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역대급 IPO 시장 열린다
  • 이승용 시사저널e.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 승인 2020.12.30 14:00
  • 호수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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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확대로 공모주 시장 돈 쏠림 지속…초대형 기업 줄상장 예고에 시장 ‘후끈’

2020년 기업공개(IPO) 시장은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응해 정부가 유동성을 크게 늘리고, 시중에 풀린 돈이 IPO에 투자하는 공모주 시장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올해보다 더한 공모주 투자 광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유동성 확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등 시장 가치가 수십조원에 이르는 기업들이 현재 IPO 시장 출격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 당국도 개인투자자들에게 공모주 투자 기회를 대폭 확대해 주는 등 흥행을 위한 판 깔아주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넘치는 유동성, IPO에 몰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총 76개 기업(스팩 제외)이 상장했다. 언뜻 보면 2018년(78개), 2019년(76개)과 비슷한 수치다. 하지만 청약증거금 총합은 295조5000억원으로 2018년, 2019년과 비교해 3배로 늘어났다. 역대 최대 청약증거금 1~3위도 모두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2014년 상장한 제일모직의 청약증거금(30조649억원)이 1위였다. 하지만 2020년 7월초 상장한 SK바이오팜 공모청약에 30조9899억원이 몰리면서 6년 만에 신기록이 깨졌다. 이후 8월 상장한 카카오게임즈 청약에는 무려 58조5543억원의 증거금이 몰렸고, 10월 상장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청약에도 이와 비슷한 58조4237억원의 증거금이 유입됐다.

일반 IPO에도 막대한 청약자금이 몰려들었다. 2020년 5조원 이상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IPO 기업은 12개나 됐다. 앞서 2018년과 2019년에는 1개에 불과했다. 청약증거금이 몰려들면서 청약 경쟁률도 치솟고 있다. 그동안 청약 경쟁률은 1000대 1이 넘으면 ‘대박’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20년에는 1000대 1 이상이 흔해졌다. 8월 코스닥에 상장한 이루다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역대 최고인 3039.55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관투자가들도 공모가를 정하는 수요예측에서 일단 ‘지르고’ 있다. 희망공모가 상단에서 공모가가 확정되는 일은 당연시됐고 한국파마, 비나텍, 명신산업, 에프앤가이드 등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가 확정되는 사례도 속출했다.

공모가가 높게 형성되면서 2020년 IPO 시장의 총 공모금액은 57조8885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38조1091억원보다 19조원 이상 늘어났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자금은 무려 9625억원이었고 SK바이오팜도 9593억원에 달했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이 IPO 시장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SK바이오팜의 경우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260%까지 치솟는 ‘따상’을 기록하면서 국내 IPO 시장 열기는 급속히 달아올랐다. 금리 인하로 마땅한 수익률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따상’은 시중의 유동성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한 자극제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IPO 시장이 과열되면서 거품론 역시 그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최소한 2021년에도 끝나기 힘들 것으로 관측되면서 오히려 유동성에 대한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최소한 2021년에 한해서는 2020년보다 IPO 시장의 열기가 한층 더해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초대형 기업들의 상장이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2021년 최대어는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부가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 가치는 최대 50조원에 육박, 역대 최대 공모 기록을 깰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대 공모 규모는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의 4조8881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100% 자회사인데 최소 공모 비율인 25%만 공모해도 공모금액이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차순위 대어는 글로벌 흥행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만든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은 시가총액이 30조원으로 측정되고 있다. 세 번째 대어인 카카오뱅크 역시 기업 가치가 20조~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15조원대였던 2017년보다 IPO 규모 클 것”

SK그룹과 카카오 계열사 IPO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SK그룹은 SK케미칼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SKIET), SK텔레콤 자회사인 원스토어, ADT캡스,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의 상장을 진행할 예정이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뱅크 외에도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M 등 상장 준비 기업이 다수다. 여기에 한화종합화학, 호반건설 같은 대기업 핵심 계열사와 야놀자, 티몬, 쏘카 같은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유니콘)들도 내년 상장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최근 IPO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도 이어질 예정이다. 당장 2021년 1월 IPO를 준비 중인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경우 공모가 기준 기업 가치가 2조원에 육박한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2021년 공모에 나서는 기업들의 공모 규모는 총 15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지난 2017년보다 클 것”이라며 “공모에 유입되는 막대한 청약대금으로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장을 준비 중인 업체들 역시 적극적으로 공모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당국이 2021년부터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기회를 확대한 것도 IPO 시장을 달구는 요인이다. 기존에는 전체 공모 주식의 20%가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됐지만 2021년부터 개인투자자 물량을 최대 30%로 확대했다. 여기에 더해 12월부터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IPO 기업은 공모주 배정 물량 가운데 절반 가량을 모든 청약자에게 균등 배정하고 나머지를 청약증거금에 비례해 배분한다. 이는 고액 자산가에게 쏠리는 현행 공모주 투자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소액 개인투자자에게 더 많은 공모주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실시되는 제도다.

이소중 SK증권 연구원은 “2021년부터 개인투자자가 배정받을 수 있는 공모주 물량이 확대됨에 따라 유입되는 개인 청약대금이 증가할 것”이라며 “개인 청약 물량 중 50% 이상이 균등 방식으로 배정되면서 소액 청약자들에게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자금력이 약한 개인투자자들도 공모 시장에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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