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해경, 행정소송 제기한 여객선사 ‘표적수사’ 논란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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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해운, 세종해운 도선사업 면허변경 취소 소송 제기
대법원 “여객선 항로에 도선 증선 안 돼…위법한 처분”
인천해경서, 해운법·사기 혐의 수사…검찰, 불기소 처분

인천해양경찰서가 ‘표적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해경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던 한림해운에 대해 ‘인지수사’를 진행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천해경서가 수사한 한림해운의 사기와 업무상횡령, 해운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해경서는 한림해운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림해운은 인천해경서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에 불만을 품고 ‘괘씸죄’를 적용해 표적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림해운과 경쟁하던 세종해운을 감싸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인천해경서는 한림해운의 불법행위를 인지해 수사를 진행했고, 경쟁업체들 중 한 쪽 편을 들기 위해 수사한 것도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인천해경서는 세종해운의 대표가 인천해경서의 민간협력단체 회원으로 활동한 것도 나중에 알았다는 입장이다.  

인천해양경찰서 전경. ⓒ인천해경 제공.
인천해양경찰서 전경. ⓒ인천해경 제공.

검찰, 한림해운 ‘불기소’…법원, 증거 없어

8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인천해경서는 2018년 7월16일 한림해운과 한림해운의 대표이사 A씨 등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한림해운과 A씨 등은 2014년 4월에 해수부가 추진하는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에 선정된 후, 36억원을 부정한 방법으로 대출받고, 이 중 약 6억원을 선박 건조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 혐의다. 

하지만,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올해 4월27일 한림해운과 A씨 등을 불기소 처분 했다. 증거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한림해운 측은 인천해경서의 ‘표적수사’라며 편파성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수사관이 ‘하명수사’라고 말했다는 게 한림해운 측의 주장이다. 

공교롭게도 당시 한림해운은 인천해경서와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었다. 인천해경서가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에서 운항하던 세종해운 소속 319t급 세종3호(여객정원 389명)를 713t급 세종9호(여객정원 500명)로 교체하는 도선사업 면허변경 신청을 승인했는데, 이를 취소해 달라는 게 행정소송의 주요 골자다.

한림해운은 삼목선착장~신도~장봉도 항로에서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는 만큼, 인천해경서가 세종해운에게 승인해 준 도선사업 면허변경 처분으로 영업 손실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또 319t급에 불과한 세종3호를 713t급 세종9호로 교체하는 것은 사실상 도선 증선이라고 강조했다. 

인천해경서는 행정소송 중에 한림해운의 ‘원고적격’을 따졌다. 한림해운은 이 행정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인천해경서는 세종3호를 세종9호로 교체하는 도선사업 면허변경 처분으로 한림해운이 침해받는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한림해운의 손을 들어줬다.

인천해경서는 항소심에서 한림해운이 해수부가 추진한 ‘2014년도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에 사업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한림해운의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는 취소돼야 하고, 이럴 경우 원고적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인천해경서가 행정소송 중에 수사한 내용을 이용한 셈이다.

법원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노태악 부장판사)는 2019년 6월27일 인천해경서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한림해운이 ‘2014년도 연안선박 현대화 이차보전사업’의 실수요자로 선정돼 선박을 건조한 것으로 보이고, 사업계획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하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해상여객운송사업면허를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검찰의 불기소 처분보다 먼저 한림해운의 위법성을 판단한 것이다.

인천해경서 간부가 인천지역 여객선사업체들로부터 접대향응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 ⓒ세월호 특조위 제공
인천해경서 간부가 인천지역 여객선사업체들로부터 접대향응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 ⓒ세월호 특조위 제공

세종해운 대표, 인천해경서 민간협력단체서 활동       

인천해경서가 한림해운을 상대로 사기와 업무상횡령, 해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 착수 직전에, 세종해운의 대표이사가 인천해경서에서 민간협력단체의 회원으로 활동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해경서 관계자는 “한림해운에 대한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세종해운 대표이사가 인천해경서 민간협력단체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당시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인천해경서와 세종해운의 ‘짬짜미’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 과정에서도 인천해경서와 해운업체의 부적절한 유착이 드러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2016년 9월에 발간한 ‘안전사회 실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세종해운 관계자들은 2012년 4월과 2013년 7월에 인천해경서 간부에게 유흥주점에서 132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

또 인천해경서 간부는 2013년 8월쯤 세종해운 소속 여객선이 운항 중에 주요 부품이 고장 나 운항정지를 명령해야 하는데도, 세종해운 대표의 부탁을 받고 구두로만 주의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해경서 관계자는 “검찰이 한림해운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한림해운의 위법 행위를 인지해 수사를 한 것일 뿐, 표적수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한림해운에 대한 수사와 세종해운의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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