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빚투’ 21조원 돌파…증권사들 ‘신용융자’ 속속 중단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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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만에 2조원 증가…연일 사상 최대치
과열 우려 속 ‘반대매매’ 규모도 늘어
1월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1.97포인트(2.33%) 떨어진 3013.93에 거래를 마쳤다. ⓒ 연합뉴스
1월18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1.97포인트(2.33%) 떨어진 3013.93에 거래를 마쳤다. ⓒ 연합뉴스

연초부터 코스피가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개인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는 이른바 '주식 빚투'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연일 신용융자 잔고가 늘자 증권사들은 과열 우려 속에 속속 신용융자 매수를 중단하고 나섰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는 21조29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0거래일 연속 증가한 것으로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말(19조2213억원) 대비 올 들어 보름 만에 2조원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이다. 통상 주가 상승세가 점쳐지면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 잔고도 함께 늘어난다.

코스피는 지난 14일 3149.93까지 오른 이후 이틀 연속 2% 이상씩 하락해 18일 3013.93에 마감했다. 연초 상승분을 일부 반납하며 오름세가 다소 주춤한 상황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열풍은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신용대출 규모가 급증하면서 증권사들도 신용융자 매수를 속속 중단하고 나섰다. 과도한 신용융자 팽창과 자체 대출 한도 소진을 막기 위한 조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 사업자가 신용공여를 하는 경우 합계액이 자기자본의 100%를 초과해선 안 된다.

대신증권은 전날부터 신용거래 융자 매수를 중단했고, NH투자증권은 오는 21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도 20일 오전 8시부터 별도 공지시까지 신용융자 매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도 각각 지난 13일과 15일부터 신용융자 매수를 중단했다. 유진투자증권도 신용융자 대출 관련 서비스를 부분적으로 제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주식시장이 과열 움직임을 보이자 투자 손실에 대한 '경고'를 보냈다.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월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주식시장이 과열 움직임을 보이자 투자 손실에 대한 '경고'를 보냈다. ⓒ 연합뉴스

반대매매도 치솟아…한은 총재, '경고' 메시지

코스피 변동성이 커지면서 반대매매 규모도 늘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미수거래 계좌의 반대매매 규모는 387억원에 달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일 이후 1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반대매매는 증권사의 돈을 빌려 매수한 주식(신용거래)의 가치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거나 외상거래로 산 주식(미수거래)에 대해 결제대금을 납입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강제로 처분해 채권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일부 종목은 고객이 주문 금액 대비 20∼40%의 증거금만 보유하면 매수 주문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결제일(2거래일) 안에 나머지 금액(미수금)을 채우지 못하면 반대매매 대상이 된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11일 코스피가 장중 3200선을 돌파한 이후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면서 매도 시점을 놓친 미수거래 물량이 반대매매 대상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직접 '빚투' 현상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의 경우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가격조정이 있을 경우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은행 총재가 공개적으로 주식시장에 대한 언급을 내놓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열풍이 위험수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버블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은 어렵지만 최근 (주가상승) 속도가 과거 이전보다 대단히 빠른 것은 사실"이라며 "주가가 과속하면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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