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위 “김해신공항 근본적 검토 필요”··· 사실상 폐기로 
  • 박비주안 영남본부 기자 (sisa517@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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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가덕신공항 특별법 추진 예정
부울경 "늦었지만 환영한다" vs 대구 "지역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
지난 6월 정부서울청사로 상경한 부울경 시민단체가 24시간 관문공항을 위해 가덕신공항을 외치고 있다 ⓒ 시사저널 박비주안
지난 6월 정부서울청사로 상경한 부울경 시민단체가 24시간 관문공항을 위해 가덕신공항을 외치고 있다 ⓒ 시사저널 박비주안

17일 오후 2시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김수삼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한 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에 대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안전·소음·시설운영 및 수요·환경 등 4개 분야에서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2016년 정부가 발표한 김해신공항 확장안은 전면 백지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검증위는 엄중한 책임감을 안고 안전시설 운영, 수요, 소음, 환경 4개 분야 11개 쟁점, 22개 세무 항목에 대해 현장조사 등 객관적이고 과학적 검증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적절한가에 대한 기술 검증 결과 안전시설 운영·수요·소음·환경 등 상당부분이 보완이 필요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장애물 제한표면의 진입표면 높이 이상의 산악 장애물을 방치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방치해선 안되고, 예외적으로 방지하려면 관계행정기관의 협의요청이 있어야 한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있었다"며 "이에 따르면 계획수립 시 경운산·오봉산·임호산 등 진입표면 높이 이상의 장애물에 대해 절취를 전제해야 하나, 이를 고려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법의 취지에 위배되는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김해신공항 계획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고, 확장성 등 여러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지자체의 협의의사가 확인되지 않으면 장애물 제한표면 높이 이상의 산악의 제거를 전제로 해 사업추진이 필요하다는 해석을 감안할 때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해신공항 검증위는 “검증 결과에 아쉬운 마음을 가지시는 분들도 일부 있을 것이나, 검증위가 지난 10개월 간 치열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내린 결과에 대해 정부와 부울경 국민 여러분께 최대한 존중해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은 김해신공항 검증위의 발표 하루 전 본인의 SNS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 추진은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비난했다. 권 시장은 “김해신공항은 십 수년간 영남권 5개 자치단체(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가 밀양과 가덕도로 나뉘어 갈등한 끝에 파리 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이라는 세계 최고 공항전문기관 용역결과에 따라 정한 영남권 신공항의 대안”이라면서 “국민의 세금 7조 원 이상이 투입되는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있어서 이를 변경하려면 당연히 영남권 5개 시도민들의 의사를 다시 모아 추진해야 하는데, 대구경북은 가덕도신공항에 합의 해 준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전재수 의원(더불어민주당, 북강서갑)의원은 역시 본인의 SNS를 통해 “권 시장이 가덕도공항 재추진을 천인공노할 일이라고 말한 모양”이라면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입지가 선정되고 민간공항 이전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까지 착수한 마당에 부울경 800만 시도민들을 향해 이렇게 거친 언사를 쏟아붓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응수했다. 이어 전 의원은 “TK는 가덕도공항에 합의해 준 적이 없다라고 말씀하시는데 PK가 권영진 대구시장의 곁꾼이냐, 밑일꾼이냐”라고 했다.

부산경남시도민들은 온라인을 통해 일제히 환영에 나섰다. 부산상공회의소는 김해신공항 사실상 백지화 소식에 "지역 균형 뉴딜정책에 이어 이번 김해공항 확장안 부적격 판정까지 종합해 보면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를 해소하고 지방 주도에 의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김해신공항 폐기에 앞장섰던 김해 시민단체들도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부울경 지역 정치권도 검증위원회 발표를 환영했다. 김정호(더불어민주당, 김해시 을) 의원은 "동북아 물류산업 차원에서도 가덕신공항이 필요하다"면서 국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은 "김해공항은 애초에 군사공항으로 만들어져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라면서 "가덕신공항은 24시간 이착륙과 장거리 대형화물기의 운항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세계 5위의 컨테이너 할만인 부산신항과 인접해 육해공 복합운송체계 주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2030년 부산엑스포 개최 전까지 가덕신공항의 개항이 가능하도록 가덕신공항 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17일 민주당에 따르면 PK(부산·울산·경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특별법 발의 준비를 마쳤다. PK 의원들은 국무총리실 산하 신공항검증위원회가 이날 오후 검증 결과를 발표한 뒤 정부 입장이 나오면 발의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예정이다.

ADPi 최종보고서에 '대구공항은 2백만명의 국내선 여객을 이용해 운영'하고 국제여객은 김해신공항으로 수용해 3800만명을 수용하도록 설계되었다고 설명했다 ⓒ 국토교통부

반면 대구지역은 검증위의 김해신공항안 사실상 백지화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대구상의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4년 넘게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김해신공항 확장안이 백지화된 것에 대구·경북 경제인들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초 대구·경북은 우리 지역 발전을 한걸음 양보하고 경남 밀양을 신공항 후보지로 지지했음에도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김해신공항 확장 방침을 밝혔다"며 "이번 조치는 정부 스스로 자신들 결정을 뒤집는 것이다"고 비난했다.

대구상의는 "경제 논리보다는 정치 논리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지역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권영진 대구시장이 언급한 2016년 ADPi 결과보고서로 인한 비판 여론도 제기됐다. 한 대형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권영진 시장이 말하는 ADPi 용역보고서대로 하자면 대구공항의 국제선은 김해신공항으로 통폐합돼야 하고, 대구공항은 국내선 200만 명만 유지해야 하는데 대구경북은 군위-의성 통합국제공항을 새로 만들지 않냐“면서 ”ADPi 결과를 먼저 어긴 권 시장이 군위-의성 통합신공항을 손에 쥐고도 다시 부울경의 가덕신공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6년 ADPi가 발표한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공항들이 국내선에 한해 운영됨에 따라 가덕과 밀양이 1개의 활주로를 갖추고 2800만명의 국제선 여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김해가 입지로 선정돼 200만 명의 국내선 여객이 대구공항을 이용할 경우 대구공항 기능이 폐쇄되지 않을 것이고 간주했고, 그에 따라서 김해는 3800만명의 여객을 수용하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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