 설정해 시행했으며 이 제도 이후 불법이용자를 대거 흡수했다. 도입 첫 시즌에 시행체 공제율이 17.5%에서 15.7%로 하락했지만, 합법 매출액은 오히려 56.3% 상승한 것이다. 같은 차원으로 홍콩정부는 불법과의 환급률 경쟁을 지원하기 위해 원천징수 발매세 폐지 등 과감한 세제개편을 실시했는데, 불법을 합법으로 유인한 매출증대효과로 인해 세수는 오히려 3.7% 증대된 사례이다. 자체경주를 활용한 해외 비지니스 성공 사례도 있다. 최초 2013년 4개국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2019/2020시즌에는 총 14개국내 40개 베팅사업자의 홍콩경주의 베팅을 유입했다. 이를 통해 홍콩매출액 시즌 총 18조7000억 중 15%(전년 실적대비 25.3% 증가)를 해외에서 유입시켜 코로나19로 인한 장외매장의 제한적 운영에도 불구하고 정상적 운영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 전 세계 경주사업자에게 새로운 성공적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홍콩경주시행체는 그야말로 불법에 대한 경쟁력을 갖춘 경주사업자다. 2019/2020시즌 경주시행 결과 총 3조 6000억원의 납세로 홍콩내 가장 큰 단일납세자로 자리매김했다. 홍콩경주시행체는 EMBA(최고경영자과정)의 세계최고수준인 홍콩과학기술대학 등 3개 대학과 퀸엘리자베스 정부병원, 오션파크공원등 사회공익시설의 건립과 운영비도 지원했다. 또 2003년 치명적인 사스전염병 상황에서 7400억원을 지원하는 등 경주시행체의 흔적을 통해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사회공헌에 이바지했다. 그 결과 ‘홍콩쟈키클럽’은 홍콩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최고의 경주사업체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경륜사업자의 이사장으로서 잔여 임기 중 집중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정상적인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수익확보를 위한 ‘글로벌 비즈니스맨’이 되는 것이다. 부산시민들에게만 매출을 부담시키는 체계가 아니라 해외비지니스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조달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를 통해 스포원의 안정적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임기 중 중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동물학대 논란으로 해외 경견장 폐쇄가 늘어나고 있는 등 해외 경주산업 대상의 베팅컨텐츠가 부족한 현실이다. 경륜이란 컨텐츠의 희소성을 부각시켜 수익창출이 가능하다. 국내 업계에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추진할 대상이기에 임기내 반드시 기반을 구축하고자 노력 중이다.

경륜의 수도가 부산이고, 부산이 항상 업계의 변화와 개혁을 리드하라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를 임기 내내 실천지침으로 인식하고 있다. 시행체 직원에게는 안정적이고 보람된 일터를 제공하고, 선수에게는 기량을 충분히 발휘해 고객으로부터 사랑받는 선수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 더욱 흥미있는 경주시행을 통해 경륜을 즐기는 고객이 모두 행복해지는 것이 바람이다. 이런 운영을 통해 스포원을 관리감독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확충에도 기여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공기업이 되는 것이 CEO로서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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