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트럼프다운 트럼프…신당창당설에 고민 깊어진 공화당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1.01.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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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트럼프 ‘손절’ 조짐…트럼프는 ‘셀프’ 퇴임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 이후 행보에 대해 미국 정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인 플로리다에서 신당을 창당해 둥지를 튼 뒤 재기를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당 창당설이 현실화할 경우 타격을 입는 것은 공화당이다. 이에 공화당 내에서는 상원에서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손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을 기점으로 백악관의 주인이 바뀌게 된다. 임기를 단 하루 남겨둔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개인 별장 마러라고 리조트가 있는 플로리다로 이동할 예정이다. 플로리다는 ‘트럼프의 제2의 고향’이라 불릴 만큼 지지기반이 두터운 곳이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플로리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선택했다. 

2020년 9월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윈스턴 세일럼에 있는 스미스 레이놀즈 공항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
2020년 9월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윈스턴 세일럼에 있는 스미스 레이놀즈 공항에서 유세 연설을 하는 모습 ⓒAP 연합

플로리다에 ‘트럼프 왕국’ 건설…2024년 재기 신호탄?

트럼프 대통령 본인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플로리다로 이사를 계획 중이다. 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주지에서 약 15마일(24km) 떨어진 주피터의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장녀인 이방카 역시 마이애미 인근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를 기반으로 정치적 재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 세운 ‘트럼프 왕국’을 기반으로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거나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P는 “의회 난입 사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과 뉴욕에서 버림받았지만, 플로리다주에선 회복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력한 시나리오로는 장녀 이방카가 2022년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에 출마하는 것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직접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시나리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과 결별한 뒤 독자 행보로 신당을 창당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그의 딸 이방카 트럼프가 1월4일 조지아주 달튼 지방공항에서 상원 결선투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 PE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그의 딸 이방카 트럼프가 1월4일 조지아주 달튼 지방공항에서 상원 결선투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 PEP연합

공화당 지지층 절반은 여전히 트럼프 ‘옹호’…셈법 복잡해진 공화당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신당창당설’이 제기되자, 공화당은 술렁이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을 떠나 신당을 창당한 뒤 대선에 도전한다면, 지지층이 겹치는 공화당으로서는 정권 탈환 목표에 빨간 불이 켜지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고한 지지세를 보이고 있어 고민이 깊어졌다. USA투데이와 서퍽대가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공화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55%가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확실하게 뽑겠다고 답했다. 직전 조사의 71%보다는 낮아졌으나, 다음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충분한 수치다. 

USA투데이는 “공화당은 여전히 트럼프의 당”이라며 “공화당 지지자들이 트럼프에게 보이는 충성도 때문에 공화당 지도부의 기대감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기를 막고자 탄핵에 가담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안을 통과시킨 뒤, 민주당에서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대선 출마 금지 법안에 동참하자는 기류다. WP는 최소 12명의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탄핵안에 찬성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공화당 상원의원 17명이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탄핵 당하게 된다. ‘마의 장벽’으로 여겨졌던 상원에서의 탄핵안 통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8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준비로 분주한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의 모습 ⓒ AP연합
18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 준비로 분주한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의 모습 ⓒ AP연합

이 와중에 ‘셀프’ 퇴임식 연다는 트럼프…워싱턴은 준전시상황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을 하루 남겨둔 시점까지 바이든 당선인과 불화를 연출하고 있다. 오는 20일 낮 12시(한국 시간으로 21일 새벽 2시)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리는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에 불참하고, 같은 날 본인의 퇴임식을 열기로 하면서다. 전임 대통령이 후임의 취임식에 불참하는 것은 1869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 이후 152년 만에 처음이며, 셀프 퇴임 행사를 여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맞이하는 의례적인 환영행사마저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난입 사태 이후 내란선동자로 몰리면서 마지못해 “순조로운 정권 이양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러한 행동은 여전히 선거 결과에 불복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언급하긴 했으나 공식적으로 “승복한다”는 메시지는 전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워싱턴DC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테러 위협으로 준전시상태에 돌입했다. 의사당과 백악관 인근은 사실상 봉쇄됐고, 워싱턴DC로 오가는 다리도 폐쇄됐다. 무장한 주방위군 2만5000명이 주둔해 있는 상황이다. 취임식 리허설 도중 의사당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의사당이 일시적으로 봉쇄되고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은 삼엄한 경비와 높은 긴장감 속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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