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레임덕 불러왔던 5가지 징후, 지금과 맞춰보니…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4 14:00
  • 호수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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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인사와 정책 실패·선거 패배·여권 분열·측근 비리 등이 ‘발목’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탄생한 6공화국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를 5년 단임으로 못 박았다. 장기 독재의 아픈 역사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겠다는 전 국민적 합의였다. 하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집권 4~5년 차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라는 혼란을 초래했다. 견고한 지지층을 바탕으로 역대 정부와는 다를 줄 알았던 문재인 정부도 임기 4년 차의 끝자락에 접어든 지금 ‘레임덕’이란 용어가 조금씩 회자되기 시작한다.

물론 현재로선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많다. 조짐은 있지만 아직 뚜렷한 징후까지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뚜렷한 레임덕 징후란 무엇일까. 역대 정부에서 레임덕이 일어났던 주요 원인은 크게 다섯 가지 사안이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봤을 때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연합뉴스·청와대사진기자단

①지지율 하락

대통령의 레임덕은 필연적으로 지지율(국정 수행 평가) 하락을 동반했다. 물론 지지율 하락은 이후 언급될 여러 요인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것들을 살펴보기에 앞서 단순 수치로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면 김영삼(YS)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의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임기 초반엔 적게는 40%대, 평균 5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임기 말, 특히 4년 차 들어서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결국 30% 아래로 떨어졌다. YS는 4년 차 4분기 때 지지율이 28%로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5년 차 1분기엔 14%, 임기가 끝나는 5년 차 4분기엔 한 자릿수인 6%의 초라한 지지율을 기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3년 차 3분기 때 28%로 30%대 지지율이 붕괴됐다. 계속 하락한 지지율은 4년 차 3분기 때 10%대로 떨어진 뒤 5년 차 1분기까지 오르지 못했다. 이후 20%대로 오르긴 했지만, 노 전 대통령 역시 30%의 벽을 넘진 못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27%의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4년 차 들어 서서히 지지율이 빠지더니 5년 차 1분기 때 30%대가 깨졌다. 이 전 대통령은 5년 차 내내 30% 지지율을 넘기지 못한 채 23%의 지지율로 임기를 마쳤다. 박 전 대통령은 4년 차 3분기까진 30%대를 지켰으나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지며 4년 차 4분기에 12%로 지지율이 곤두박질한 뒤 결국 탄핵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떨까. 81%의 역대 최고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한 문 대통령은 최근 조사인 12월 1주 차 조사에서 40%대가 붕괴된 3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첫 30%대가 나온 지지율이 레임덕의 근거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집권 4년 차 3분기 평균 44%는 역대 정부 중에선 그래도 가장 높은 수치다. 다만 최근 지지율 추이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하락 속도가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4년 차 1분기 때 61%였던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②인사·정책 실패

인사와 정책의 실패는 매 정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기 시작하는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인사는 취임 초부터 정권의 지지율을 하락시켜 임기 말 레임덕의 단초를 제공하는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역대 모든 정부가 인사들의 도덕성 문제, 혹은 자질 부족으로 몸살을 앓았다. 김대중(DJ) 정부 때는 총리 또는 총리 지명자들이 도덕성 문제로 줄줄이 낙마하며 타격을 입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도 당시 이해찬 총리가 이른바 ‘3·1절 골프 사건’으로 낙마했다. MB 정부 때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라인 등 특정 인맥 인사로 여러 비판을 받았다. 낙마가 유난히 많았던 박근혜 정부는 역대 정권 중 총리 후보자가 가장 많이 낙마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인사 실패로 인한 타격이 치명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인사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도덕성 문제로 낙마한 것은 문재인 정부 지지율의 변곡점이 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물론 임기 내내 회전문·코드 인사에 대한 비판을 면치 못하며 인사에서 국민들에게 신뢰를 안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책 중에서도 경제·부동산 정책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지점으로 여러 정권에 레임덕을 가져왔다. 집값 상승(노 정부), 전세 대란(MB 정부) 등은 민심을 돌리게 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위기설을 부르는 큰 요인 중 하나도 부동산 정책 실패다. 집값을 잡고 투기 등을 막기 위한 정책을 적극 폈지만 도리어 집값이 천정부지로 솟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아울러 최근 문재인 정부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핵심 공약·정책인 검찰 개혁의 무리한 시도로 인한 정권과 검찰의 갈등이다. 조 전 장관의 낙마 이후 임명된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총장과 벌이는 갈등이 국민들에게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③선거 패배

