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막자” 손해 감수하고 문 닫는 밀양전통시장 상인
  • 김완식 영남본부 기자 (sisa512@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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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8곳 전통시장 800여개 상가 “코로나 19 확산 방지에 동참”
밀양시 무안면 전통시장이 21일 문을 걸어 닫았다. 이날은 무안 5일 장날이었지만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잇따르자 자발적으로 확산방지를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시책에 동참하고 있다. ©시사저널 김완식
밀양시 무안면 전통시장이 21일 문을 걸어 닫았다. 이날은 무안 5일 장날이었지만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잇따르자 자발적으로 확산방지를 막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그고 시책에 동참하고 있다. ©시사저널 김완식

“하루 문을 닫게 되면 당장 큰 손해를 보게 됩니다. 하지만 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 나오는 데 방역 방침에 따라야죠. 가계 문을 닫는 동안에는 내부 소독을 정기적으로 이어갈 겁니다.”

21일 경남 밀양시 무안면 전통시장은 문을 걸어 닫았다. 무안 5일 장날이지만, 코로나19 지역 확진 사례가 잇따르자 자발적으로 확산방지를 위해 문을 걸어 잠갔다. 

앞선 12월 16일 5일 장날 한차례 영업을 하지 않았던 무안 전통시장내 한 음식점 주인은 “장날에 가게 문을 닫으면 하루 30~40만원 정도를 손해 본다”면서도 “상인회의 방침이니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지금은 코로나19가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밀양지역 5일 장날 휴업에 동참한 상가는 시내의 아리랑전통시장 110여 곳, 내일동 재래식 시장 200여 곳, 터미널 재래식 시장 250여 곳 등 550여 곳이 넘는다. 삼랑진·무안·수산·송지·송백시장 등 5곳의 읍면지역 전통시장 350여 곳의 상가도 장날 문을 닫는다. 

이들 5일장 장터에 매대를 설치해 장사를 하는 노점상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재래식 상인들이 코로나19 여피로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앞서 내일·내이동 등 밀양도심 전통시장들과 삼랑진·무안·수산·송지·송백시장 등 읍‧면지역 상인회 및 각 재래시장 상인들은 긴급 간담회를 하고 임시 휴장 등 차단대책 논의 끝에 전통시장 5일장을 16일부터 25일까지 임시 휴장하기로 했다. 

밀양장날인 지난 17일 밀양시내버스터미널 재래식 시장의 한 음식점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시사저널 김완식
밀양장날인 지난 17일 밀양시내버스터미널 재래식 시장의 한 음식점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시사저널 김완식

고객층의 노령화, 대형마트 입점 등으로 취약성을 안고 있는 전통시장이 5일장까지 휴장 결정은 영세한 상인들에겐 큰 타격이다. 하지만 각 지역 전통시장 상인회는 손해를 감수해가며 전통시장의 휴장을 알리는 현수막을 시장 주변에 게시해 휴장에 따른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등 지역 코로나18 확산방지에 동참하고 있다.

밀양시 관계자는 “그간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시장에 방역홍보단 운영 및 손소독제 비치 등 노력을 해왔다”면서도 “하지만 최근 확진자 잇따라 나오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시장 상인회와 협의해 임시휴장을 결정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루”라고 했다.

지역 목욕탕 업주들도 자발적으로 코로나19 지역 확산 방지에 동참하고 있다. (사)한국목욕업 중앙회 경남지회밀양시지부는 지난 15일부터 31일까지 17일간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이번 임시휴업은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에 이어 두 번째 휴업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빈도가 높은 밀양시내 소재의 22개 목욕업소가 자발적으로 동참하며 이뤄졌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 2월부터 11월까지 12명의 확진자만 나올 정도로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밀양지역에선 12월 들어 전국 3차 대유행과 겹쳐 걷잡을 수 없이 확진자가 발생하자 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 했다.

