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은 이낙연 리더십도 휘청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4 10:00
  • 호수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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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던 대선주자 '다 어디로 갔나'
추-윤 갈등에 중도층 민심 돌아서

추-윤 갈등 과정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섣불리 ‘윤석열 국정조사’를 주장했다가 당내 큰 반발에 부딪힌 것은 리더십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국정조사는 통상 야당이 주장하는 거다. 야당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카드로 쓰는 것인데 집권여당의 대표가 이를 먼저 내는 경우가 어디 있나. 현실정치에서 한동안 떠나 있어서 그런지 이 대표의 정치 감각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다”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내년 9월 경선 후보 등록 때까지 유력한 대선주자를 키워내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전이 이낙연·이재명 양강(兩强) 체제로 가겠지만, 두 사람 중 한 명만 후보군에서 이탈하면 제3의 인물이 부상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당내에선 민주당의 적극적 지지층인 20~40대에서 상대적으로 지지도가 높은 것을 근거로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전을 예상하는 의견이 많다. 증권용어로 설명하면 현재 이 대표의 지지율은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 대표의 리더십과 관련해 전임 이해찬 대표와 비교되는 이야기들이 많이 회자되는 사이, 당 지지율은 하염없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12월7일 리얼미터-YTN 조사(12월 1주 차)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은 29.7%, 국민의힘은 31.3%를 기록해 역전됐다.

당내 일부 의원의 불필요한 설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한 당직자는 “김남국 의원 등 일부 초선들의 튀는 행동이 계속되는 것도 문제지만, 이러한 의견에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차기 대선주자들이 당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낙연-이재명 양강 체제가 수개월째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때 많아도 너무 많아 고민이 됐던 차기 대선주자들은 하나둘씩 사라졌다.

향후 경제 전망을 낙관하기도 힘들다. 부동산 문제로 3040세대들도 비판적으로 돌아선 것은 민주당으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국민의힘 산하 연구기관인 여의도연구원 의뢰로 2014년 작성한 《대통령의 지지도와 국정운영》에 따르면, 경제가 어려운 경우 대통령 지지도에 부정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맨 오른쪽)와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br>
이낙연 민주당 대표(맨 오른쪽)와 전혜숙 민주당 의원이 12월9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br>

당내에서 새어나오는 이견, 여권에 불안한 징조

지지율 30%대 추락을 바라보는 여권의 생각은 어떨까. 40% 선이 붕괴된 충격은 적지 않지만, 반등할 수 있는 여건 또한 충분하다는 자신감이 앞서는 모양새다. 강성 친문계는 되레 더딘 개혁입법 추진과 검찰 개혁이 전통적 지지층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면서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고 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12월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지지율 하락은 국민들, 특히 지지층이 주는 회초리”라고 전제한 뒤 “공수처법 지지부진과 윤석열 총장에 대한 미온적 대처에 따른 지지층의 실망감 표출”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검찰 개혁에 더 박차를 가 해야 한다는 논리도 그래서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지만, 이것이 야당 반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무당층 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그 이유로 든다. 위기인 것은 맞지만 반등의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민주당의 조바심은 개혁입법 처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압도적인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 배경에는 산토끼(중도층)는 놔두고 집토끼(지지층)라도 잡아야 반등의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절박함이 배어 있다.

다만 추-윤 갈등 과정에서 이견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는 것은 여권에 불안한 징조다. 한 비주류 의원은 “적극적 지지층으로부터 호되게 비판받았지만 충청권 중진인 이상민 의원이 추-윤 동시 사퇴를 꺼낸 것은 당내 이견 표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확증편향 성향의 목소리만 강해져선 정치 환경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면서 “지금의 지지율 하락이 지속될지는 앞으로 1~2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배 소장은 “지지율 30%마저 깨질 경우 청와대의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져 역대 정부의 임기 말 현상이 재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진 소장도 “여권이 시간이 갈수록 악재는 많고 호재는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여당 ‘도우미’ 역할 하고 있는 국민의힘

여권이 지지율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국민의힘의 지지세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대통령의 권력누수가 심해지려면 여권 내 강력한 대항마가 있거나, 야권이 단일대오를 결성해야 한다. 노태우 대통령 때는 김영삼 대표가 여권 내 강력한 대항마로 나섰고, 이명박 대통령 때는 박근혜 대표의 역할이 그랬다. 김영삼 정부 때의 제1야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나 노무현 정부 때의 한나라당은 각각 정권 탈환을 위해 강력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여전히 당내 중진들의 반발에 부딪혀 별다른 정치적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대해 당 중진 및 옛 친박계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차기 서울시장 및 대선주자들도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은 야권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리얼미터의 지난 8월13일 조사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지지율은 36.5%로 민주당(33.4%)을 넘어섰지만 상승세가 오래가지 못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기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특이점이다. 정치 참여 선언조차 하지 않은 윤 총장 지지율이 어지간한 야권 대선주자들을 앞서면서 국민의힘은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윤 총장이 본격적으로 정치 참여에 나설 경우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법 처리와 관련해 어떠한 관계 설정을 해야 할지도 현재로선 모호하다. 한 당직자는 “윤 총장이 정치에 참여하면 현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비난할 텐데 그 프레임이 우리 국민의힘에 유리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문 대통령에게 실망한 지지층이 국민의힘 지지로 돌아서야만 본격적인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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