집권 말기 여당의 선거 패배는 공통적으로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케 하며 레임덕을 앞당겼다. YS 정부 4년 차에 치러진 15대 총선에서 여당인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과반에 못 미치는 의석을 얻으며 ‘여소야대’ 정국을 맞았다. DJ 정부 4년 차엔 여당이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모두 야당에 패했다. 노 정부 4년 차 땐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그야말로 참패했다. 광역단체장은 전북지사 1명 당선이 유일했고, 전국 기초단체장 230곳 중 19명만이 당선됐다. 같은 해 10월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는 단 한 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MB 정부 4년 차인 2011년에도 역시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여당이 4곳 중 1곳만 이겼다. 같은 해 10월16일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에 자리를 내줬다. 집권 5년 차인 이듬해 19대 총선에선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여당이 과반을 얻으며 승리하긴 했으나, 이땐 이미 MB의 힘이 완전히 빠진 상태로 당내 차기 권력이었던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영향 탓이었다. 박 정부 역시 2016년 20대 총선에서 야당에 패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집권 4년 차인 올해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이는 다른 정권 상황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다만 내년 4월에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두 곳의 보궐선거는 모두 현 여당에 귀책사유가 있다. 최근 위기설이 돌며 위기에 빠진 정부·여당이 두 곳에서 모두 패배하면 이것이 자칫 레임덕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④여권 내부 분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감지될 땐 필연적으로 여권 내 이상 조짐 및 분열도 함께 터져나왔다. 임기 말이 되면 권력 이반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제의 불가피한 결과이기도 하다. 아울러 정부의 정책과 방향성에 대해 관료계가 청와대나 여당에 반발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일도 생긴다. YS 정부 3년 차엔 당시 여당 대표였던 김종필 전 총리가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을 창당하는 등 권력다툼이 있었다. DJ 정부 말기에도 역시 대통령 최측근들 간 갈등 등 분열이 레임덕을 가속화했다. 노 정부는 임기 말 여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가 나오는 등 분열이 극심했다. MB 정부도 집권 3년 차 때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싸고 여권 내 친이(親李)계와 친박(親朴)계가 대립하며 분열이 시작됐다. 이들이 이후에도 노골적으로 권력다툼을 벌이면서 MB 정권은 국정 운영 동력을 잃었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까지 눈에 띄는 내부 분열은 없다. 다만 조금씩 이상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에 대해선 여권 내부에서도 “추 장관이 잘못하고 있다” “추 장관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⑤대통령 가족 및 측근 비리

정권 레임덕의 ‘화룡정점’은 대통령 가족 등 측근 비리 즉 권력형 게이트다. YS는 장학로 사건, 백두사업 방산 비리, 한보그룹 사태에 연루된 차남 김현철씨의 구속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DJ는 권력형 게이트인 진승현·이용호·최규선 게이트가 잇따라 터지고 이른바 ‘홍삼 트리오’로 불린 세 아들(김홍일·홍업·홍걸)이 줄줄이 비리에 연루되며 추락했다. 노 전 대통령은 형 노건평씨 비리, 바다이야기 사태 등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MB 또한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구속와 측근들의 비리 의혹으로 레임덕을 겪었다. 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으로 촉발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됐다.

현 정부에서도 라임·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 사기 등에 청와대 인사, 여권 인사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권력형 게이트로까지 번질 파급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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