 

밀양 2단계 격상에도 44번째 확진자 발생

밀양시는 지난 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상가들도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종료하는 등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밀양 윤병원 등에서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40대 여 직원이 확진된 이후 n차 감염으로 이어지고 있는 윤병원에선 19일에도 밀양43, 44번 확진자가 발생했다. 44번 확진자는 이병원에 근무하는 50대 여성 의료진으로 파악됐다. 이 병원 관련 누적 확진자는 21일 현재 총 17명이다. 이병원 지난 13일부터 27일까지 2주 동안 코호트격리(동일집단격리)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시는 집단 감염지를 중심으로 방역에 주력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사회‧가족간‧직장간 감염에 대해 확진자 동선과 접촉자 추적 등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또 밀양시립박물관과 공공체육시설 14개소를 전면 폐쇄하고, 밀양시립도서관·미리벌학습관과 경로당·사회복지관·의열기념관 등에 대해 휴관 조치했다. 긴급돌봄 어린이집 48개소 운영을 점검하고, 공공운영시설과 종교시설에 대해 주변 방역과 점검을 마친 상태다. 

박일호 밀양시장이 시청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지역 내 추가확산 차단을 위한 대처방안 마련을 위해 간부공무원 긴급 대책회의를 주제 하고 있는 모습. ©밀양시
박일호 밀양시장이 시청 소회의실에서 코로나19 지역 내 추가확산 차단을 위한 대처방안 마련을 위해 간부공무원 긴급 대책회의를 주제 하고 있는 모습. ©밀양시

‘착한 임대인 캠페인’ 동참 이어져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감이 감도는 가운데 밀양시민들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는 운동도 조용히 일고 있다. 매출이 급감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건물주들이 자발적으로 임대료 인하에 동참하는 ‘착한 임대인 캠페인’이 지역 상가 건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비싼 신 삼문동에 상가 건물을 보유한 김아무개씨(54)는 관내 41번째 착한 임대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씨 소유 건물에는 임차인들이 미술학원과 음악학원,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씨 건물 1층에서 식당을 하고 있는 정아무개씨(여‧53)는 지난 7월부터 임대료 50%를 감면받고 있다며 건물주 김아무개씨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다. 정씨는 “코로나19 발발로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 월세 내기도 어려웠는데,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며 “건물주도 어려울텐데, 임대료를 낮춰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현재 밀양지역 45여 개의 건물 임대인들의 자신들의 건물에 입점한 개인사무실, 학원, 음식점 등 80여 곳에 대해 임대료 30~50% 감면해주고 있다. 
  
앞서 밀양시는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들에게 임대료를 인하해 주기위해 건물주(일반 건축물)에 대해 재산세를 감면하고, 중소법인 및 개인사업자에 대한 균등분 주민세의 50%를 인하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조례를 지난 4월 시의회 상정했다. 이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자 시는 임대인들에 공문을 발송하고 임대료 인하를 독려했다. 시는 ‘착한 임대인 캠페인’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용건 세무과장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을 통해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고 있다. 착한임료 결정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큰 힘이 되어 코로나19도 이기고 지역 경기회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더 좋은 소식이 전해질 수 있도록 착한 임대인 발굴에 더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겨내자” 209곳서 7억원 상당 성금 기탁

공공기관과 지역사회 단체, 기업, 개인들도 지역상권 회복에 힘을 보태기 위해 나섰다. 올 들어 21일 현재까지 209곳에서 4억7200만원의 현금과 2억6000여만원 상당의 현물이 밀양시에 전달됐다.

밀양시시설관리공단 전직원은 최근 ‘코로나19 극복 착한소비’ 활동을 펼쳤다. 시설관리공단은 그간 ‘스테이 스트롱’, ‘덕분에 챌린지’, ‘농산물 꾸러미’, ‘농산물직거래 구매’ 등 코로나19 극복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협밀양시지부와 ㈔우리농업지키기운동본부, 고향주부모임밀양시연합회도 지난 18일 밀양시청에서 ‘함께하는 행복나눔’ 행사를 갖고 사회복지시설 53개소에 1000만 원 상당의 생필품(라면 200상자)과 코로나19 방역물품을 전달했다.

박일호 밀양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자발적으로 나서준 상인회와 목욕업지부, 착한임대인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어려운 시기에 시민 모두가 하나 돼 코로나확산방지와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다잡고 있는 만큼 분명히 이겨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양시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착한소비에 동참하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밀양시시설관리공단
밀양시시설관리공단 직원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착한소비에 동참하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밀양시시설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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