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 막혔는데 ‘항공사 마일리지’ 어쩌나…답답한 소비자들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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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마일리지 전환 비율·시기 촉각
코로나19 속 해외여행 길 막혀 ‘출구전략’ 수립도 불가능
정부와 산업은행이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하며, '글로벌 톱10' 통합 국적항공사 출범을 공식화했다. ⓒ 연합뉴스
정부와 산업은행이 16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하면서 대형 국적항공사 출범을 공식화했다. ⓒ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서면서 항공권 가격 상승과 마일리지 통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양사의 마일리지 전환 비율을 두고 소비자 불안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17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에 따르면,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그동안 독자적으로 운영해 온 항공 마일리지 시스템도 통합된다. 아직 정확한 시점과 전환 비율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통합하더라도 기존 마일리지 사용에 대한 유예기간을 적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속에 해외여행 길이 사실상 막힌 상태라, 정해진 기한 내 이를 소진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적립 마일리지 규모가 클수록 이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 

국내 여행으로 마일리지를 소진하거나 다른 사용처에 포인트를 쓸 수도 있지만, 통상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자들은 해외 여행 항공권 예약과 장거리 여행 시 좌석 승급 등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통합 이후 사용을 전제하고 '전환 비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1대1 비율로 동일한 가치를 인정받긴 어려울 전망이다. 항공사 마일리지로 전환 가능한 신용카드 대부분이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항공으로 바꿀 때 비율을 더 높게 쳐주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사용액 1500원당 대한항공 1마일로 전환해 주는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당 1마일이 적립되는 등 두 회사에 대한 비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자들은 아시아나와 마일리지를 통합하면 보너스 좌석 예약을 비롯한 제휴 서비스 이용 경쟁이 심해져 결과적으로는 혜택이 축소될 것이란 불만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항공 동맹 문제도 소비자들의 혼란을 더하는 요인이다. 대한항공은 에어프랑스·델타항공 등과 함께 스카이팀 소속이고, 아시아나항공은 루프트한자·유나이티드항공 등이 가입된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다. 소비자들은 각 사에 적립한 마일리지로 동맹 내 항공사의 티켓을 발권하거나 좌석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스타얼라이언스가 스카이팀보다 규모가 크고 타이항공이나 에티하드 등 국내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주요 외항사들이 많이 가입돼 있다. 이 때문에 동맹 회원사 항공을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하지만 통합 이후엔 대한항공이 소속된 스카이팀으로 일원화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동맹 항공사 혜택을 누려보지도 못하고 마일리지를 강제 전환해야 할 고객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 고객들을 중심으로 '출구 전략'을 고민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적립 중이라는 한 누리꾼은 "가족 해외여행을 염두에 두고 카드 포인트를 모두 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해 오랫동안 40만 마일리지를 넘게 모았는데,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 발권이 안되면 이제까지 모은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며 "코로나19로 당장 해외를 갈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마일리지 통합을 앞두고 유예기간을 준다 하더라도, 코로나로 언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는데 과연 그 기간이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전환 비율이 정확하게 공지되기 전까지는 일단 기다려보는 수 밖엔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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