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 출시 직후 잦은 버그로 게이머들 집단소송 휩싸일까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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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보려고 8년 기다렸나”…전세계 소송 예고된 이 게임

“전세계 게이머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

게임 하나가 세계 각국의 게이머들을 ‘멘붕’에 빠뜨렸다. 폴란드 게임 제작사 CDPR이 12월10일 출시한 액션 RPG게임 《사이버펑크 2077》가 그것이다. 이 게임은 제작 기간만 8년, 제작 비용만 1억1100만 달러(약 1200억원)로 추정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출시되기도 전에 화려한 그래픽과 독특한 세계관으로 기대를 모았다. 기대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상을 받기도 했다.

폴란드 게임 제작사 CDPR의 《사이버펑크 2077》 소개 홈페이지 메인화면 ⓒ cyberpunk.net
폴란드 게임 제작사 CDPR의 《사이버펑크 2077》 소개 홈페이지 메인화면 ⓒ cyberpunk.net

그런데 게임이 발매된 지금은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완성도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12월13일 한 미국 네티즌은 온라인 게임유통 플랫폼 스팀에 “대부분의 나라들이 소비자 보호법을 갖고 있다”면서 “이제 법률가를 구해 소송을 준비해야 할 때다”라고 적었다. 그는 “자동차 회사가 고성능차를 팔았는데 알고 보니 포드 핀토(연료탱크의 잦은 폭발로 악명높은 소형차) 엔진이 들어가 있었다면 허위 광고와 허위 판매를 한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 글에는 100여 명의 네티즌들이 반응을 보였다. 

 

“고성능차가 사고차 엔진 달았다면 허위광고 아닌가”

게이머들 사이에서 《사이버펑크 2077》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건 버그다. 갑자기 게임 화면이 어두워지거나 자동차가 건물을 유령처럼 통과하는 등 오류가 너무 자주 발생한다는 것. 버그가 너무 심해 진행조차 힘들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미국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집단소송 참여자들 모집합니다”란 글까지 올라왔다. 이 외에도 “이 쓰레기를 보기 위해 8년을 기다렸다.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 “제작사의 거짓말을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뿐이다” “제작사가 소송을 막기 위해 팬들을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글이 올라왔다.

국내 게이머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게임 전문 커뮤니티 루리웹에는 “재미를 떠나서 (소송) 할 만하다” “진짜 망해야 다른 회사도 다신 이런 짓 안할것” “국내에는 소송 준비하는 변호사 없나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소송을 통해 판매 대금 이상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이버펑크 2077》가 고사양 PC를 요구해서 데스크톱을 비싼 걸로 바꿨는데, 플레이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 원 등 비디오 게임기 버전을 구입한 게이머는 더욱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버그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 리뷰 사이트 메타크리틱에 따르면, 12월17일 기준 《사이버펑크 2077》 PC버전의 리뷰 점수는 87점을 기록했다. 반면 플레이스테이션·엑스박스 버전의 리뷰 점수는 50점대에 그쳤다. 

《사이버펑크 2077》 게임 중 버그로 캐릭터 폴리곤이 뭉개진 화면 ⓒ 유튜브 캡처
《사이버펑크 2077》 게임 중 버그로 캐릭터 폴리곤이 뭉개진 화면 ⓒ 유튜브 캡처

“승소 힘들 것”…제작사 독소조항 걸어놓기도

단 집단소송을 내더라도 승소 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비디오 게임의 플레이가 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불만족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숱하게 많지만, 그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신 “버그가 심해 게임 진행이 거의 불가능하다면 손해배상청구를 해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결정적으로 제작사 측에서 소송을 까다롭게 만드는 조건을 미리 걸어뒀다. CDPR은 미국 이외의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사이버펑크 2077》 사용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폴란드 법령의 적용을 받으며 그와 관련된 모든 분쟁 조정은 폴란드 법정에서만 이뤄진다”고 명시했다. 게임 홈페이지에 공개한 ‘최종 사용자 사용권 계약문’을 통해서다. 또 해당 계약문은 “사용자(게이머)와 CDPR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집단소송이나 대표소송, 집단중재에 참여하거나 제기하지 않을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국내 게이머 입장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제작사 CDPR이 《사이버펑크 2077》 에 대해 공개한 '최종 사용자 사용권 계약'. 집단소송을 원천 차단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 ⓒ cyberpunk.net
제작사 CDPR이 《사이버펑크 2077》 에 대해 공개한 '최종 사용자 사용권 계약'. 집단소송을 원천 차단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 ⓒ cyberpunk.net

소송 제기 여부와 상관없이 CDPR은 시장의 반응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사이버펑크 2077》 출시일인 12월10일 362즈워티(10만9000원)였던 주가는 일주일 뒤인 17일 309즈워티(9만3000원)으로 14% 떨어졌다. 12월 초와 비교하면 하락률이 46%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CDPR 공동 창업자 4명의 주식 손실액을 합하면 10억 달러(1조950억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한편 《사이버펑크 2077》을 디지털 다운로드받은 플레이스테이션4 이용자는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인 소니는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알렸다. 그러면서 “추후 발표가 있을 때까지 온라인 스토어에서 《사이버펑크 2077》을 제거한다”고 밝혔다. 단 엑스박스 원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인 MS는 아직 환불과 관련해 발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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