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문화도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7 08:00
  • 호수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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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코로나 방역 실패로 방치되는 시신들…안전∙존엄∙환경 모두 지키는 장례 방식 고민

미국에서는 시신이 냉동트럭에 쌓였다. 인도 인부들은 땅구덩이에 시신을 내팽개쳤다. 이탈리아의 한 병원에선 화장실에 시신이 방치됐다. 좀비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들이 세계 곳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망자가 급증한 탓이다. 로이터통신은 12월4일(현지시각) “9초당 1명꼴로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쟁에서 가장 먼저 잃은 게 진실이라면, 죽음을 앞둔 코로나 환자들이 가장 먼저 잃게 될 것은 존엄성이다.’ 지난 9월 캐나다 매니토바대학이 발표한 의학저널의 첫 줄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 죽기 직전까지 홀로 남겨지는 지금의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 와중에 세계 각국은 확진자 시신마저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북부의 한 공동묘지에서 5월8일(현지시각)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 매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북부의 한 공동묘지에서 5월8일(현지시각) 코로나19 사망자의 시신 매장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러스가 인간 존엄성마저 삼켜선 안 돼”

매니토바대학 연구진은 “환자가 어디에서 사망하든 존엄성만큼은 바이러스에 잠식당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역시 장례 방식의 가이드라인을 정하면서 “전쟁 중에도 시신은 존엄을 지키며 정중하게 다뤘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국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 시신을 화장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일단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반드시 화장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단 중국과 이탈리아는 즉각 화장하도록 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도 사망 12시간 이내에 화장할 것을 의무화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는 2월 코로나19 사망자 장례관리 지침을 통해 ‘선(先) 화장, 후(後) 장례’를 권고했다.

문제는 환경오염이다. 국내에서 화장시설은 유해물질을 법적 기준 이하로 배출하게 돼 있다. 다만 유골은 처리 방법에 따라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 종교 전문 통신사 RNS는 지난 7월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친환경 장례의 혁신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시대에 고인을 어떻게 대해야 존엄과 환경을 모두 지킬 수 있을까. 미국 워싱턴주는 지난해 사람의 시신을 퇴비로 쓸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전역에서 유일하게 ‘퇴비장’을 합법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 5월부터 유족들은 사망자의 시신을 거름으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 이전까지는 매장과 화장만 허용됐다.

퇴비장이 존엄을 지키는 장례인지에 대해선 아직 논란이 있다. 교황청은 2016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시신은 신성한 장소에 묻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퇴비장은 허용할 수 없는 방식”이라며 “유골을 뿌리거나 보관하는 일은 교리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국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주는 워싱턴주의 뒤를 이어 퇴비장 합법화 법안을 논의 중이다. 워싱턴 비영리단체 사람추모협회(PMA) 측은 “퇴비장은 사후에 의미와 효용가치를 부여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설립된 미국 장례회사 리컴포즈(Recompose)는 인간 퇴비 장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 3월 워싱턴주 최대 도시 시애틀에 퇴비화 시설을 설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획이 변경됐다고 한다. 시애틀 타임스는 8월 “코로나가 리컴포즈의 오픈 스케줄을 앞당겼다”고 전했다.

리컴포즈 고객매니저 안나 스웬슨은 시사저널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금 시애틀에 첫 번째 지점을 열기 위한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 퇴비화는 강철로 된 2.4m짜리 육각형 통에서 이뤄진다. 통 안에 나뭇조각·밀짚·들풀 등을 깔고 시신을 눕힌 뒤 화학 작업을 30일 정도 진행한다. 그사이 시신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기름진 흙으로 변한다. 시신 한 구에서 나오는 비료의 양은 약 764리터다. 유족은 이를 보관할지, 거름으로 쓸지 선택하면 된다.

인간 퇴비화는 매장이나 화장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8분의 1만 있으면 시행할 수 있다. 탄소 배출량도 훨씬 적다. 리컴포즈는 퇴비장 비용을 5500달러(약 600만원) 정도로 잡고 있다. 미국 장의사협회(NFDA)가 밝힌 워싱턴의 평균 장례 비용은 9000달러(약 970만원). 매장할 경우 묫자리는 따로 알아봐야 한다. 환경과 비용 측면에서 모두 퇴비장이 경제적이다.

 

고인을 빛과 거름으로 만드는 장례 방법

유골을 다이아몬드로 가공하는 방법도 있다. 사람의 뼈에는 탄소가 들어 있는데, 탄소 결정체가 다이아몬드란 점에 착안한 것이다. ‘유골 다이아몬드’는 완전히 친환경적인 장례 방법은 아니다. 탄소 추출을 위해 우선 화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유골을 외부로 방출하지 않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다. 또 납골당을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된다.

