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길, 삶의 지혜를 담은 책 [최보기의 책보기]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20.12.1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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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봄날》ㅣ김언호 지음ㅣ한길사 펴냄ㅣ544쪽ㅣ1만9000원

‘2등까지는 인간의 노력으로 가능하나 1등은 하늘이 정해준다’는 말이 있다. 대통령 또한 마찬가지다. 국무총리까지는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하늘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는 늘 뚜껑 열어봐야 안다고 한다. 그런데 무력을 동원한 쿠데타가 아닌 정상적, 민주적 절차와 다수결 국민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을 보면 그 시대 국민들의 보편적 염원이나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것을 곧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바, 시대정신(時代精神)이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신 자세나 태도, 공통된 희망’을 말한다.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몇몇 대통령으로부터 시대정신을 유추해 보자면 ‘이승만 건국, 박정희 산업화, 김영삼 민간정부, 김대중 인권주권, 이명박 경제발전, 노무현 공정평등, 문재인 한반도 평화’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시대정신은 가만히 있어도 자동으로 실현되는 것은 아니고 구현되게 하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을 선도하는 지도자들이 필요하다. 그들은 때로는 한낮의 태양처럼, 때로는 어둡고 긴 동굴 속 촛불처럼 대중들에게 다가오는데 후자의 경우 스스로 극심한 희생을 치른다.

“그 해 봄날”은 출판계 거목(?) 한길사 김언호 대표가 지난 44년 동안 책을 만들면서 직접 교류했던 시대의 현인 열여섯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김민웅 교수가 쓴 후기(Review)의 첫 제목이 ‘어둠의 시대와 마주한 현인들, 그 지성의 혈관’인 만큼 “열여섯 분의 삶과 사상은 우리의 빛나는 정신유산, 그들의 정신이 곧 시대정신”이었음을 확인하는 것, 기존의 평전이나 역사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현인들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것에 이 책의 가치가 있다. ‘인간의 길, 삶의 지혜를 담은 책’이라서 제목도 ‘봄날’이라 한 것 같다.

“내가 현인들을 만나고 책을 만들던 시대는 험난했다. 고단한 삶이 그 시대의 상황이고 조건이었다. 말하고 쓰는 것은 물론이고 생각하는 것조차 용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험난한 시대상황은 우리들의 생각을 일깨우고 심화시켰다… 민주주의와 민족문제는 나의 책 만드는 중심주제가 되었다… 책을 만들면서 만난 우리 시대의 현인들의 빛나는 정신유산은 공유되어야 한다. 민족공동체가 지향하고 구현해야 할 지혜와 가치이기 때문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요구되는 도덕이고 윤리이기 때문”이라 말하는 저자 김언호의 “그 해 봄날”은 ‘우리 시대를 만든 정신의 고전’이라서 이 책을 읽는 일은 ‘한 세대의 나아갈 길을 일깨우는 시대의 조타수가 되는 길’이다. 민주주의 공화국과 시민사회를 떠받치는 ‘깨시민’이 되는 길이다.

열여섯 분은 아래와 같다. 대중적 인지도로 치자면 설명이 좀 필요한 분들도 있지만 개별 설명은 사족이 될 것 같아 생략한다.

1. ‘행동하는 양심’ 함석헌 선생, 김대중 선생, 송건호 선생, 리영희 선생

2. ‘진실과 정의의 이름’ 윤이상 선생, 강원용 목사, 안병무 선생, 신영복 선생

3. ‘역사와 역사정신의 소유자’ 이우성 선생, 김진균 교수, 이이화 선생, 최영준 교수

4. ‘함께 걷는 길 위의’ 이오덕 선생, 이광주 교수, 박태순 작가, 최명희 작가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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