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과태료 반값 후려치기…‘민식이법’ 무력화하는 지자체들
  • 윤현민 경기본부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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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구역 주정·차 위반 적용해 34억 세수 덜 걷어

경기도 내에서 스쿨존 과태료 봐주기가 판치고 있다. 일반구역 위반으로 둔갑시켜 반값으로 후려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3년간 덜 걷은 과태료만 34억원 규모다.

 

스쿨존 위반 과태료 10건 중 3건 과소부과 적발

19일 경기도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관리실태 특정감사 결과, 지난 2017~2019년 도내 31개 시·군은 스쿨존 주·정차 위반 27만2746건을 적발해 과태료 176억3600만원을 부과했다. 이 중 32.7%(8만9230건)는 과소부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구역 위반 과태료를 적용해 총 34억3700만원을 부과했다. 2배 비싼 스쿨존 위반을 피해 과태료를 반값으로 깍아준 셈이다. 현행법상 주·정차위반 범칙금 및 과태료(승용차 기준)는 스쿨존 8만원, 일반도로 4만원이다. 결국 반값으로 줄어든 과태료 만큼 세수를 덜 걷은 꼴과 같다.

각 시·군·구, 출장소 등 44곳 중 30곳이 적발됐다. 전체 적발건 중 절반 이상을 과소부과한 곳도 17곳에 이른다. 동두천시와 안양 동안구는 적발건 모두 일반과태료를 적용했다. 이어 안양 만안구와 광주시도 각각 99.9%와 99.4%를 과소부과했다. 광주시, 수원 장안구, 구리시, 군포시 등도 과소부과율 90%를 넘었다.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모습. ⓒ경기도청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한 차량들 ⓒ경기도청

“공무원 무사안일주의 민식이법 입법취지 위협”

당초 민식이법(도로교통법 시행령) 개정 취지도 온데 간데 없는 모습이다. 지난 2019년 12월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스쿨존 사망사고 처벌강화(징역 3년 이상) 등 아동 안전사고 예방이 골자다. 하지만, 각 지자체의 무사안일한 대응이 입법취지를 위협한다는 지적이 있다. 과태료 후려치기가 운전자의 주의 소홀과 교통사고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기남부경찰청 교통과 관계자는 “지자체 재량에 따라 스쿨존 주·정차위반 과태료 부과기준을 임의로 바꾸는 건 금지돼 있다”며 “일선 공무원들의 안이한 대응으로 아동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사회질서에 혼선을 주는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기도는 적발기관 경고·주의 조치 및 후속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도 감사기획팀 관계자는 “기존 관행과 담당자의 관련규정 미숙지, 민원발생 우려 등으로 과태료가 과소 부과되는 등 부적정하게 처리됐다”며 “적발기관에는 경고 및 주의 조치를 내리고 스쿨존 사업총괄부서를 지정해 향후 대책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3년 도내 스쿨존 아동 교통사고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2017년 75건을 비롯해 2018년 87건, 2019년 97건 등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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