전 세계 유골 다이아몬드 제작 업계는 두 회사가 양분하고 있다. 미국의 라이프젬과 유럽의 알고르단자(Algordanza)다. 이 중 알고르단자는 2016년 국내에 지사를 설립했다. 회사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37개국에 진출해 있다. 아시아에서는 홍콩과 일본에서 높은 실적을 자랑한다. 전영태 알고르단자 한국지사장은 시사저널과 만나 “국내에서 화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아도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지난해 화장률은 88.4%였다. 전체 사망자 29만5000여 명 중 26만 명이 화장으로 장례를 치른 것이다. 화장률은 2014년 79.2%에서 해마다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전 지사장은 “문의 고객만 하루 평균 2~3명이고 실수요자는 연간 두 자릿수”라며 “매년 매출 성장률은 10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유골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는 4~5개월이 걸린다. 모든 제작 과정은 설비가 있는 스위스에서 진행된다. 만들 수 있는 다이아몬드 크기는 0.3캐럿부터 2캐럿까지다.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위해 필요한 유골은 약 500g. 성인 몸에서 나오는 유골은 2~4kg 정도이기 때문에 양은 충분하다. 가격은 크기에 따라 460만~4570만원(세공 제외)으로 책정돼 있다.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해 만들어진 유골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와 물리적·화학적 특징이 동일하다.

이처럼 유골을 영구 보관하기 위해 변형하는 작업을 ‘유골 성형’이라 부른다. 다이아몬드는 아니지만 사리 형태로 유골 성형을 해 주는 업체는 국내에도 있다. 그 방법은 특허를 받기도 했다. 단 유골 성형은 법적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다. 제재할 법령도, 합법이란 근거도 없다. 일각에선 “망자의 시신을 훼손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전영태 지사장은 “유골 다이아몬드를 의뢰하는 사람들은 고인을 특별하고 아름답게 모시고 싶어 찾아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죽음에 관해 이젠 외부의 상조회사가 아니라 가까운 유족이 주체적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방법도 있다. 일명 ‘바다장’이다.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는 바다장이 불법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또 유골은 폐기물로 볼 수 없고, 해양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바다장은 종교별로 다양하게 진행할 수 있다. 삼우제, 49재, 기제사 등 제사 종류에 따른 의전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인천 업체 푸른바다장의 이희정 대표는 “바다장을 선택한 고인 수가 매년 평균 15~20%씩 늘어나고 있다”며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터진 연초부터 지금까지 2000명 이상 장례를 치렀다”고 했다.

 

“코로나19를 친환경 장례 확대 계기로 삼아야”

화장 전 장례식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간소화되는 추세다. ‘작은 장례식’ 전문 스타트업 꽃잠의 유종희 대표는 “작년에 비해 올해 문의 건수는 13배, 실제 수요 건수는 3배 늘었다”고 했다. 꽃잠이 제공하는 장례식에선 빈소 없이 입관식만 이뤄진다. 비용은 빈소를 차리는 일반 장례식의 반값인 200만원 정도다. 유 대표는 “작지만 품위 있고 존엄을 지키는 장례식을 돕기 위해 고민한다”고 했다.

미국 장의사 케이틀린 도티는 장례식 곳곳에 녹아든 허례허식을 꼬집는다. 그는 저서 《잘해봐야 시체가 되겠지만》을 통해 “현대 장의 업계가 죽음을 ‘개별화’한답시고 까마귀색 관, 골프클럽 모양 납골함 등 특별한 물건들을 만든다”며 “이런 감상적 소품들은 시신들조차 부끄러워할 만큼 끔찍하게 다가온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를 존엄을 갖춘 친환경 장례 확산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수는 12월3일 150만 명을 돌파했다. 11월부터 월평균 사망자 수는 창궐 초기인 지난 3월에 비해 5배 이상 폭증했다. 상황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다가올 크리스마스 주간에 미국에서만 최대 1만9500명이 숨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사저널 박은숙·kbs·유투브 캡처
ⓒ시사저널 박은숙·kbs·유투브 캡처

【‘無’로 되돌리는 세계의 이색 장례법】

① 우주장

유골을 캡슐에 담아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보내는 장례 방법이다. 1992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스타트렉》 작가 유골을 우주왕복선에 실어보낸 게 시초로 알려져 있다. 미국 스타트업 엘리시움 스페이스는 2018년 100명의 유골을 로켓으로 우주에 띄워올리는 데 성공했다. 1인당 비용은 2500달러(약 290만원). 이들 유골은 4년 안에 지구 대기권에서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전까지 유족들은 모바일 앱으로 유골 위치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② 수목장

영국,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도입된 대표적인 친환경 장례다. 화장한 유골을 나무 주변에 뿌리거나 묻는 방식이다. 수목장에 주로 쓰는 나무에는 참나무, 소나무, 자작나무 등이 있다. 지표면의 자연물에 따라 잔디장, 암석장 등으로 치를 수도 있다. 수목장은 매장이나 납골에 비해 차지하는 땅 면적이 적기 때문에 도입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08년 수목장을 합법화한 뒤 2011년 경기 파주시에 수목장 묘역을 조성했다.

③ 빙장

화장과 반대로 시신을 얼린 뒤 자연분해하는 방법이다. 우선 시신을 영하 18도 이하에 노출시킨 뒤 액체 질소에 담근다. 이렇게 동결 건조된 시신에 진동을 가해 가루로 만든다. 이후 진공관에 보관해 외부 혼입물을 제거한다. 남은 가루를 흙에 묻으면 1년쯤 뒤에 분해돼 사라진다. 퇴비장처럼 완전한 친환경 장례에 가깝다. 단 상용화되진 않았다. 스웨덴 업체 프로메사 오가닉이 2001년부터 개발에 착수했으나 설비를 완성하지 못한 채 2015년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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